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이 보이는 정조의 리더십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7.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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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라면 정조처럼》ㅣ김준혁 지음ㅣ더봄 펴냄ㅣ368쪽ㅣ1만8000원

수원 토박이로서 자칭 ‘정조와 화성(華城) 전문가’ 한신대 김준혁 교수의 신간 《리더라면 정조처럼》의 부제는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 코드 5049’이다. 조선의 대표적 개혁군주 정조는 활을 쏘면 백발백중 신궁(神弓)이었다. 그런데 그는 특이하게도 활을 쏠 때면 50발을 쏘았는데 그 중 49발을 명중시킨 후 마지막 한 발은 과녁이 아닌 허공을 향해 쏘곤 했다. 이것이 주역의 점괘를 뽑는 49개 산가지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 저자는 정조가 오늘날까지 역사에 남는 군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49가지에 맞추는 ‘리더십 코드’를 분석했다.

‘결혼할 자녀 예비 배우자의 됨됨이를 시험하려면 함께 술을 먹어 보라, 화투게임을 해 보라’는 옛말이 있다. 술이 취하도록 먹어보면 그 사람의 못된 술버릇은 없는지, 겉으로 몰랐던 폭력성이 있지는 않은지, 술주정이나 주사를 부리지는 않는지 등등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 화투게임을 해봄으로써 도박을 좋아하는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절이 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술, 노름, 바람’은 패가망신의 주요인이라서 그렇다.

상대적으로 인간적이었던 정조는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신하들과 화합을 위해 술을 자주 마셨다. 그는 주도(酒道)에 대해 엄격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절대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고, 일이 잘 마무리가 되면 함께 축하하며 흠뻑 마시되 실수를 할 정도로 난잡하게 마시면 안 된다는 음주철학을 실천했다. 정조 리더십의 근본은 인류의 보편타당한 경험에 근거한 실용(實用)에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정조의 리더십은 인재등용에서도 빛났다. 함경도 사람들은 세조 때 이시애의 난을 계기로 무과시험에 아예 응시조차 할 수 없는 차별을 받았다. 울분과 설움에 찬 그 지역 백성들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국가가 위기가 처했을 때 전혀 의병을 일으키지 않았고, 오히려 적에게 동조적이었다. 심지어 선조의 장남 임해군을 붙잡아 왜군에게 넘기기까지 했다. 정조는 서북 무사들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영남 사대부들에 대한 차별도 마찬가지로 없앴다.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때때로 지역차별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차별은 결코 그 시대를 발전시키지 못한다. 지역차별은 수레가 양쪽 바퀴로 전진하는 좌우균형을 없애기 때문”이라고 논평한다. 정조처럼 ‘통 큰 마음으로 지역차별 없는 고른 인재등용을 하는 것이 참다운 리더십’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비운의 주인공 사도세자의 아들로 태어난 숙명으로 목숨이 위태했던 위기를 딛고 왕위에 오르고, 개혁군주로서 반대파들의 저항을 제압할 수 있었던 정조 리더십 코드 5049는 끊임없는 공부, 시대변화 포착, 선공후사(先公後私), 상박하후(上薄下厚),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소통, 군신협치, 솔선수범, 포용으로 무장된 통치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바야흐로 정조의 리더십을 알면 2022년 대선이 훤히 보인다 할 것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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