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카페인 주의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9 16: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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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 섭취하면 빈혈·성장 저하·자살 위험 증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녹차, 탄산음료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카페인 섭취는 피로감을 줄여주고 각성 작용을 통해 단기간 집중력을 높여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불안, 초조, 신경과민, 흥분, 불면 등 신경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가슴 두근거림과 혈압 상승 등 심혈관계 부작용과 위궤양, 위식도 역류질환 등 소화기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카페인을 과잉 섭취할 경우 위장관에서 철분과 칼슘 흡수를 방해해 빈혈이나 성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카페인은 섭취를 멈추면 금단증상을 나타내는 등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 건강관리 때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매일 1회 이상 마시면 마시지 않는 경우에 비해 중학생은 자살 생각을 2.66배, 고등학생은 3.89배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의 주요 공급원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12세 이하 어린이는 탄산음료, 가공유, 코코아가 주 섭취원이고 중·고교생은 탄산음료와 액상 커피가 주 섭취원이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은 이외에도 초콜릿, 초콜릿아이스크림, 초콜릿 함유 과자나 빵, 에너지음료를 통해서도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카페인 과다 섭취의 위험성은 상존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평균 섭취량은 하루 권고 섭취량(체중 1kg당 2.5mg 이하)보다 적지만 증가 추세이며, 고섭취군에서는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 중인 초콜릿류 25개 제품의 카페인 함량을 조사한 결과 3.7~47.8mg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품 간 최대 13배 차이가 있었고 특히 2개 제품의 카페인 함량은 만 3~5세의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카페인과 당류 동시 섭취 사례 많아

성인들이 대부분 커피를 통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과 달리 어린이는 카페인 섭취 경로가 다양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주 섭취하는 카페인 함유 식품 안에는 당류도 과다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13년 이후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치를 넘어서고 있어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유럽, 캐나다 등 선진 각국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도 캔 제품과 패스트푸드를 대상으로 카페인 성분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을 통해 고카페인 함유 어린이 기호식품에 눈에 띄는 붉은색으로 ‘고카페인 함유’ 표시를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카페인 과잉 섭취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카페인의 위해성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청소년 대상 고카페인 식품 판매를 제한하고 식품업체들이 카페인이 없거나 적은 식품을 개발하도록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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