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하루 만에…北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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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역시 적…갈 데까지 가보자"
‘대남사업=김여정 담당’ 역할 언급도
남북이 공동으로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 공동사진취재단
남북 사이 외교공관 역할을 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 공동사진취재단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다시 거론하며 우리 정부에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했다. "연락사무소 폐지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라며 김 부부장이 남측과 관계 설정에 주도권을 쥐게 됐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저녁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냈다. 그러면서 "남조선에서 공개적으로 반공화국 삐라를 날려 보낸 것이 5월31일이지만 그 전부터 남측의 더러운 오물들이 날아오는 것을 계속 수거하며 피로에 시달려오던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더욱 확고히 내렸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노동신문에 낸 담화문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와 관련 강도 높은 비난 표현을 사용해가며 대응을 주문했다. 우리 통일부는 이날 오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마련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통일부 발표를 '가을 뻐꾸기 같은 소리'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통전부는 "통일부 대변인이 탈북자들이 날려 보낸 삐라의 대부분이 남측지역에 떨어져서 분계연선 자기측 지역의 생태환경이 오염되고 그곳 주민들의 생명과 생활조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삐라살포가 중단되여야 한다고 가을 뻐꾸기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저들이 오래전부터 대치계선에서 긴장조성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삐라살포방지대책을 취해왔고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방안도 검토하던 중이라며 마치 아차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있다"고 비난했다.

2018년 4월27일 오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을 나와 판문각으로 향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년 4월27일 오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을 나와 판문각으로 향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대응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통일부 입장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전부는 "지금 남조선당국은 이제야 삐라살포를 막을 법안을 마련하고 검토 중이라고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 진화된 수법으로 고단수의 변명을 늘어놓고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그런 법안도 없이 군사분계연선지역에서 서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 분야의 합의서에 얼렁뚱땅 서명하였다는 소리"라고 평가했다.

접경 지역에서 군사 충돌도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전부는 "남쪽에서 법안이 채택되어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담화문을 계기로 대화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비난했다. 통전부는 "처음에는 저들에 대한 협박으로, 나중에는 거기에 협박이라기보다 남측이 먼저 교류와 협력에 나서라는 숨은 메시지가 담겨져있다고 어리석게 해석했다"면서 "지난해에도 10차례, 올해에는 3차례 삐라를 뿌렸는데 '이번 살포를 특별히 문제시하는것을 보면 대화와 협상을 바라는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헛된 개꿈을 꾸고있다"고 했다.

대남사업과 관련된 조치는 김 부부장이 직접 내렸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전부는 "5일 대남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 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면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며 연속해 이미 시사한 여러 가지 조치들도 따라 세우자고 한다"고 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조치를 실행하려고 바로 통전부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통전부는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직시하면서 대결의 악순환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것이 우리의 결심"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설치된 일종의 외교공관이다. 남북 당국자가 공동으로 상주하고 있다.

2016년 4월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 연합뉴스
2016년 4월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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