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울산 부동산 시장, 코로나도 비켜가나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4 12: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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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매 제한에 울산 아파트 청약 열풍
최근 조선업계 잇단 낭보도 기대감 높여

코로나19가 우리 경제를 강타했다. 모든 게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울산 부동산 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의 기세도 울산 지역 아파트 분양 열기를 꺾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최근 분양이 끝난 ‘울산 지웰시티 자이’ 아파트 청약 성적표는 경쟁률이 6.9대 1과 6.8대 1이다. 1단지는 1164가구 모집에 7933개 청약통장이 접수됐고, 2단지 또한 1122가구 모집에 7748개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3년5개월 만에 울산에서 가장 높은 청약률을 기록한 셈이다.

울산지웰시티자이 조감도
울산 지웰시티 자이 조감도

30년 만에 울산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지웰시티 자이’가 마지막 분양권 ‘무제한 전매’ 효과를 톡톡히 보며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 단지는 6개월 후 전매가 가능하다. 울산 지역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데다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수요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갈 곳 잃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돼 청약 열풍에 가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양 관계자는 “6개월의 짧은 전매, 중도금 무이자, 안심 전매 프로그램 등이 적용되다 보니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여기에 1순위 청약 결과가 양호하게 나오고, 기준금리 인하까지 단행돼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투자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 판단

이렇듯 코로나19 상황에도 울산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공급 부족에 따른 희소성과 더불어 전매가 가능해 전국에서 투자자들이 가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지난 5월11일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아파트에 대해 분양권 전매를 8월 이후부터 완전히 금지한다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울산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투자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날아든 낭보도 ‘조선(造船)의 도시’ 울산의 아파트 열풍을 재점화했다. 최근 2년 동안 세계에서 발주된 중형 LPG선 10척을 모두 수주한 것이다. 더불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총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수주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조선산업이 울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조선업계 호황으로 현대중공업의 고용이 많을 때는 6만 명이 넘고,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30만 명 규모로, 전체 울산 인구의 4분의 1에 육박할 정도다. 울산은 수년간 수주 가뭄의 악재를 만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도 폭락했던 바 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재무학과 교수는 “울산의 아파트 시장은 조선업 경기에 따라 요동친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증가는 최근 분양 붐의 기폭제가 됐다. 이 같은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고용이 많을 때는 6만 명이 넘고,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30만 명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고용이 많을 때는 6만 명이 넘고,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30만 명에 이른다.

때를 놓치지 않고 국내 아파트 ‘빅5’ 건설업체들이 울산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올해 울산에서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8000여 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 관계자는 “정책 변경으로 신규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청약 대기자들의 불안심리가 더해져 당분간 청약자들의 분양시장 관심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울산의 평균 연령은 40.8세로 젊은 도시다. 울산의 근로자 평균연봉은 4301만원, ‘직장인 연봉 1위’에 100명 중 9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 부자 도시다. 돈이 많다 보니 다른 도시보다 아파트 분양도 훨씬 잘되고 매매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건설업체는 물론 서울과 부산, 대구 투자자들이 울산 아파트로 몰려드는 이유다. 

울산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청약열풍이 거세다
울산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아파트 청약 열풍이 거세다.

울산의 아파트 열풍은 지방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기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부산 해운대, 수영, 동래 등 핵심 3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서울 투자자들이 부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울산이 그 낙수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동해남부선 복선 철로를 따라 울산과 부산을 오가는 광역전철이 내년 하반기 개통된다. 이렇게 되면 부산과 울산은 같은 생활권으로 연결된다. 울산 북구 송정지구와 남구 옥동, 무거동 등의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는 이유다. 수도권 투자자들이 울산으로 진출하면서 재개발 아파트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울산 중구 B-0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재개발 예정지ⓒ울산시
울산 중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재개발 예정지ⓒ울산시

현재 울산에는 10여 곳에서 재개발 아파트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울산은 공급 물량 부족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2017~19년 3년 동안 분양물량은 평균 2530가구였다. 2015~16년 2년 동안의 평균 1만610가구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분양 관계자는 “울산에 새 아파트 공급이 그동안 별로 없어 갈아타기 수요가 많았다”며 “정부가 분양권 전매 규제안을 발표한 이후 갑자기 하루 평균 1000여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 올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5월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존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3월16일 ‘빅컷’(1.25%→ 0.75%)을 단행하면서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지 불과 2개월 만에 추가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현금이나 예금 자산보다는 부동산 자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또 금리 인하는 대출이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자금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규제지역을 피해 울산을 비롯한 지방 광역시나 중소도시 새 아파트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의 오대열 팀장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개발 이슈가 있는 지방 광역시 위주로 유입돼 투기수요가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상자] 울산 지역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침체일로’

반면에 울산 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업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여파가 맞물리면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상승하고 투자수익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오피스 공실률은 21.9%로 전분기 대비 1.0% 상승했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5.0%(2.8%↑), 소규모 상가 6.7%(1.5%↑) 모두 증가했다. 특히 울산의 오피스 공실률은 1분기 기준 전국 평균(11.1%)보다 무려 10.8%p나 높았다.

울산 최고의 상권인 달동․삼산동의 건물 공실이 늘어나고 매물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 최고의 상권인 달동, 삼산동의 건물 공실이 늘어나고 매물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은 상권의 중심인 신정동과 삼산동 공실률이 각각 30.4%와 22.0%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 오피스와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은 각각 0.67%와 0.80%로, 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전국 시·도별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인천 1.32%, 대구 1.12%, 광주 1.10%, 부산 1.04% 순으로 조사됐다. 광역시 중에서 오피스 투자수익률이 1%에 못 미치는 지역은 대전(0.95%)과 울산뿐이다. 울산 오피스 임대료는 ㎡당 7300원으로 전분기 대비 1.43%p 하락했다. 중대형 상가(1만8000원)와 소규모 상가(1만3900원), 집합상가(2만600원) 임대료 또한 전분기 대비 1.91%, 1.45%, 1.14% 각각 하락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업무 관련 시설인 오피스의 공실 영향은 미미하지만, 상가는 지역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로 소비심리 둔화, 매출 감소로 공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 닥친 코로나19 충격의 파열음은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실물경기 전반의 상황을 나중에 따라가는 속성이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친 것은 1~3년 뒤였다. 지난 1월말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울산의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부동산 시장에 검은 백조(블랙스완, Black Swan)가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이제 시작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풍부해진 유동자금이 어느 쪽으로 흘러 풍선효과를 나타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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