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⑦ 패스트파이브]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공유 오피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9 14:00
  • 호수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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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유니콘⑦ 패스트파이브] 공간과 서비스 차별화 주효
국내 공유경제 기업 최초 IPO에 도전

공유 오피스는 두 가지 문제와 마주했다. 하나는 위워크의 몰락. 공유 오피스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위워크가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공유 오피스를 포함한 공유경제의 성장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다른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떠올랐다. 접촉이라는 요소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공유 오피스가 비대면을 중심으로 열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문제에 답을 내놓은 것은 국내 1위 공유 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다. 2015년 출범한 패스트파이브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25곳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국내 공유 오피스 분야의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히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패스트파이브의 답. “위워크의 실패는 ‘위워크만의’ 실패다.” 세계 최대의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한국에서도 주요 지역에 20개 지점을 운영하며 공유 오피스 붐을 일으켰고, 47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내달렸다. 그러나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 형편없는 수익률이 공개되고, 당시 창업자이자 CEO였던 애덤 뉴먼의 방만 경영까지 드러나면서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다. 위워크는 리스크 관리나 비용 절감 등 부동산 사업의 핵심은 소홀히 한 채 외형 확장과 마케팅에만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위워크의 실패 원인은 기업 경영 문제와 CEO 리스크였다. 위워크의 몰락에도 오히려 공유 오피스 시장의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최대 부동산 회사 CBRE는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사무실에서 공유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1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위워크의 실패를 공유경제의 몰락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위워크의 몰락은 CEO 리스크와 무리한 외형 확대, 기술기업을 표방했음에도 단순 임대업 이상 진화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한계 등으로 요약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업들이 사무실을 탄력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공유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패스트파이브 입주 멤버는 1만7000명에 달한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최근 기업들이 사무실을 탄력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공유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패스트파이브 입주 멤버는 1만7000명에 달한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공유 오피스의 본질 중시…3% 이하 공실률 유지

그렇기에 사업의 핵심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임대업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느냐가 공유 오피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패스트파이브가 국내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적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패스트파이브는 현재 2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총 입주 멤버 수는 1만7000명에 이른다. 지점과 입주자 수를 기준으로 국내 1위다. 입주 멤버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이용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부동산을 임차해 재임차하는 공유 오피스의 특성상 평당 임차 금액이 낮을수록 입주 멤버들이 내야 하는 금액도 낮아진다. 패스트파이브는 임차 금액을 낮추고 입주 중개 수수료를 1% 내외로 산정, 한 달 평균 인당 35만~40만원의 저렴한 금액부터 70만원까지의 다양한 가격대로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여기에 입주자들의 니즈에 맞는 유연한 대응을 통해 만족도를 높였다. 문제가 생기면 메일을 먼저 보내야 하는 등 한국적인 정서와는 맞지 않는 위워크의 소통 방식과 달리, 패스트파이브는 커뮤니티 매니저와의 빠른 소통을 통해 민원을 해결했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공유 오피스업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많은 업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계약, 인테리어 시공, 마케팅,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기 위해 25개 팀을 회사 내에 꾸려 운영하고, 자체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입주 멤버를 유치하는 등 운영비를 절감하며 손익을 관리했다. 결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패스트파이브는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2~3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425억원이라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2020년 1분기 월평균 매출은 5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에서 임대료와 직간접비용을 제한 순이익을 뜻하는 영업현금흐름(EBITDA)도 2018년 8.4억원에서 2019년 31억원으로 늘리면서, 공유 오피스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공유 오피스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공실률이다. 공실률이 30% 내외인 위워크와 달리, 패스트파이브는 매년 빠른 속도로 지점을 확장하면서도 3%의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입주 멤버들의 높은 만족도가 재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얻게 된 결과물이다.

코로나19에도 입점 문의·멤버 수 증가

두 번째 질문,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확장 속에 공유 오피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명 ‘비대면의 절벽’에서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많은 공유경제 모델이 추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패스트파이브는 이에 대해 숫자로 답했다. “신규 입점 문의는 10% 증가하고, 총 멤버 수는 13% 늘어났다.”

3월 기준 1960개 신규 입점 문의가 패스트파이브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올 1월의 입점 문의는 1782건. 오히려 입점 문의가 10% 늘어났다. 전 지점의 총 멤버 수 역시 1월 기준 1만2814명에서 3월 기준 1만4522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패스트파이브는 큰 회사들이 소규모 팀 단위로 사무공간을 분산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경기 불황에 대한 불안 심리로 인해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부대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기간을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택근무 제도가 공공기관과 대기업까지 번지며 새로운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기존 사무실 운영이 필수적 요소인지에 대해 기업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거점별 오피스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집에서 일하기 어려운 경우나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업무가 생길 것에 대비한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공유 오피스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새로운 니즈를 수용하기 위한 변화도 가능하다.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서비스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공유 오피스의 강점이다. 패스트파이브가 다양한 지점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패파패스’를 출시한 것도 디지털노마드와 같은 새로운 업무 문화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업계 최초로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개원하는 등 입주 멤버의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업계 최초로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개원하는 등 입주 멤버의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패스트파이브는 코로나19로 매출에 영향을 받는 소규모 회사들을 상대로 반값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내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 법률·회계 자문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것도 패스트파이브의 성장과 낮은 공실률의 배경으로 꼽힌다. 패스트파이브는 입주 멤버들에게 SSBC(Space, Service, Benefit, Community)라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이 가치들을 공유 오피스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업무의 기본이 되는 ‘서비스’와 ‘프로모션’뿐 아니라 ‘베네핏’과 ‘커뮤니티’의 영역도 확장하기 위해 컨퍼런스와 세미나, 북클럽 등 행사도 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업계 최초로 역삼동에 공동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해 중소 규모 업체에서 누리기 힘든 복지 혜택을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근로복지공단과 협약해 강북 지역에도 추가로 어린이집을 개원할 예정이다.

현재 업계에서 예상하는 공유 오피스 시장의 잠재 고객은 약 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최소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공유 오피스가 마주한 문제들에 해답을 제시한 패스트파이브는 종합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19년 5월 오픈한 프리미엄 주거 서비스 ‘라이프’는 2개월 만에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지난해 7월에는 회사 확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39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누적 투자액은 7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IPO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이르면 오는 7~8월 중 IPO 예비 심사청구에 나서고 연내 상장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패스트파이브는 IPO에 성공한 1호 공유경제 플랫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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