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수순 밟는 ‘구하라법’…상속제도 뭐가 문제길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2 13: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하라 오빠 구호인씨 “21대 국회서 구하라법 재추진해야”
현행 상속제도에 ‘부양의무 여부’ 추가…기여분 인정 범위 넓혀야

부양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구하라법’이 끝내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지만 상속제도에 대한 여러 불합리한 현행법 개정 논의를 21대 국회에서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9일 소위원회를 열고 구하라법 등 민법 개정안 5건에 대해 ‘계속심사’를 결정했다. 다음 회기에 심사를 이어나가도록 한 것이지만, 이날 회의는 20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 회의였다.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되면서 구하라법은 사실상 자동 폐기된다.

지난해 7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수 구하라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연합뉴스

가수 고(故) 구하라의 이름을 딴 ‘구하라법’은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하라 친오빠인 구호인씨의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법 상속편 개정안 제정을 위한 입법을 청원했다. 현행 민법의 상속편은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는 상속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인 ‘구하라법’에는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했다.

이 같은 입법청원이 나온 배경은 구하라의 친어머니가 구하라 사망 이후 갑자기 나타나 상속분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구하라의 친어머니는 구하라가 어렸을 때 가출해 20여 년 가까이 연락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양육 의무를 오랜 기간 이행하지 않았지만 현행법상 구하라 친어머니는 구씨의 상속 재산 절반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구하라 친오빠인 구씨 측이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론이 이에 공감하면서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구씨 오빠 법률대리인인 노 변호사는 “구하라법이 만들어져도 구하라 가족이 진행하는 이 사건에 바로 적용되진 않는다”며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평생 외로움과 그리움에 고통받은 구하라의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입법청원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하라 친어머니 측은 구하라 사망 뒤 부동산 매각대금의 절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하라 오빠 측은 이에 반발해 친어머니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구하라법은 결국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게 됐지만, 구하라 친오빠 구씨는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씨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에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21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의 재추진을 요청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