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배로 오판”…13번 포착하고도 못 잡았다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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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등에 밀입국 보트 찍혔지만 감시 소홀로 해상경계 실패
4월 밀입국도 한 달 넘게 몰라…합참 “감시경계 체계 보완”
지난 2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중국인 6명이 타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보트 ⓒ 태안해양경찰 제공
지난 2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중국인 6명이 타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보트 ⓒ 태안해양경찰 제공

최근 서해안에서 잇달아 발견된 소형 모터보트는 모두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타고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경계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군은 관련자 징계와 함께 한발 늦은 감시 체계 보완에 나섰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최근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한 소형 모터보트가 중국에서 들어올 당시 해안경계 감시 장비를 통해 13차례나 포착하고도 낚싯배 등으로 오판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 밀입국자 8명이 탄 1.5t급 레저보트는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출발해 다음 날인 21일 오전 11시 23분께 의항리 방파제에 도착했다. 보트가 태안에 이르기까지 해안레이더에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에 4회, 열상감시장비(TOD)에 3회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녹화된 해안레이더 영상을 재확인한 결과 해당 보트로 추정할 수 있는 식별 가능 상태 영상이 포착됐지만, 레이더 운용병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메라와 TOD 운용병 역시 당시 통상적인 낚싯배와 일반 레저보트로 오판해 밀입국 보트를 추적하거나 감시하지 않았다. 해당 배를 추적해 붙잡을 수 있는 기회가 수 차례 있었지만 경계 소홀로 모두 놓쳐버린 셈이다.  

군은 지난해 6월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당시 경계 허점을 노출한 데 이어 이번에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군과 해경은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지난 4월20일 태안 의항 해수욕장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역시 밀입국용이었던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관련 조사가 사건 발생 한참 뒤에 이뤄지면서 일부 영상은 저장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됐고, TOD는 해당 보트가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19일 오전 5시30분께부터 약 다섯시간 동안 부품 고장으로 아예 녹화되지 않았다. 합참은 당시 해상레이더에는 3차례 포착됐지만, 레이더 운용병이 이를 놓쳤다고 전했다.

합참은 사단장 등 당시 감시경계를 소홀히 한 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징계 처분할 방침이다.

합참 관계자는 "전 해안지역에 대해서 정밀 분석해서 취약 지역 해안 감시 장비를 추가로 운용할 계획"이라며 "미식별 선박에 대해서 기존 대대급 UAV나 드론 이용해서 수색 정찰이나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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