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공유 오피스, 라이프 스타일의 ‘혁신’ 가져올 것”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9 14:00
  • 호수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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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오피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적합"

위워크의 몰락은 많은 시나리오를 그렸다. 공유 오피스 기업의 아이콘과 같았던 위워크가 상장을 철회하고 물러나면서, 공유 오피스 산업을 포함한 공유경제 자체의 몰락까지도 그려졌다. 거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언택트 문화에 공유 오피스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틀렸다. 진화한 공유 오피스는 오히려 건재해졌고, 위워크의 빈자리를 더욱 내실 있게 채웠다.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경제 불황에 대한 불안 심리가 생겨나면서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다. 국내 공유 오피스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새롭게 차지한 곳은 2015년 설립된 토종 기업 패스트파이브다. 2019년 425억원이라는 최대 매출을 올린 패스트파이브는 국내 첫 공유경제 상장 기업이 되겠다며 IPO(기업공개) 도전장까지 내밀었다.

이제 공유 오피스의 미래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는 패스트파이브의 품에 들어왔다. 6월9일 패스트파이브 신논현점에서 만난 김대일 대표는 “위워크의 실패는 공유 오피스 사업의 실패가 아니라 위워크의 실패”라고 못 박았다. 그는 “공유 오피스는 미래지향적이고 잠재성이 큰 산업이고, 패스트파이브는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을 앞으로 10년에 걸쳐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공유 오피스라는 업이 마치 ‘종합예술’과 같다는 김 대표에게, 약진하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

공유 오피스 산업을 어떻게 정의하나.

“공유 오피스 산업은 오피스 스페이스에 서비스를 더한 개념이다. 공유 오피스는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해 재임차하고, 거기에 부가가치를 더한다. 예전에는 힘들게 건물을 알아보고, 계약을 맺고, 나머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인테리어와 비품을 갖춰야 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사용한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처럼 우리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노트북만 들고 오면 바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고객들에게 주는 부가가치다.”

 

공유 오피스는 한동안 ‘스타트업의 시작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단기 임대 오피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50인 이상의 법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큰 회사 문의가 많이 온다. 처음 운영하며 방점을 둔 것은 ‘공유’였다. 늘 쓰지 않는 라운지나 회의실을 함께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부 회의실을 자체적으로 만들면서까지 한 층 전체를 쓰는 회사도 있었다. 굳이 패스트파이브를 찾는 이유를 관찰해 봤다. 비용을 떠나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찾는 것이 그들의 니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통합적으로 일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5년 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좋은 공간과 서비스, 부가가치를 내는 법을 알게 됐다.”

 

어떤 기업들이 패스트파이브에 입점해 있나.

“전통기업부터 최신기업,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모두 패스트파이브에 공존한다. 현재 1910곳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동화약품이 시청점의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의료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는 루닛이라는 업체도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인원도 급속도로 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을 고정적으로 정하기 어려운데,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면 필요한 부분을 늘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 계열사들도 꾸준히 연락이 온다.”

 

새로운 지점을 내는 등 사업을 확장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수요의 성격’을 많이 본다. 입지는 많이 중요하지 않다. 요새는 맛집도 인스타 검색을 하고 가는 시대이기에, 입지상 노출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다. 패스트파이브 멤버들은 20~40대 중반이 90%에 이른다. 이 연령대의 유동인구가 많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최근 지점을 낸 여의도는 금융 쪽 종사자가 많고, 을지로 쪽은 큰 회사의 계열사 TF팀의 수요가 많다. 판교도 공유 오피스와 궁합이 잘 맞는 지역이다. 스타트업 비중도 20~30%에 이르는 데다, 입주 업종도 계속 다양해지고 있다. 경제 인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패스트파이브의 큰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낮은 공실률이다. 낮은 공실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부동산 계약이 비싸게 되면 고객들에게 받는 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에 계약을 저렴하게 하는 것부터 일단 중요하다. 디자인이 잘된 공간도, 디지털 마케팅도 중요하다. 임차인 유치는 중개인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우리는 직접,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임차인을 유치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로 광고를 하고, 투어 약속을 잡아 직접 공간을 보면서 설명을 드린다. 세일즈를 잘하더라도 계약 기간만 쓰고 나가면 공실이 된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들을 잘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공유 오피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공간 투어를 전화 투어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계약을 지연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타격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 원래 근무하던 곳이 폐쇄되면서 일부 팀이 임시 사용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았고, 전 지점을 이용할 수 있는 ‘패파패스’ 역시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 대기업에서도 거점별 오피스 등 대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유 오피스는 미래 지향적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서비스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

위워크가 한국 시장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위워크는 창업자의 방만 경영으로 문제가 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위워크에 투자할 때, 과연 혜안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공유 오피스가 잠재성이 큰 업이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 위워크는 한국에서 디테일을 발휘하지 못했다. 건물 난방 방식이나 민원 처리 등에서 특히 한국 입주사들의 불만이 도드라졌다. 한국의 니즈와 정서를 따라가지 못했다. 월마트가 22년 전 한국에 왔을 때가 생각났던 이유다. 공유 오피스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이다. 고객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서비스에 녹여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공유 오피스 산업이 혁신산업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공유 오피스는 굉장히 큰 혁신이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삼성 내부 임원 회의에서는 아이폰의 기능이 옴니아에도 있는 기능이라며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했다. 그러나 아이폰이 혁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잘 디자인된 공간,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패스트파이브를 운영하는 과정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게 되면, 공유 오피스업이 ‘혁신’이라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패파’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IPO 추진 상황은. 연내 상장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은 유지되나.

“주관사와 열심히 얘기하고 있고, 상장에 필요한 서류적인 것은 준비가 됐다. 7~8월 중 IPO 예비 심사청구에 나서고 연내 상장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남은 것은 잠재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다. 공유 오피스업에 대한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코로나19 전후로 상황이 많이 바뀌어 조심스레 접근 중이다. 대개 해외는 국내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고, 이질감이 크지 않은 경우 진출한다. 저희는 둘 다 아니다. 국내시장이 커지고 있고, 위워크가 한국에 와서 남긴 시행착오를 봤을 때 우리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급하지 않게, 신중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패스트파이브가 당면한 과제는.

“위워크가 가져온 쇼크를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공유 오피스의 실패가 아닌, 위워크의 실패라고 보고 있다. 위워크가 공유 오피스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이 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 이제 우리가 공유 오피스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실제로 멤버 수, 공실률 등 수치로 입증해 나가고 있다. 소셜커머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명사와 같이 불렸던 그루폰은 이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위워크의 색을 벗어내고, 패스트파이브가 하나의 대명사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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