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노쇠는 피할 수 있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1 10: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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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명이 만든 ‘노쇠 예방 7대 수칙’

‘[명사] 늙어서 쇠약하고 기운이 별로 없음.’ 사전이 정의한 노쇠(老衰)의 의미다. 노인 의학에서는 노쇠를 장애 전 단계로 본다. 그러니까 어떤 요인에 대응하는 능력이 약화해 장애, 입원, 사망과 같은 부정적인 건강 결과로 이어질 정도로 취약한 상태를 말한다.

노쇠한 사람은 낙상과 골절 위험이 크고, 일상생활(식사하기, 옷 갈아입기, 장 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에 지장을 주는 신체장애 발생률이 일반 사람보다 2~4배, 치매 발생률은 2배, 요양시설에 입소할 위험은 6배, 위암이나 심장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사망률이 3~4배 더 높다고 보고돼 있다.

걷다가 넘어지는 것이 노화 때문이라면 앉았다가 일어설 때 주저앉게 되면 노쇠일 가능성이 크다. 장을 본 물건을 들기가 점점 힘들어지면 노쇠가 진행 중이다. 계단 10개 정도를 잘 오르던 사람이 힘에 부치게 된 것도 노쇠 탓이다. 이런 현상은 노인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에게도 생긴다. 따라서 노쇠는 나이와 무관하게 나타난다.

자연적인 현상인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노쇠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국내 전문가 10명이 모여 관련 연구 결과를 분석한 후 ‘노쇠 예방 7대 수칙’을 만들었다. 이 수칙을 발표한 이윤환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나이를 먹는다고 다 노쇠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노쇠는 예방이 가능하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7대 수칙을 잘 지키면 노쇠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함께 노쇠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

이윤환 아주대의대 교수 ⓒ아주대의대 제공
이윤환 아주대의대 교수 ⓒ아주대의대 제공

노쇠 예방 7대 수칙은 어떻게 선정한 것인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4년간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보고된 논문 5853편을 고찰했다. 특히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쇠에 영향을 주는 요인 즉 운동, 영양, 흡연, 사회활동, 만성질환 관리 등을 1년 이상 추적 관찰한 코호트 연구를 분석했다. 최종 29편 논문을 선정해 7개 영역(회복 탄력성, 구강 건강, 다양한 식이, 금연, 만성질환 관리, 사회참여, 신체활동)에서 예방 수칙 권고를 결정했다. 최종 수칙 결정에는 국내 9대 대학의 의료(4명), 운동(3명), 영양(3명) 분야 전문가 10명이 참여했다.”

노쇠 예방 7대 수칙은 어떤 것인가.

“건강하게 마음 다스리기, 강한 치아 만들기, 가려 먹지 말고 충분히 식사하기, 화를 높이는 담배를 멀리하기, 만성질환 관리하기,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성실하게 운동하기다. 앞글자를 따서 ‘건강 가화만사성’이라고 외우면 쉽다. 평소 주변에서 많이 듣거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항들로 구성했다.”

건강하게 마음 다스리기는 무엇을 말하는가.

“건강하게 마음 다스리기는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우울 증상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권고다. 긍정적인 정서는 노쇠 발생 위험을 8% 줄여준다. 우울 증상이 많아지면 노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심하면 그 위험이 2.2배까지 증가한다. 매사에 흥미가 없고 무관심하거나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면 노쇠 발생 위험이 각각 2.9배와 1.9배 증가한다. 이와 같은 노년기의 심리적 어려움은 전문가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어떤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가.

“가장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생각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약물 처방이 가능하며 노인정신건강 전임의 과정을 거친 경우 더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별로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이용할 수 있다. 이 센터는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증진사업을 수행한다.”

치아가 건강하지 않으면 노쇠 위험이 얼마나 커지나.

