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 김종인과 ‘진보 터줏대감’ 심상정이 만났을 때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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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이 진취적으로 하시라” “진보정당은 더 앞서 가야” 덕담 주고받아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만나 덕담을 주고받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심 대표가 "제1야당이 '진취적으로' 하시면 저희 같은 진보정당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웃으며 "진보정당은 더 앞서가야지"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4일 심 대표를 만나 약 15분간 대화했다. 대체로 축하와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문제를 거론한데에 대해 정의당은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심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직책을 맡으셔서 축하드린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고생문이 훤한 사람한테 축하할게 뭐 있느냐"고 하면서 심 대표를 향해 "선거 결과가 예상대로 안 돼서 상당히 서운하겠다"고도 했다.

통합당의 협조 요구에 정의당은 통합당의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의당이 여당 편만 들지 말고 야당하고도 협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심 대표는 "통합당이 불평등 해소에 적극 나서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심 대표는 "김 위원장이 오신다고 하니 언론에서 '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많이 묻더라"며 "대환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통합당은 북한 탓 아니면 대통령 탓만 해서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었는데, 김 위원장이 오셔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용을 추구한다고 하니까 정책 결정이 가능한 국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도 했다.

심 대표는 또 "그동안 통합당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탐욕의 자유, 무한 축적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면서 "삼성의 탈법적 자유는 적극 지지하고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할 자유는 반대했고, 부동산 부자들의 무한 축적의 자유는 지지하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의 자유는 외면해 왔다. 그 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 정당은 서로 어떤 방향에서 (국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가에 대해 경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많은 계층을 포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정책 경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이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진보·보수 논쟁 자체가 국민 생활과 전혀 관계가 없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잘 다가갈 수 있느냐를 생각하려면 정당이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가 삼성과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자 김 위원장은 "부자들 부동산 가지고 돈 벌려고 하는 자유는 과거 민정당 시절 내가 적극 제지한 사람 중 한 사람"이라면서 "삼성이 오늘날 곤욕을 겪는 것도 과거 지나칠 정도로 시대감각에 역행해서 '노조 없는 회사'가 능사인 것처럼 하다가 스스로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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