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재개 앞둔 공매도,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6 14: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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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비중, 외국인·기관 98.8% vs 개인 1.2%

3145건. 6월11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매도(空賣渡)’와 관련해 올라온 청원 건수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현 정부 들어 만들어진 점을 감안하면 매년 1000건 이상의 청원이 올라온 셈이다. 상당수 청원은 “공매도를 전면 제한해 달라”는 내용이다. 2018년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청원에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기준선인 20만 명이 넘는 참여자가 서명하는 등 공매도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인식은 상당히 나쁜 편이다. 현재 공매도는 코로나19로 주가 급락이 계속되던 지난 3월부터 제한 조치가 이뤄져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세 번째 공매도 금지 조치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空)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가가 1만원일 때 A기업의 주식 100주를 공매도한 뒤 결제일에 주가가 1000원으로 떨어지면 이 투자자는 90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된다. 즉 증시가 하락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된 투자법이다. 반대로 공매도를 한 주가가 오르게 되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문제는 공매도를 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활용하는데, 하락장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는 데 있다. 실제 그동안 공매도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올 들어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를 발표한 3월13일까지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은 32조7083억원인데, 이 중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각각 18조183억원(55.1%), 14조3001억원(43.7%)으로 98.8%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는 3892억원(1.2%)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상당수는 “기관과 외국인들의 공매도 거래로 주가가 떨어져 개미들만 죽어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9월 공매도 금지 조치가 끝나면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다시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내용의 글은 수십만 명이 가입한 주식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매도 금지 없었으면 코스피 아직 2000선”

최근엔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의 한 원인을 공매도 금지에서 찾는 보고서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공매도 금지 조치 때의 자료를 기반으로 이번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에 미친 영향을 계산했는데, 9% 정도의 상승 유발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만약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면 현재 코스피지수는 2000선 정도에 머물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 반등 동력 중 하나”라면서 “코스피는 공매도 금지 해제 시점에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어떨까.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의 놀이터였던 이유는 정보의 불균형과 금액 차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이 넘어설 수 없는 벽 때문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한시 금지가 아니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시장의 건전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최소한 공매도 금지 기한인 9월 전에 이를 추가로 더 연장한다는 조치를 발표해야 주식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의 주가는 왜 올랐을까”라면서 “대다수 나라가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는 데는 유동성 공급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가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확정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매도가 과도한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자연스러운 통제장치 역할이라는 순기능을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작년 여름 주가가 폭락한 신라젠이 대표 사례다. 당시 시장에선 임상 실패 가능성을 반영한 공매도가 없었다면 주가는 더 올라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시 “공매도가 없었으면 거품이 더 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대안으로 일부 대형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거론된다. 홍콩은 시가총액이 30억 홍콩달러(약 4600억원) 이상인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한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큰 중소형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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