“치아 하나를 잃을 때마다 노쇠 위험이 5% 올라간다. 반대로 치아 하나를 보존할수록 그 위험은 5% 감소한다. 씹는 힘이 약하면 노쇠 발생 위험이 2.8배 증가하고 잇몸병이 중한 경우 노쇠 발생 위험이 2.1배 커진다. 치아 상실은 다양한 영양소(단백질, 칼슘, 항산화 비타민)와 식품(채소, 육류) 섭취를 통한 영양 균형을 어렵게 해 근육량, 근력, 신체 실행능력 감소를 초래해 노쇠를 유발한다. 치아 상실에 따른 부정확한 발음, 외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자긍심 저하는 사회적 관계와 의사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도 노쇠의 위험을 높인다. 하루 세 번 칫솔질하는 것이 중요하다. 틀니를 착용하는 경우는 매일 씻어 관리해야 한다. 6개월마다 구강 검진을 하고 치석을 제거하는 게 이롭다.”

수칙에 음식을 가려 먹지 말고 충분히 먹으라고 했는데 어떤 음식을 신경 써서 먹어야 할까.

“노년기에는 식습관이 고정되고 식사 준비가 어려워 밥과 김치 또는 인스턴트식품으로 간단하게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편식은 노쇠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의식적으로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노쇠 예방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섭취가 중요하다. 이런 성분이 많은 식품으로는 생선, 과일, 채소, 유제품, 살코기 등이 있고 이를 골고루 그리고 충분히 먹는 게 바람직하다.”

금연은 당연한 수칙 같은데 흡연력이 긴 고령자가 금연해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흡연자에게서 노쇠 발생 위험은 1.5~2.9배 증가한다. 금연은 지금 시작해도 된다. 금연은 노년기에 시작하더라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만성질환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 노년기에는 이런저런 약을 많이 먹게 되는데 6개 이상을 복용하면 노쇠 발생 위험이 5.6배 증가한다. 의사와 함께 복용 중인 약을 평가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간과하기 쉬운 건강 문제로 시력과 청력 저하가 있다. 노쇠 발생 위험이 시력 손상으로 2.1배, 청력 손상으로 1.4배 높아지므로 시청각에 이상이 있는 경우 안과와 이비인후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청각에 이상이 있는 경우란 어떤 때를 말하는가.

“예전보다 시력이나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대개 본인이 느낀다. 주관적인 판단이어서 애매하지만 이런 느낌이 들 때는 노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 황반 변성 등 노년기 시력 상실 원인을 일찍 발견할 수 있다. 청력 상실 원인인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당뇨, 흡연, 음주, 소음, 환경 요인 등도 의사의 지침에 따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자주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팁이 있다면.

“사회활동이 줄어들고 사회적 역할이나 관계가 약해지는 경우 노쇠 발생 위험이 3.9배 증가한다. 외출을 자주 하고, 친구와 어울리고, 친구와 가족을 돕고, 함께 살고, 매일 누군가와 대화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전화로 대화할 친구를 가지는 것이 노쇠 예방법이다. 이런 것들을 혼자 하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다. 지역사회의 공적 기관인 노인복지관,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노년기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기관에서도 ‘공유 주방’과 같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배우자의 우울 증상은 자신의 우울 증상 위험을 높이고 배우자의 노쇠는 본인의 노쇠 발생 위험을 높인다. 노년기의 노쇠 예방은 자신만 노력하는 것보다는 배우자와 함께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노쇠를 예방하려면 어느 정도 신체활동이 필요한가.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어떤 신체활동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성인은 일주일에 중간 정도 강도로 150~300분, 격렬한 강도로 75~150분, 혹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300분 넘게 중등도 강도로 신체활동을 하면 추가적인 건강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노인은 자신의 체력에 맞춰 신체활동의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운동량이 일주일에 150분에 미달한다면 능력에 맞춰 최대한 활동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다. 노쇠는 말 그대로 취약한 상태이므로 운동할 때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어떤 운동을 하는 것이 이로운가.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균형운동을 골고루 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산소운동을 하면서 좌식 생활을 줄이면 기능 저하를 막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유산소운동은 중간 강도로 하는 게 좋다. 앉아 있는 것은 0점이고 최고의 노력을 10점이라고 하면 최소한 5~6점 강도로 해야 호흡수와 심박수가 분명하게 증가한다. 걷기, 춤, 수영, 수중 에어로빅, 조깅, 에어로빅, 일부 형태의 요가, 자전거 타기, 정원 작업, 골프 도중 걷기 등이 좋다.

