김봉현과 스타모빌리티 이 대표는 왜 등 돌렸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5 16: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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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게이트 추적] 이 대표, 화려한 정·관계 인맥 자랑
자금 횡령 사실 나오자 김 회장 고발 주도

검찰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의 핵심 공모자들에 대한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2조원대 투자 사기인 라임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4월23일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했다. 최근에는 해외로 도주했던 김아무개 전 수원여객 재무담당 이사의 신병까지 확보했다. 이 부사장과 김 회장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낀 김 전 이사가 도피 중이던 캄보디아에서 관계 당국에 자수했다.

이런 가운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5월14일 이아무개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현재 라임 수사는 △횡령 주체 및 전체 횡령액 △정치권 로비 의혹 규명 등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정치권 로비 수사와 관련한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김봉현 회장과 이 대표는 어떤 관계이기에 주목되는 것일까. 광주가 고향인 두 사람은 띠동갑이다. 김 회장은 1974년생이고 이 대표는 1962년생이다. 김 회장은 광주 금호고를 졸업한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대표는 전남고,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1990년 광주MBC에 입사했다.

ⓒ시사저널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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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주변에 김봉현을 조카라고 소개

광주 지역 언론계에서는 이 대표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광주 지역 한 중견 언론인은 “평소 주변 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났던 이 대표였기에 지역사회 인사들이 크게 놀랐다”고 밝혔다.

평소 이 대표는 김 회장을 주변에 ‘조카’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은 사채업, 다른 한 사람은 언론계에 근무했기에 두 사람 간 업무적으로 연결고리를 찾기는 힘들다. 다만 이 대표가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은 주목거리다. 이 대표를 잘 아는 또 다른 언론인은 “이 대표는 초임 기자 시절 연대보증을 잘못 서 7억원가량 빚이 생기는 등 재정적인 문제로 힘들어했다. 그러다 보니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았으며, 주변 후배들에게도 ‘최종 결정은 네가 한다’는 것을 전제로 유망종목을 자주 추천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이 대표 주변에선 “만약 그가 김 회장으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회장 측은 “평기자 시절부터 이 대표에게 매달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를 잘 아는 인사들은 평소 그가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당선된 민주당 K의원(재선)을 김 회장에게 소개한 이도 이 대표다. K의원은 학창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경력을 발판 삼아 정치권에 들어간 그는 이번 총선에서도 무난하게 당선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그에게 고가의 맞춤 양복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시 K의원의 신분은 당선자였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K의원 역시 “대가성이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와 K의원의 관계는 전직 광주MBC 기자 출신인 K의원의 부친과도 연결된다.

이 대표는 고대 인맥도 적극 활용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중진인 또 다른 K의원 역시 이 대표의 지인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사석에서 말을 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해 김 회장이 K의원을 소개받는 과정에서 향응이나 청탁이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친구 중에는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인물도 있다. 두 사람 역시 광주 출신이며 고대 동문이어서 10년 넘게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당협위원장을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진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도 마찬가지다. 친노 방송인 라디오21을 운영한 경험 때문에 김 전 대표는 종종 광주M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광주MBC에서 보도국장, 경영기획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던 이 대표는 2017년 3월 사장에 취임했다. 광주MBC 주변에선 “김장겸 당시 MBC 사장과 이 대표가 같은 고대 출신인 데다 학창 시절 서울에서 함께 하숙생활을 한 인연이 있어 사장에 발탁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기자로 시작해 최고위직인 대표이사(사장)까지 오른 이 대표의 관운은 그러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선임된 김장겸 MBC 사장이 퇴진 위기에 몰리면서 그가 선임한 이 대표까지 적폐세력으로 몰리게 됐다. 결국 이 대표는 2017년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해임 조치된 이 대표는 현재 광주MBC를 상대로 잔여 임기 임금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MBC 출신 C씨는 “사장 재직 기간이 1년이 안 되고 회사를 나올 때 퇴직금도 받지 못해 힘들어 했으며, 이 때문에 김봉현의 유혹에 빠졌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사태 불거지며 악연으로 치달아

회사 퇴사 후 1년여간 공백기를 가진 이 대표가 김 회장이 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합류한 것은 2018년 12월이다. 사외이사에 오른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대표이사가 됐다. 이때 김 회장은 수원여객 횡령 건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던 시기다. 금융권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사람 간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연으로 치달았다. 결국 이 대표는 올 3월 회삿돈 517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김 회장 역시 여러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권 로비 창구역으로 이 대표를 지목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 상태로 치달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이 대표가 보도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광주MBC 사옥 맞은편에 14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는 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광주MBC는 아파트의 출입구가 사옥 정문 쪽을 향하고 있어 방송용 차량의 진출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 문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해당 건설사가 광주MBC와 관계자를 상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광주MBC 전·현직 임원 간 고소·고발도 진행됐다. 시사저널은 관련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이 대표와 2015년 당시 광주MBC 대표를 지낸 최아무개씨에게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로 연락했으나 5월21일 오전 현재 두 사람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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