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또 기준금리 인하 0.75%→0.5%…‘코로나 대응’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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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새 0.75%p 인하
수출·성장률 지표 등 잇단 경고등에 인하 결정
한국은행 건물 ⓒ연합뉴스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5%로 0.25%포인트(p) 낮췄다. 지난 3월16일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지 불과 두 달 만에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p)로 좁혀졌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수출, 성장률 경제 지표 등에서 코로나19 충격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가 '대공황급'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니오면서 이 같은 상황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6년 2월(359억3000만 달러)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203억달러)도 지난해 5월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수출 급감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도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한은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기보다 1.4% 감소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의 수출과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도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예상값은 평균 -32%로 조사됐다. 미국의 GDP 증가율이 1분기(-4.8%)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22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연례회의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 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이른바 'D(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도 금리 인하 배경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 지표)'는 작년 같은 달보다 0.1%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가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나서며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만큼 통화당국도 이에 공조해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도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한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날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낮췄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 이른바 '한국판 양적 완화'도 시도하며 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아울러 한은은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에도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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