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메디포럼제약 경영권 분쟁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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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측 “메디포럼제약 경영진, 무자본 M&A 세력…경영권 강탈 시도”
메디포럼제약 경영진 “비정상 경영 되돌리는 중…법적대응할 것”

코스닥 상장사 메디포럼제약을 둘러싼 경영권 갈등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최대주주인 메디포럼의 김찬규 회장 측은 현 메디포럼제약의 경영진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으로,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강탈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재형 메디포럼제약 대표가 검찰 출신 이력을 앞세워 과거부터 법적 분쟁을 이용해 회사를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박재형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을 퇴진시키겠다는 각오다.

반면 박재형 대표와 메디포럼제약 경영진은 김찬규 회장이 오히려 회사를 망친 장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메디포럼의 내부 사정을 보니 경영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메디포럼제약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하는 쪽은 김찬규 회장 측이라고 주장했다.

메디포럼제약 연구소 건물 ⓒ메디포럼제약 홈페이지
메디포럼제약 연구소 건물 ⓒ메디포럼제약 홈페이지

김찬규 회장 측 “검찰 출신 박재형 대표가 기업 탈취 나서”

메디포럼제약은 지난해 비상장 바이오업체인 메디포럼이 상장사 씨트리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바꾼 회사다. 김찬규 메디포럼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메디포럼제약을 인수했기 때문에 당연히 경영권이 메디포럼 측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박재형 메디포럼제약 대표가 자신의 변호인이었던 시절 메디포럼 내부 사정을 알아낸 뒤, 이를 이용해 메디포럼제약 대표에 앉은 뒤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찬규 회장은 지난해 자본시장법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돼 있다. 박 대표는 김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에 변호인을 맡았다. 김 회장이 수사를 받자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상환 압박이 들어왔고, 이 때문에 변호인이었던 박재형씨를 메디포럼제약의 대표로 세워 자금 압박을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 측은 메디포럼제약 인수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사임 문제도 모두 박재형 대표 측의 제안으로 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원래 메디포럼제약을 인수하려 하지 않았지만 박재형 대표 측에서 상장사 인수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메디포럼제약을 인수하자 했던 것”이라며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박 대표 측이 요구해서 하게 됐던 것이며, 이들은 단돈 1원도 투자하지 않고 오히려 여러 명목으로 거액을 챙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 측은 박 대표가 메디포럼제약 대표가 된 이후 경영권 탈취 시도를 노골화했다고 지적했다. 메디포럼이 보유한 메디포럼제약의 대주주 지분 약 14%의 의결권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시도해 대주주를 웰스투자자문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것이다. 메디포럼제약은 8일 웰스투자자문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하기로 예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자금이 납입되면 메디포럼제약의 최대주주는 웰스투자자문으로 바뀌게 된다.

김 회장 측은 박재형 대표가 과거에도 비슷한 분쟁을 통해 교묘하게 회사를 차지한 이력이 있고, 같은 방식으로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3년 경영난에 시달려 기업회생을 신청한 전북 익산시 웅포면 베어리버골프장의 분쟁에 골프장 회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분쟁 조정에 뛰어든 바 있다. 베어리버 골프장 회원들은 회원권을 지키기 위해 당시 박재형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이후 박 변호사가 일부 회원들로 구성된 회원 권익위원회를 통해 골프장 대표 자리에 앉은 후, 오히려 회원권을 소멸시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박 대표는 베어포트CC로 이름을 바꾼 골프장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 있다.

김찬규 회장 측은 박 대표가 분쟁 과정에 뛰어들어 경영권을 탈취한 경험을 살려 메디포럼제약의 경영권도 탈취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박재형 대표는 검찰 출신을 강조해 분쟁이 있는 사안에 뛰어든 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해 경영권을 탈취하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세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대표 측 “김찬규 회장이 오히려 불법적인 경영…경영정상화 노력 방해공작”

박재형 대표 측은 김 회장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과 함께 상장사인 씨트리를 인수한 뒤 경영상태를 살펴보니, 메디포럼의 방만 경영이 극에 달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대표 자리에 앉은 것도 김 회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로는 더 이상 경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오히려 물러나야 할 것은 김 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방 기반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메디포럼의 장래성을 더욱 키워보기 위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오히려 경영권을 탈취한다는 오해만 사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자신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을 성심껏 변호했고, 검찰 송치 후에는 변호인을 사임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박 대표 측 김세종 메디포럼제약 경영고문은 “김 회장이 ‘천연물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곧 임상3상 승인과 코스닥 상장을 시도할테니 도와달라고 해 함께 일하게 됐다”며 “이후 기관투자를 설득해 총 450억 투자를 유치해줬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 회장 측이 투자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와 임상3상 추진이 약속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자 유치 후 임상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기업공개(IPO)에 필수적인 회계준비도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김 회장에게 경영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김 회장이 우리를 모두 쫓아내고 회사를 강제로 점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수사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기업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김 회장이 수사를 받고 있으면서 오히려 부탁해 메디포럼제약 대표에 앉게 됐다. 난 메디포럼제약 주식을 1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로지 기업투명성 제고와 기관투자자로부터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 측이 박 대표의 과거 골프장 분쟁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골프장 회원들은 오히려 박 대표를 지지하고 있으며, 일부의 회원들이 이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는 “당시 베어리버 골프장 문제는 정말 잘 해결된 사례로 남아 있다. 모든 회원을 만족시킬 순 없었지만 굉장히 원만하게 잘 해결된 사례”라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김 회장이 앞으로도 경영정상화를 방해할 경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 측 메디포럼은 지난달 26일 메디포럼제약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현재 김 회장 측이 온갖 방법으로 경영을 방해하고 있어도 꾹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 방해공작을 펼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다면 김 회장의 방만하고 불법적인 경영 행태를 모두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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