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대응이 기업의 성패 가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5 10:00
  • 호수 16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택트 이코노미·디지털 라이프·착한 기업…뉴노멀 시대 기업의 과제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일상, 뉴노멀 시대가 오고 있다. ‘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은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코로나19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던 사회의 전환을 급속하게 앞당겼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됐고, 비대면과 비접촉이 트렌드의 대세가 됐다. 이 현상들은 일시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설립된 한국 꼼파니아학교가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프랑스 기업가정신연구소 등과 진행하고 있는 연구 조사 GNN(Global New Normal)이 있다. 3월18일 시작된 조사의 1차 자료 분석 결과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현상들이 진단됐고, 이 중 일부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기업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보여줬다. 언택트 이코노미의 가속화, 디지털 라이프의 확대, 재택근무의 확산, 착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이다.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러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 뉴노멀 시대, 기업의 과제는 무엇인가. 과제를 수행해 나가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을 분석해 봤다.

‘언택트 시대’를 타고 HMR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파리바게뜨의 HMR 제품들 ⓒSPC
‘언택트 시대’를 타고 HMR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파리바게뜨의 HMR 제품들 ⓒSPC

▒ 언택트 이코노미의 가속화

비대면 시대·홈족에 걸맞은 제품 출시

뉴노멀을 향한 변화는 ‘소비’에서부터 일어나 산업계 전반을 재구성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대면 접촉에 따른 감염 우려를 줄이고자 비대면 경제로 몰려들고 있다. HMR(가정식 대체식품), 배달 음식과 개인화 영상 플랫폼, 화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보기술(IT)·전자산업 등이 위기 상황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당연히 기업의 생존 방식도 소비 변화에 맞춰 이뤄진다. 현시대에 맞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에 기업의 성공이 달려 있는 것이다. 특히 HMR 등 코로나19로 주목되는 제품을 내놓는 식품기업들의 역량이 주목되는 시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고, 2022년에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의 서비스와 제품도 발 빠르게 진화했다. 파리바게뜨는 HMR 제품부터 신선한 샐러드 및 샌드위치까지 식사용 제품 라인업을 더 강화하고, 자체 배달 서비스인 ‘파바 딜리버리’를 도입하는 등 코로나19로 변화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파스타와 리조토군을 비롯해 집에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HMR 제품군을 늘리고, ‘건강’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샐러드 제품군도 확산시켰다. 개인적인 트렌드에 맞춰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픽 마이 밸런스 샐러드와 1인 식사 문화에 걸맞게 점심으로 즐길 수 있는 콥샐러드 등도 이에 맞춰 출시했다. 외식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집에서 빵을 구울 수 있도록 에어프라이어 전용 베이커리도 내놨다.

CJ제일제당이 ‘2020년 HMR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HMR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중 하나는 ‘가시(時)비’다. 요리나 식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는 제품이 HMR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수산물 등은 가정 내 조리가 어려워 HMR 제품의 섭취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가 경쟁하고 있는 수산물 상온 HMR 시장에 오뚜기가 생선조림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뛰어든 것 역시 변화된 식품 소비 형태를 입증한다.

식품 외에 주목되는 것은 콘텐츠 시장이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IPTV업계 1~3위인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특히 IPTV를 통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모바일·IPTV·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늘고, 실내 활동 증가에 따른 언택트 사업의 성장이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른 통신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와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반기 중 5G를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AR(증강현실) 및 VR(가상현실)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인 U+5G 서비스 3.0을 선보일 계획이다.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쏠 ⓒ신한은행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쏠 ⓒ신한은행

