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이번엔 웃었다…‘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유치
  • 호남취재본부 고비호 기자 (sisa617@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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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사업서 암·치매 등 ‘면역치료 국가 컨트롤타워’ 품어
대형 국책사업 ‘국가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에 청신호
“기획력 뛰어났다”…전남도, 2017년 전국 최초 기획 ‘정부 설득’

전남도가 암·치매 등 난치성 질환의 차세대 치료백신인 면역치료제의 국가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달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 실패로 지역 관가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가운데 백신산업특구가 있는 화순군과의 ‘합작 카드’로 면역치료 ‘국가 컨트롤타워’를 품은 것이다. 특히 대형 국책사업 유치 경쟁에서 줄곧 약점으로 지적돼 온 전남도의 기획력 부재와 독창성 결여가 극복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구충곤 화순군수가 1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구축사업 유치 확정에 따른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지사와 구충곤 화순군수가 1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구축사업 유치 확정에 따른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전남도

전남도·화순군, 내년 460억 투입 화순전남대병원에 건립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구충곤 화순군수는 1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은 화순전남대병원 인근에 들어선다.

이에 따라 ‘블루바이오, 전남’을 실현하겠다는 민선 7기 김영록 전남지사의 구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165조 원 규모의 거대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우리나라도 이번 사업을 통해 화순백신산업특구를 중심으로 면역치료제 개발과 제품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 당당히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은 국비 230억원 등 총 460억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화순전남대병원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된다. 면역치료 전문가 70여명과 국내 유수의 대학교·기업·종합병원 등 17개 기관이 참여한다. 참여기관은 전남대와 GIST·포스텍·화순전남대병원·삼성서울병원·박셀바이오 등 국내 최고의 면역치료 전문 기관 기업 등이며, 전문가 간 협업(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추진된다.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이 들어설 용지 매입과 개념 설계도 이미 마쳤다. 센터 조기 완공과 성공적 운영을 위해 전문가 TF를 구성, 내년 준공을 목표로 실시설계를 조기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에 들어간다.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국비 등 총 200억원을 투입, 면역치료 벤처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필수 설비․장비를 완비한 면역세포치료제 생산시설 4곳도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이번에 유치한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과 함께 총 660억 원이 투입돼 연계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은 지역경제에도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는 이번 사업으로 면역치료 연관 기업 30개사 유치와 11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 항암면역치료제 국산화와 신약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역치료제 세계 시장은 매년 14% 내외의 성장률을 보여 2024년 145∼16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지사는 “오는 2027년까지 스마트 임상지원시스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제어 시스템 등 총 9개 사업에 2460억원을 투자해 면역치료 3단계 종합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가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연구용역 중이며, 국무조정실·보건복지부·국회 등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을 건의하고 있다. 올해 연말 지정신청서를 정부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 유치 성공은 뛰어난 기획력 ‘덕분’이라는 평이다. 전남도는 2017년 전국 최초로 기획한 뒤 그동안 정부 설득에 주력한 끝에 국가사업으로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예산확보 노력도 병행해 올해 정부예산에 20억원이 반영됐다. 시의 적절한 화순백신산업특구에 대한 기능 전환도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전남도는 2010년 지정된 화순백신산업특구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예방백신을 개발·생산해 왔으나 앞으로는 암 등 난치병을 낫게 하는 ‘면역치료 백신’ 개발에도 힘쓰기로 ‘기능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200억원(국비 100억원 포함)을 들여 화순백신산업특구에 ‘면역세포 치료 기술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면역 치료 분야의 기업들이 입주해 관련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다. 

나아가 면역치료 연구와 제약 기업의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면역치료 연구·개발(R&D)을 총괄할 전담기관을 설립할 것을 건의해 마침내 정부로부터 사업을 따낸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도가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듯이 이번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유치도 탄탄한 연구역량과 장기적 안목으로 첨단 바이오산업에 부단히 대응해 온 노력이 거둔 결실이다”며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남의 바이오산업 지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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