근력운동(저항성 운동)을 하면 나이가 들었더라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릴 뿐 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까지 근력을 키울 수 있다. 근력운동은 일상활동보다 근육을 더 많은 사용하는 것이다. 무게, 세트, 반복 횟수가 잦을수록 근육은 더 강해진다. 운동밴드를 이용한 운동, 웨이트기계를 이용한 운동, 체중 운동(푸시업, 풀럼, 프랭크, 스쿼트 등), 정원 작업 중 땅파기, 들기, 식료품 운반 등이 좋다.

균형운동은 낙상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보행 능력을 향상시킨다. 발 앞부분과 뒤꿈치를 붙여서 걷기, 앉은 자세에서 손을 짚지 않고 일어나기 등을 추천한다. 능력이 된다면 워블 보드(균형운동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지금까지 살펴본 7대 수칙을 실천하면 노쇠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나.

“노쇠 예방 효과를 평가하려면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오래 걸리고 대상자 모집에도 현실적으로 제한이 많다. 다만 지역사회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삼아 수칙의 내용이 위해가 적고 거부감 없이 실천 가능한 것들을 수칙으로 정한 것이니만큼 최소한 이 정도를 실천해야 노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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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 예방 7대 수칙

1 건강하게 마음 다스리기

긍정적인 정서는 노쇠 발생 위험을 8% 줄여준다. 반면에 우울 증상이 많아지면 노쇠 발생 위험이 커지는데 그 위험이 최고 2.2배까지 증가한다. 매사에 흥미가 없고 무관심하거나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면 노쇠 발생 위험이 각각 2.9배와 1.9배 커진다. 이와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면 전문가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강한 치아 만들기

노년기에 보존된 치아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노쇠 발생 위험이 5%씩 감소한다. 즉 치아를 하나 잃으면 노쇠 발생 위험이 5%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씹는 힘이 약하면 노쇠 발생 위험이 2.8배 증가하고 잇몸병이 중한 경우에는 2.1배 높아진다. 하루 세 번 칫솔질하고 틀니를 착용하는 경우라면 매일 씻어 관리해야 한다. 6개월마다 구강 검진과 치석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3 가려 먹지 말고 충분히 식사하기

음식은 골고루 그리고 충분히 먹는 것이 노쇠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노년기에는 식습관이 고정되고 식사 준비가 어려워 밥과 김치 또는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이는 노쇠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의식적으로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특히 생선류, 과일, 채소, 저지방 우유나 요구르트 등이 좋다. 이런 음식은 대부분 비타민(B군이나 D)이 많아 권장량 이상 충분히 섭취하면 노쇠 발생 위험을 줄인다. 그리고 저체중(BMI 18.5 미만)이면 노쇠 발생 위험이 1.7배 증가하고 고도 비만(BMI 30 이상)도 노쇠 발생 위험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진다. 이런 사람은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4 화를 높이는 담배를 멀리하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노쇠 발생 위험이 1.5~2.9배 높다. 흡연은 노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위해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금연은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 당장 시작해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5 만성질환 관리하기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 골다공증, 대사증후군, 관절염은 노쇠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정기적으로 의사와 상담하면서 이런 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6개 이상 약물을 먹는 사람은 노쇠 발생 위험이 5.6배 증가한다.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평가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약물은 중단할 필요가 있다. 간과하기 쉬운 건강 문제가 시력과 청력 저하다. 노쇠 발생 위험이 시력 손상에서 2.1배, 청력 손상에서 1.4배 높아지므로 시청각에 이상이 있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한다.

6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사회활동이 줄어들고 사회적 역할이나 관계가 약해지면 노쇠 발생 위험이 3.9배 증가한다. 되도록 자주 외출하고 친구와 자주 왕래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매일 주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것이 어렵다면 전화를 통해서라도 대화하는 것이 좋다. 배우자의 우울 증상과 노쇠는 자신의 우울과 노쇠 발생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배우자와 함께 노쇠 예방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7 성실하게 운동하기

근력운동(저항성 운동)을 꾸준히 하면 나이가 들었더라도 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까지 근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상 동작과 유사한 근력운동을 추천한다. 유산소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좌식 생활을 줄이면 기능 저하를 막고 평균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균형운동을 꾸준히 하면 낙상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보행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신체활동은 노쇠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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