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6) 트래블월렛] “동남아 은행지점 수만 곳 직접 돌며 컴플레인 해결했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5 14:00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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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운용하다 ‘핀테크’ 샛별 된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 인터뷰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는 요즘 모바일 환전 애플리케이션 트래블월렛과 ‘핀테크(Fin-Tech·금융과 IT의 융합)’ 산업에 인생을 갈아 넣었다. 창업 전 그는 누구나 선호하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길을 걸었다. 경제학과 졸업 후 금융학 석사 학위를 따고 국제금융센터,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외환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류 조직 내에서의 ‘반골 기질’이 자연스레 그를 스타트업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김 대표는 “직장에 다니면서 외환시장의 불합리성, 비효율성 등이 눈에 많이 보였다”며 “바꿔보려 노력했는데 공고한 기존 시스템상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못 참고 (조직과) 충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창업에 나선 김 대표는 첫 도전임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핀테크, 외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거창한 목표까지는 갖고 있지 않다. 그냥 ‘더 나은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할 여지가 충분한데 왜 안 하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트래블월렛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째. 개발인력 10명, 운영인력 6명 등이 모바일퉁을 꾸려가고 있다. 김 대표는 “비자, KB금융그룹 등 협업사도 많아졌다. 우리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을 추산해 보니 수백 명에 이르더라”면서 “그런 생각을 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차치하고도 풀어야 할 현안은 늘 첩첩산중이다. 김 대표는 창업 후 경험들을 상기하며 “위기가 닥치면 ‘비효율성 해소’란 본질적인 목적을 갖고 현장에서 뛰는 것 외엔 답이 없더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가 6월9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가 6월9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창업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이었나. 

“국제금융센터,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할 때 외환시장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렇게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컸다. 바꿔보고 싶었으나 기존 시스템에서는 내가 만든 대안 모델을 도입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데도 벽에 부딪히면 들이받고 싸우는 성격이다. 조직과의 거리감이 커지자 결국 창업을 결심했다.”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핀테크 분야 창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카카오페이 등 대형사에서 파생된 곳은 사정이 낫겠지만,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핀테크사들은 애로사항이 많다. 금융과 IT 각각의 전문영역이 분명하고 깊다. 신생 회사가 양쪽 지식과 기술을 다 갖추기는 정말 힘들다. 다행히 모바일퉁은 처음부터 최우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훌륭한 구성원들로 구성돼 현안을 잘 헤쳐왔다.” 

트래블월렛 등 핀테크 서비스가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할 만큼 급성장했다. 

“누군가 ‘기존 대형 금융사들이 신흥 핀테크사들에 패권을 넘겨주겠냐’고 묻는다면 ‘아니다’고 답하겠다. 기존 금융사들은 지금껏 쌓아온 자본, 리스크 관리 기술, 금융망 등이 워낙 탄탄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더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그런 회사들이 핀테크 산업을 위해 후방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금융시장이 변해 가지 않을까. 영업점, 인건비 등을 확 줄이면서 소비자 접점 마케팅은 우리 같은 핀테크사들 몫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모바일 환전 시장에서 경쟁자는 없나. 

“도전했던 스타트업 중 우리만 살아남았다.” 

이 시장을 끌고 가야겠다는 사명감이 들 것 같다. 

“그렇게 엄청난 부담까지 갖고 있진 않다. 그냥 불합리성, 비효율성이 싫은 마음이 크다. 더 나은 방법이 달리 있는데 하지 않는 것 말이다. ‘시장에서 가격, 편의성 등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을까’라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일은. 

“인허가 문제가 좀 힘들었다. 절차가 복잡했고, 개발해야 할 것도 많았다. 특히 보안 인프라에 대한 요구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 핀테크 산업 특성상 해킹 피해 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나.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엄청난 컴플레인을 받았다. 앞서 제휴를 맺은 동남아시아 현지 은행 본사에서 자사 지점 관련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했다. 막상 현지에선 본사들이 지점 위치, 영업시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객들이 환전을 위해 찾았는데 문 닫은 지점이었다거나, 지점 직원들이 트래블월렛 서비스에 대해 숙지하지 않고 있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안 되겠다 싶어 모든 국내 업무를 올스톱하고 직원들과 동남아로 갔다. 일주일 동안 직원 1명당 은행 지점 수천 곳을 돌며 위치를 파악하고 직접 들어가 업무 설명, 서비스 교육 등을 진행했다. 당연히 컴플레인이 확 줄어들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 외엔 답이 없더라.” 

패닉에 가까운 상황이 몰려왔는데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원래 낙천적인 성격인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비관적인 성격이라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악조건이 다가오면 낙천적인 상태가 되는 듯하다. 이미 상상해 봤던 상황이고, 솔루션도 준비해 뒀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가정해 생존계획을 구상해 놓았다. 그래서 지금 같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도 묵묵히 ‘플랜 B’를 수행하며 버틸 수 있다.” 

개인적인 비전은. 

“회사의 비전이 동시에 내 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창업 직전 어떤 선배가 ‘네 인생이 여기에 통째로 삼켜질 것’이라고 조언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무슨 얘긴지 몰랐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진짜 그렇게 됐다. 나뿐 아니라 직원들, 우리 회사와 관련한 대형 금융사들과 그 담당자들, 투자자들 등을 모두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 프로젝트가 잘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의 입지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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