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스크 쓰고 부르면 되지”…코인노래방 못 끊는 청춘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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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서 코로나 확진자 쏟아지는데도 ‘다닥다닥’
환기는커녕 소독제도 없이 마이크 돌려 잡아

끊겼던 음악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어두컴컴한 복도 사이로 마주한 ‘10번방’에서는 벽을 가득 메운 모니터 너머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먹먹했다. 앞방에서는 남녀 커플, 옆방에서는 남성 두 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곳은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노래방 등 밀폐된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청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부르거나 손만 깨끗이 씻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인근에 위치한 코인노래방 2곳을 찾은 청춘들을 관찰한 결과였다.

ⓒ 시사저널 조문희
매일 마이크 소독을 실시한다는 한 코인노래방. 유리문 너머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조문희

체온 안 재고 출입명부 안 적어

20일 오후 8시.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건물 2층에 위치한 코인노래방에 들어가니 빨간옷을 입은 직원이 파란색 덴탈마스크를 쓰고 기자를 맞이했다. ‘몇명이냐’고 물은 직원은 카운터 모니터를 한참 보더니 10번방이 비었으니 그리로 들어가라고 했다. “사람이 많네요?”라고 물었더니 “평소보다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연중무휴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었다. 그때에 비해 이용객은 줄어들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붐비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독은 잘 했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방금 소독을 마친 곳”이라고 답했다. 체온을 재거나 출입명단을 적진 않았다.

0.5평 남짓이었던 10번방에 들어가니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다. 의자와 모니터와의 거리는 성인여성 한 팔 너비. 그 사이 놓인 쓰레기통 안에는 마이크 커버 두 개가 버려져 있었다. 기자가 들어가기 이전에 최소 두 명이 10번방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방 안에 소독제는 비치되지 않았고, 마이크커버는 카운터 앞에서 ‘셀프’로 가져와야 했다.

코인노래방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마이크 커버 두 개 ⓒ 시사저널 조문희
코인노래방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마이크 커버 두 개 ⓒ 시사저널 조문희

1000원을 투입하고 노래를 예약했다. 부르진 않았다. 주변 소리를 들었다. 흥겨운 노래 가락 사이로 남성 두 명이 상기된 목소리로 “아오 이거지”하고 소리쳤다. 옆방으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그때 유리문 너머로 건너편방 사람들이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성 두 명이었다.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1분쯤 지났을까. 이내 직원이 들어왔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직원은 20초가량 방에 머물다 나갔다. 마이크 정리만 한 모양새였다. 곧바로 대각선에 위치한 방도 비었다. 남성 두 명이 나갔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직원은 역시 30초쯤 그 방에 머물다 나왔다.

10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여성 두 명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손을 말리고 있었다. 방금 건너편방에서 나갔던 그 여성들이었다. 따라 나갔다. “스트레스 풀린다” “1000원어치만 더 부를까”라고 했다. 나가는 길에 학생 무리와 마주쳤다. 교복 차림이었다. “노래방이나 갈까?”하는 말에 “아 PC방 가자며”하고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스크는 모두 턱에만 걸치고 있었다.

코인노래방에서 한 남성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코인노래방에서 한 남성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환기 안 되는 노래방, 마스크 쓰고 부르면 장땡?

걸어서 1분 거리에 위치한 같은 코인노래방 브랜드 2호점에 방문했다. 입구부터 한산했다. 직원은 없었다. ‘노래방이 맞나’ 할 정도로 조용했다. 안을 둘러보니 14개 방 중 4개 방만 차 있었다. 그러다 마스크를 손에 쥔 채 통화를 하며 나가는 한 남성과 마주쳤다. 실례를 무릅쓰고 구석에 위치한 방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남성 두 명이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이크와 입술 사이 거리가 멀어서였을까. 소리가 다른 방에 비해 작게 들렸다.

환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 공간이어서 바깥으로 통하는 창문도 없었다. 방마다 문이 모두 닫혀있었고, 출입문도 마찬가지였다. 에어컨은 가동 중이었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환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밀폐된 노래방 공간에서 환기는 언감생심이었다. 

감염 위험이 높은 데도 청춘들이 코인노래방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6일  경기도 시흥에서 토익 시험을 본 뒤 친구와 코인노래방을 찾았다는 강아무개씨(27)는 “5개월 동안 참고 찾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노래를 불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취업걱정에 잠을 못 이뤘는데 토익 시험도 망쳐서 기분이 안 좋았다”며 “신나게 소리를 지르니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말했다. 강씨는 “마스크를 쓴 채 노래를 불렀고, 손도 깨끗하게 씻었다”며 “후회는 없다”고 했다.

※ 기자는 KF80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한 뒤 방문했습니다. 취재를 마친 이후에는 손을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습니다. 노래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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