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시, 잔여 무상급식비 133억원 ‘슬그머니’ 추경에 편성
  • 인천취재본부 주재홍 기자 (jujae84@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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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시·군·구·시교육청 추경에 세입 반영
잔여 예산 234억원 중 101억원만 학생 복지에 사용
경기도, 남은 급식비 모두 학생들 먹거리 복지에 투입

인천시와 10개 군·구가 코로나19 여파로 사용하지 못한 무상급식비를 ‘슬그머니’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학생들을 위해 편성된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겠다는 심산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시청사 전경. ⓒ인천시 제공
인천시청사 전경. ⓒ인천시 제공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올해 3월23일~4월30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시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휴교령이 발령되는 동안 34만5843명에게 공급돼야 할 234억원 상당의 무상급식비가 남게 됐다.

인천시는 이중 101억3000만원을 활용해 오는 6월 초쯤에 학생 1인당 친환경 쌀 10㎏을 공급하는 ‘쌀 꾸러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 1인당 소요되는 예산은 배송비를 포함해 약 3만원이다.

남아있는 133억원 상당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10개 군·구에 무상급식비 분담 비율에 맞춰 오는 6월에 진행하는 추경에 편성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인천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무상급식비는 총 1637억원이다. 이중 인천시가 46.4%(760억원)를 부담했고, 인천시교육청이 24.4%(400억원), 10개 군·구가 29.2%(477억원)을 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약 69억원의 세입이 생기게 됐고, 인천시교육청은 약 24억원, 10개 군·구는 약 40억원의 세입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달 28일 인천시내 10개 군·구와 코로나19 휴교령으로 남게 된 무상급식비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지난달 10일 인천시교육청과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편성된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의 경우 코로나19 휴교령에 따른 무상급식 잔여 예산을 모두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경기지역 군·구는 지난 19일 무상급식 잔여 예산 1700억원 상당을 학생 169만3057여 명의 ‘먹거리 복지’ 등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경기도지역 학생들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식재료 꾸러미와 5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받게 된다.

서정호 인천시의원은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 다른 용도로 쓰인다면, 행정사무조사 사안이다”며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군·구에 133억원의 예산 전용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고, 학생 복지에 쓰일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예산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남은 무상급식비를 추경에 편성하게 됐다”며 “시교육청과 군·구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달에 사용하지 못한 무상급식비는 휴교령으로 인해 방학을 줄여 수업을 진행하는 기간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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