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대사 ‘결혼’에도 뉴노멀이 왔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7 14:00
  • 호수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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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스몰웨딩’에 긍정적…코로나19로 인한 신(新)풍경도 등장

올해 봄은 역대 최저 혼인 건수를 기록하며 지나갔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고,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일정을 미뤘다. 인륜지대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꼽히는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추세다. 세대와 시대가 결혼에 대한 생각과 결혼 형태를 바꾸고 있다.

결혼 건수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이 6월말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혼인 건수는 1만5670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8%나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1981년 인구동향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폭의 감소다.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결혼 건수가 감소했다. 통계청은 결혼 기피 현상과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더해져 결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4.5%,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특히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결혼 건수를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45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20~40대의 인식 변화가 드러난다.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미혼 남녀는 18.1%에 그쳤다. 3년 전 조사 결과인 20.3%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오히려 절반 이상(54.5%)이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보고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응답은 여성(66.8%)이 남성(42.2%)보다 높았다. 10명 중 3명(29.3%)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월급을 용돈으로 쓰면서 살고, 연애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혼 남녀가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도 기존의 사회관념보다 늦춰졌다. 남성 응답자들은 적정 결혼 연령대(복수응답)로 30~34세(48.3%)와 35~39세(44.7%)를 꼽았다. 여성 응답자들은 30~34세가 결혼 적령기라고 가장 많이 답했고(65.5%), 35~39세(21.4%)라는 응답이 26~29세(10.7%)를 크게 앞질렀다. 결혼이 부럽다는 생각 자체도 줄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는 응답은 29.1%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미혼 남녀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결혼식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절차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체 응답자의 64.4%가 “결혼식이 너무 형식적인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런 인식은 결혼식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태도로도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미혼 남녀들은 화려한 결혼식보다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식을 지향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식(36.1%․중복응답)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32.3%),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는 작은 결혼식(16.8%)을 가장 선호하는 결혼식 유형으로 꼽은 것이다.

스몰웨딩 “합리적”…부모 세대와 인식 차이 존재해

이렇게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달라졌다.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되고, 결혼을 하더라도 기존의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 주례 없는 결혼은 이미 익숙해졌다. 주례사 낭독 대신 신랑·신부 부모님의 덕담, 편지 낭독이 추가됐다. 식당이나 카페, 조용한 근교에서 가족과 친지들, 혹은 친한 친구들만 불러 진행하는 스몰웨딩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형식과 절차가 중요하지 않은 요즘 미혼 남녀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결혼 형태는 스몰웨딩이다.

물론 규모만 작을 뿐 호화롭게 치러지는 호텔 스몰웨딩도 존재하지만, 미혼 남녀들이 선호하는 것은 규모와 비용을 대폭 줄여 ‘결혼 거품’을 뺀 진정한 의미의 스몰웨딩이었다. 스몰웨딩에 대한 이미지는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54.2%(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10명 중 7명이 ‘향후 스몰 웨딩을 생각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성(70.7%)과 여성(69.3%)에서 모두 스몰웨딩을 할 의향이 높았다.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스몰웨딩이 등장할 것 같다는 예상(85%)도 지배적이었고, 일반 결혼식을 밀어내고 스몰웨딩이 대세가 될 것 같다는 인식도 10명 중 4명이 내비쳤다.

허례허식이라도 갖출 것은 갖춰야 한다(16%), 다이아몬드와 보석은 결혼식 때 하는 것이 낫다(20.6%) 등의 인식은 비교적 낮았다. 한 번뿐인 결혼식이기 때문에 멋지고 화려하게 치르고 싶다는 바람도 19.3%에 그쳤다. 오히려 2명 중 1명은 호텔 결혼식과 같은 화려한 결혼식이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스몰웨딩에 대한 인식은 대세가 됐지만, 아직 주변에 스몰웨딩으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결혼식의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전 세대, 부모님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실제로 미혼 남녀 10명 중 6명(60.7%)은 ‘스몰웨딩은 부모 세대에게 잘 이해되지 않는 결혼 문화’라고 바라봤고, 스몰웨딩을 할 경우 부모님의 반응이 어떨지를 묻는 질문에도 ‘찬성하실 것’이라는 낙관적인 대답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 스몰웨딩을 원하는 미혼 남녀들은 많지만 ‘축의금 회수’ 등을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팁’으로 추가적인 피로연 자리 마련이나 스몰웨딩 프레젠테이션 진행 방법 등이 공유되기도 한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튜브 라이브를 활용한 ‘온라인 결혼식’이 열렸다. ⓒKT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튜브 라이브를 활용한 ‘온라인 결혼식’이 열렸다. ⓒKT

노웨딩·온라인 결혼식까지 등장

결혼에 대한 인식의 전환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 역시 결혼의 형태를 다양화시켰다. 일명 ‘노웨딩’까지 등장했다. 결혼식 없는 결혼. 스냅 촬영으로 스튜디오 촬영을 대신하고,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진행되는 결혼이다. ‘예식을 여는 것 자체가 꼭 필요할까’라는 고민이 시국을 타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결혼 날짜를 잡는 것조차 하나의 숙제가 되어 버린 지금의 시대와, 형식적인 결혼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더해져 등장한 결혼 형태다.

유튜브를 활용한 결혼식도 열렸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되던 지난 4월, 일가친척 대부분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어 결혼식을 취소할 것을 고민하던 예비부부에게 KT가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을 지원한 것이다. 하객은 없었지만 유튜브 채팅창에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고, 신랑·신부는 전국 각지에 있는 양가 친척, 지인들과 축하 메시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주고받았다. 가족사진과 하객 단체사진은 실시간 동시 접속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둔 상태로 진행됐다.

온라인 결혼식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절반 이상(53%)이 온라인 결혼식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바라봤고, 10명 중 6명이 지인이 온라인 결혼식을 치른다면 편하게 축하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그 자체만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점, 결혼의 허례허식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온라인 결혼식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는 시각들도 많았다. 다만 스스로 온라인 결혼식을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힌 미혼 남녀의 비율은 16%였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해 온라인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 자체를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도, 부모님 입장에서 거부감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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