▒ 디지털 라이프의 확대

금융사 중심으로 디지털 서비스 강화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1분기 경제주평에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 변화에 부합하고 신성장 산업에서 선도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투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디지털 라이프가 확산되면서 금융 부문에서는 스마트 뱅킹과 핀테크가 확고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디지털금융에 집중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의 모바일 플랫폼 신한 쏠(SOL)을 전격 개편했다. 비대면 은행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신한은행 거래가 없는 타행 고객도 플랫폼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타행 보안카드나 OTP(일회용 비밀번호) 없이 아이디나 생체인식 등을 이용해 이체 거래를 할 수 있게 편의성을 올리고, 오픈뱅킹 이용 시 타행 계좌의 이체 거래 수수료도 무제한 면제했다. 본인 명의 계좌 간 이체를 간편하게 하는 ‘꾹이체’ 기능과 스마트폰 바탕화면에서 앱에 로그인하지 않고도 이체할 수 있는 ‘바로이체’ 기능 등 새로운 기술도 탑재했다. 앱 개편에 맞춰 MY자산과 MY신용관리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카드사도 각종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고객 상담 패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관적으로 화면을 보면서 상담업무를 해결하는 디지털 ARS를 내놓았고, 국민카드는 카드 발급 신청부터 사용까지의 전 과정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카드를 출시했다. QR 결제 건수 및 금액 등 비대면 결제 규모가 늘어나면서, BC카드는 페이북 QR 결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 디지털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되면서 가전 시장 역시 디지털 라이프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 ⓒLG
뉴노멀 시대, 디지털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되면서 가전 시장 역시 디지털 라이프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 ⓒLG

전자제품 시장 역시 디지털 라이프에 맞는 제품 출시를 가속화한다. LG전자는 빅데이터가 연계된 인공지능을 더한 스마트 가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레스토랑 운영 및 관리 로봇 솔루션 서비스인 ‘LG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을 공개하면서 인력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스타일러나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디지털 위생 가전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 재택근무의 확산

효율성 입증되며 업무 스타일 변화 모색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맞는 재택근무, 유연 출퇴근제 등이 확대되면서 업무 방식 자체가 바뀌는 모습이다. 재택근무는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꿔간다는 데서 뉴노멀 시대의 적극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재택근무는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서 뉴노멀 시대의 적극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 pexels 이미지
재택근무는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서 뉴노멀 시대의 적극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 pexels 이미지

롯데지주는 5월말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근무 환경의 변화를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인 트렌드로 인식하고, 변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 최초로 전 직원 재택근무를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SK텔레콤은 본사 사무실 대신 집 근처의 가까운 오피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 출근’을 추진하기로 했다. NHN은 지난 5월말부터 매주 수요일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했고, 카카오는 주 1회, 네이버는 주 2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순환·전환근무제를 6월말까지 유지한다.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62.3%가 재택근무를 한 경험이 있으며 대기업 직장인 중에는 73.2%가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디지털재단은 6월17일 ‘스마트 워크 정책 동향’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코로나19로 널리 퍼지게 된 재택근무 경험이 원격근무의 뉴노멀(New Normal)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네이버, SK이노베이션 등 국내의 사례를 들었다.

 

▒ 착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요구되는 이유

코로나19는 사회적 가치도 재조명하게 했다. 올 1분기 코로나19로 인해 펀드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음에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지표로 한 펀드에는 투자가 이어졌다. 소위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된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이 방역이나 고용안정 등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전국 1955~2004년생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착한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데 국민의 60.1%가 동의했다. 코로나19로 강조된 사회적 가치에 따라 기업들은 적극적인 기부와 지원활동을 펼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한국과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삼성은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자 해외 지사와 법인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한 마스크를 대구 지역에 기부한 바 있다. 정부와 협업으로 마스크 생산에 필수적인 MB 필터의 수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경험을 활용해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증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30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경북 영덕에 있는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등 어려움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협력회사에 2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조업 중단과 부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협력회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서도 나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미국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 뉴저지, 텍사스 등 4개 지역에 총 430만 달러(약 52억원)를 기부했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각국 정부와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에 기부한 금액은 3900만 달러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착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KT&G는 전국 복지기관에 3억원 상당의 상상나눔 도시락을 지원했다. ⓒKT&G
코로나19 이후 ‘착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KT&G는 전국 복지기관에 3억원 상당의 상상나눔 도시락을 지원했다. ⓒKT&G

KT&G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해외 지역에 진단키트를 지원한 바 있다. 5월초 인도네시아 정부에 진단키트 6300개를 지원한 데 이어 러시아와 터키에도 1억원 상당의 진단키트를 지원했다. 해외 사업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극복을 돕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긴급지원금 5억원을 기부하고,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와 함께 10억원 이상의 정관장 제품을 의료현장에 전달한 것이다. KT&G 임직원들의 성금으로 꾸린 ‘상상펀드’를 통해 전국 복지기관에도 3억원 상당의 상상나눔 도시락을 지원했다.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화훼농가 돕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코로나19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잎담배 농가를 돕기 위해 건강검진 비용과 장학금 등도 지원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