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시대 생존 비법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4 11: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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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크라이시스 마케팅에 주목”

“코로나19 위기는 엄청난 폭발력만큼이나 세상 모든 사람의 생활공간을 일거에 온라인으로 바꾸는 혁명의 에너지가 되고 있다. 뉴노멀(new normal)의 신인류는 과거의 표준문명을 버리고 신문명으로 대전환하고 있다.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던 인류가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인류로 진화한 지 100년, 이제는 물리적 장소가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번 위기로 지금까지 디지털을 거부해 온 마지막 저항자, 베이비붐 세대들까지 앞다퉈 줌(Zoom)을 이용해 회의하고 온라인 장치를 기본 생활도구로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이전 시대(BC·Before Corona)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AC·After Corona)를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지, 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기업과 조직, 개인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세계적 석학들의 의견을 모아 《크라이시스 마케팅》을 펴냈다.

“한국은 위기다. 하지만 한국은 늘 위기에서 혁신에 성공한 나라다. 혁신의 마인드셋인 기업가 정신의 제1 원칙은 ‘빨리빨리’다. 혁신이란 고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고객은 이미 뉴노멀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기존 방식을 버리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크라이시스 마케팅》 김기찬·허마원 카타자야·후이 덴 후안·아이만 라비쉬 지음│시사저널 펴냄│160쪽│1만2000원
《크라이시스 마케팅》 김기찬·허마원 카타자야·후이 덴 후안·아이만 라비쉬 지음│시사저널 펴냄│160쪽│1만2000원 ⓒ시사저널

모든 기업에 ‘언택트 이코노미’ 확산 전망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성격이 단기적으로는 보건 위기지만 차츰 경제 위기, 사회 위기, 국제관계 위기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단기-중기-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들어서고 있는 와중에 이동 통제와 거리 두기의 혜택을 입은 언택트(untact)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 줌, 온라인 교육 앱, 음식 배달 앱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의 변화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던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언택트 이코노미(untact economy)라는 이름으로 모든 기업에 파괴적으로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와 함께 이 책에 의견을 제시한 세계적 석학은 다음 세 사람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케팅의 거목 필립 코틀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켓 4.0》을 집필한 허마원 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 역시 필립 코틀러와 함께 책을 쓴 후이 덴 후안 난양공대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위기를 이기는 마케팅’에 대한 비법을 제시한다. 매년 한국을 찾으며 한국 경제 상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는 아이만 타라비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한다.

허마원 카타자야 회장은 앞으로 전개될 언택트 이코노미는 격리와 연결의 공존을 만들어내는 ‘옴니(omni)’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옴니는 ‘모든 것, 모든 방식’을 의미하는 접두사로 마케팅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아우르는 뜻으로 쓰인다. 내가 생각하는 옴니는 통합하는 것이다. 상반된 상황에서 섞일 수 없는 것들이 조화돼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무실과 재택근무, 일과 놀이의 공존이다. 일과 놀이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결합될 때만 시너지가 나는 것들이다. 지도자들에게는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의 사회, 경제, 정치 질서를 바꾸는 기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태도 버려야”

후이 덴 후안 교수는 무엇이 마케팅의 위기를 초래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의 마케팅 전략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수요 급감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필요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들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식당 운영을 예로 들어보자. ‘고객 유치’라는 접근법을 바꿔 ‘고객의 방문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좋은 전략은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동 제작이라 부를 수 있다. 고객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구축해 비슷한 목적과 가치, 정체성을 공유해 보기를 권한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유해 보면 고객이 원하는 점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동참한 고객 역시 동질감을 느끼면서 더 높은 충성심을 보일 것이다.”

아이만 타라비쉬 교수는 위기를 기회로 보게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모범적으로 극복해 내고 있는 한국의 가장 큰 동력도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말뿐인 그저 그런 기업가 정신으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가 해결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 말은 바로 우리가 그동안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해서, 해결하기 위해 해 왔던 모든 프로세스가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그동안 크게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들까지 다 감안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비판적 사고와 자세가 필요하다. 의구심은 큰 덕목이다. 앞으로는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상상력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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