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를 양분해온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나왔다. SK증권은 LG생활건강에 대해서는 ‘비싼 화장품을 파는 더 비싸질 주식’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반면, 아모레퍼시픽에게는 ‘변화의 바람을 기다린다’는 조언을 내놨다.
전영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6월5일 내놓은 리포트에서 “저성장 시대의 소비 시장에서는 눈앞의 실적보다 회사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LG생건은 연매출 2조5000억원의 럭셔리 메가 브랜드 ‘후’를 보유했으며 차기 브랜드 ‘숨’도 매출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생건,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기업 예상되는 유일한 기업”
전 애널리스트는 “2015년 메르스, 2016년 사드 위기 때 채널 구조조정 및 다변화, 브랜드 재정비를 통해 위기를 타개한 바 있다”며 “그 결과 현재 국내 화장품 업체들 중 중국 온·오프라인 전 채널에서 수요 대응이 가장 빠르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업체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LG생건처럼 시장 점유율 하락 위험이 낮고,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가 투자에 있어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 우려와 입국 제한 조치로 단기 주가 변동성은 클 수 있겠으나, 중국 소비자들의 굳건한 럭셔리 화장품 수요는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며 “하반기 럭셔리 브랜드 ‘후’ 위주 안정적 수요 회복 전망을 감안 시, 중·장기 주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LG생건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기업 반열에 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기업”이라면서 “향후 브랜드 가치 재고를 동반한 주가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분기 면세점 판매는 1분기보다 축소될 것”이라면서도 “LG생건의 화장품 부분 내 럭셔리 매출 비중(후+숨+오휘)이 71%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화장품 소비 회복 국면에서 럭셔리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업종 내 가장 안정적인 수요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2분기까지 생활용품 부문 매출이 코로나 관련 용품 판매 호조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전년 대비 18% 이상 성장하며 면세 화장품 판매 부진을 일부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 확장 필요”
반면 전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마몽드, 라네즈와 같은 중∙저가 브랜드 비중이 60% 이상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약진에도 전사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화장품 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 확장과 매스티지(비교적 값이 저렴하면서도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고급품을 소비하는 경향) 브랜드들의 비용 경량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 애널리스트는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와 같은 고정비 부담이 큰 사업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설화수에 한정된 럭셔리 라인업을 타개하기 위해서 브랜드 M&A와 같은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즉 중국의 화장품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으로 인해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