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제국] 카카오모빌리티의 끝없는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1 08:00
  • 호수 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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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하나로 모든 이동 해결한다는 목표 향해 달린다

카카오는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 결과 콘텐츠·금융·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국인이라면 ‘카카오 공화국’에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카카오는 올해 초 벤처에서 출발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중 최초로 대기업 타이틀을 다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카카오의 성장을 견인한 건 인수합병(M&A) 전략이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한 후 카카오톡과 연동 가능한 기업을 꾸준히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사들인 기업만 48개에 달한다. 이처럼 활발한 M&A를 통해 카카오는 올해 1월말 기준 계열사 수가 92개까지 늘어났다. 거느린 계열사 수가 대기업집단 중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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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으로 사세 확장

카카오는 기업 인수 후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부문을 계열사로 독립시키는 전략을 폈다. 분사한 계열사는 다시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한다.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도 그런 사례다. 2018년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내비를 중심으로 분사했고, 이후 관련 서비스 업체를 차례로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택시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카카오모빌리티 계열사 13곳 가운데 11곳이 택시 관련 업체였다. 특히 택시법인을 계속 인수한 끝에 택시 면허 900여 개를 확보했다. 가맹 택시 사업인 ‘카카오T 블루’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택시 가맹 사업체인 타고솔루션즈(현 케이엠솔루션)를 인수했다.

2018년 설립된 타고솔루션즈는 택시 4500여 대를 보유한 택시법인 50여 곳과 가맹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T 블루는 현재 전국 5200대 규모로 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그동안 웨이고블루(현 카카오T 블루)는 서비스 기술지원이란 한정된 역할만 했다”며 “플랫폼 역량과 서비스 운영 전문성을 적극 접목하는 게 웨이고블루를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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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이어 승합차·버스·자전거·지하철까지 망라

문제는 택시 시장은 공급 포화상태라는 데 있다. 택시 서비스만으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를 의식한 듯 택시 이외 운송수단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이동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통합이동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가 최종 목표임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부터 대형승합택시 ‘카카오T 벤티’의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벤티는 현재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1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기술적 안정성 향상과 기사 및 이용자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베타 서비스 작업이다. 벤티는 기사가 포함된 대형승합차 렌터카 호출 서비스라는 외관상 ‘타다 베이직’과 유사해 보인다. 다만 기존 택시 제도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타다와는 구분된다.

셔틀버스 서비스에도 시동을 걸었다. 모바일 기반 통근버스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위즈돔과 2018년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과 해맞이 등 이벤트성 관광 수요를 위한 셔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군부대에 면회를 가는 이들을 위한 ‘병영 셔틀 서비스’도 진행하기로 했다.

‘카카오T 바이크’라는 브랜드로 공유자전거 사업에도 진출했다. 전기자전거를 활용해 자가용 승용차 이용이 어렵거나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단거리 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2018년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3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첫 서비스 지역은 인천광역시 연수구와 경기도 성남시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9월 울산시까지 시범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한국철도공사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에서 열차 승차권 판매, 철도역 주차장 정보 제공, 연계교통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철도관광 활성화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와 승합차, 버스, 기차, 자전거 등 국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지상 교통수단을 아우르게 된다. 교통수단에 카카오톡의 독점적 지위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주차장 사업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주차장 정보·예약 애플리케이션 ‘파크히어’를 운영하는 파킹스퀘어를 인수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2017년 ‘카카오T 주차 서비스’를 출시했고, 서울과 수도권 지역 1600여 개 주차장 운영자 및 지자체 공영주차장과 제휴를 맺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선 주차장 사업 진출이 자율주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차량엔 출발과 도착을 위한 주차공간이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자율주행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와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기반 미래 스마트 교통 분야 서비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첫 단추를 뀄다. 자율주행 환경 근간 구축과 새로운 스마트 교통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3월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았고, 올해 안에 시범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공유자전거 서비스인 ‘카카오T 바이크’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 공유자전거 서비스인 ‘카카오T 바이크’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 모빌리티 안정과 성장에 주목

카카오모빌리티의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4월에는 사업목적에 ‘자동차 임대 및 렌트업’을 추가하며 렌터카 시장 진입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기업용 렌터카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일반 여행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시범 서비스 중인 ‘셔틀’을 여행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여기에 ‘광고 및 광고기획 대행업’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더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 내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광고 관련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적인 영역 확장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 3년간 매출 역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167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8년 536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04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106억원, 2018년 210억원, 2019년에는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속된 적자의 요인으로 신규 사업 투입비용 증가와 인건비 상승 등을 들었다.

다만 매출 증가 대비 영업손실 증가 폭은 크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신규 사업들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밝은 전망을 예상하고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향후 카카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 성장이 가속하는 가운데 유료 콘텐츠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 중심의 수익성 개선이 상반기 성장의 핵심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여파로 부진했던 IP 비즈니스, 공연, 모빌리티 등도 점진적인 상황 개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고, 이민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T 블루 택시와 같은 모빌리티 사업 모델이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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