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 늘어났다
  •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8 10: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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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환경 형성돼 수도권의 지진 발생 시기 앞당겨질 것

지난 4월말 해남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진은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됐다. 보름간 400여 회가 발생했다. 가장 큰 지진은 5월3일 발생한 규모 3.1이었고 대부분의 지진이 규모 2 이하의 미소 지진이었다. 이 지진은 20~22km 깊이에서 가로 500m, 깊이 300m 정도 되는 좁은 단층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일련의 지진에서 배출된 힘은 단층면을 따라 북서-남동 방향으로 누적됐다. 단층면을 따라 지진의 추가 발생도 예상할 수 있다. 주목되는 점은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은 20km 내외의 깊은 깊이에서 이런 군집형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한반도의 군집형 지진 발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 짧은 기간에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보령 앞바다에서는 규모 0.7~3.5의 지진이 3개월간 108회 발생했다. 백령도 근해에서는 약 6개월간 최대 규모 4.9에 이르는 지진이 45회 발생했다. 해남, 보령 앞바다, 백령도 근해의 군집형 지진 모두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

2011년 규모 9.0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1200km가량 떨어진 일본 열도 동쪽 해양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한반도는 진앙 방향으로 동해안과 울릉도 지역은 5cm가량, 서해안과 백령도 지역은 2cm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3cm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 결과 한반도 지각의 강도가 낮아지고 지진파 속도도 3% 감소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 특성이 변화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내 응력 불균형이 발생하고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 임계치가 낮아지면서 응력이 쌓여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증가했다. 동일본 대지진 전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횟수는 규모 2 이상의 지진이 연 20~30회 수준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횟수가 크게 늘어 연 50~60회 수준을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가 2배 상승했다.

2017년 11월 발생한 지진으로 금이 간 포항의 한 원룸 건물을 한국건축구조기술사 관계자가 둘러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2017년 11월 발생한 지진으로 금이 간 포항의 한 원룸 건물을 한국건축구조기술사 관계자가 둘러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한반도 지진은 규모 작아도 큰 피해 예상

큰 지진 발생 횟수도 크게 늘어났다. 1978년부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까지 33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은 모두 5차례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9년간 규모 5 이상 지진이 5차례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비해 규모 5 이상의 지진 발생 빈도가 3.7배 증가했다. 이렇듯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횟수와 발생 지진의 크기가 커졌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새로운 한반도 지진 환경이 만들어지고 한반도 지진 환경의 새 표준이 생긴 셈이다. 이번 해남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뉴 노멀 지진 환경을 방증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도시도 많고 고층 건물과 주요 사회 기간시설물도 많다. 도시에 인접해 발생하는 지진의 경우 그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발생하는 지진의 깊이가 얕다. 한반도의 지진은 깊이 4~16km 내외의 깊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깊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가 거의 감소되지 않은 채 지표에 전달된다. 지진 규모가 작더라도 얕은 진원 깊이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2010년 1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으로 31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좋은 예다.

한반도 지진이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지진의 긴 재래주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판 내부에 위치하다 보니 응력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으니 지하의 활성 단층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 또 지진활동이 낮은 단층은 단층면이 지표에 노출되기 어렵다. 한반도 지진은 숨겨진 지뢰와도 같다.

한반도 지진의 뉴 노멀 환경에서의 지진 대비는 과거 지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역사기록물은 과거 지진 발생 이력 확인에 좋은 자료다.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 다양한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1900회가량의 지진 피해 기록이 있다. 역사기록물에 나타난 지진 기록에서 주목되는 점은 수도권 지역에서의 큰 지진 발생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지진 피해 기록 분석을 통해 수도권 지역에서 지진 규모가 5.3~6.8로 평가되는 6차례의 지진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은 경기 육괴라 불리는 단단한 화강암질 지반 위에 있다. 지반이 안정하고 견고해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 누적량에 도달하는 데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진 발생 재래주기가 길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뉴 노멀 환경은 수도권 지진의 발생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을 보여준다.

 

적극적 조사·연구와 대비로 피해 예방해야

수도권 지역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수도권 지진 유발 단층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소 지진 탐지와 인공위성을 활용한 지표 변위 조사를 통해 잠재적 단층 위치를 확인하고 정밀 물리 탐사가 병행될 예정이다. 이 연구를 통해 수도권 지역 지진 잠재성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과적으로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지진동의 추정과 이에 대한 적절한 내진 성능 향상이 필요하다. 지진 취약 건물 파악과 적절한 보강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건축물과 하수처리시설, 학교 건물의 내진 성능 확보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제작되는 국가지진위험지도는 예상 지진동과 재래주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요구되는 내진 성능을 파악할 수 있다.

그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한반도 지진 잠재성이 다각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변화된 한반도 지진 환경에서 한반도 지진 잠재성은 위협 요소임이 분명하다. 한 차례 지진 발생으로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적극적인 조사·연구와 적절한 대비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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