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는 지지, 자국 시위는 강경진압…트럼프의 내로남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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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차별 시위에 군대동원 시사한 트럼프
중국 “홍콩 시위 지지했으면서…이중잣대” 비판

미 전역으로 확산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강경 진압하겠다고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공개 지지하고 중국 정부를 비판했던 그가, 정작 자국 시위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다.

2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흑인 사망'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과 주방위군이 진압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흑인 사망'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과 주방위군이 진압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누가 누굴 비판하나”

2일(현지 시각) 미국 국방부는 수도인 워싱턴DC 인근에 현역 육군 병력 1600여 명을 배치했다. 시위가 계속 격화해 경찰 병력만으로 대응이 어려워진다면 언제든 군 병력을 동원해 진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군대를 포함한 연방·지방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와 주가 시민들의 재산과 생명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거부한다면 미국 군대를 배치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측에서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력시위와 홍콩에서 발생한 폭동에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장관은 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가 자국 내 폭동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와 홍콩의 폭동에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비교해 보라”면서 “자국 안보는 중요시하면서 홍콩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비판했다.

24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가 열린 코즈베이웨이 일대에 배치된 홍콩 경찰 ⓒ 연합뉴스
24일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가 열린 코즈베이웨이 일대에 배치된 홍콩 경찰 ⓒ 연합뉴스

발목 잡힌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때문에 홍콩 시위를 계기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미국 정부는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추진할) 명분을 잃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시위대를 ‘폭도’나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관영 신문에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을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소장의 말을 인용해 “중국 지도자들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미국이 위선적이며 민주주의에 결함이 있다는 증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자 “홍콩이 더는 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이 같은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한편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시위가 이어지면서 미국 내 6개 주, 13개 도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총 6만6000여 명의 방위군이 투입됐고, 체포된 시위대는 5000여 명에 달한다. 한인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외교부는 2일까지 미국 시위와 관련해 79건의 한인 상점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외교부는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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