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시대에는 프리랜서가 대세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6 15: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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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매칭해 주는 비정형 프로젝트 사업모델 각광받을 전망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업 상담이 엄청 늘어났다. 그만큼 고용센터 업무는 과부하가 걸렸다. 그래서 400명의 상담사를 뽑으려 했다가 1000명으로 늘려 채용했다. 그래 봐야 5개월 단기 계약직인데 지원자가 폭증하고 있다. 취업 지원을 위한 상담사는 늘리는 반면, 채용하겠다는 기업은 많이 줄어들었다. 어떻게 취업시켜야 할지 저희도 답답하다.”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한 고용센터 직원에게 요즘 “취업상황이 어떤가?”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언급한 고용센터는 저소득층(1유형)을 대상으로 취업 지원 상담을 하고, 민간 위탁기관은 34세 이하 청년층(제2유형)을 대상으로 취업을 지원한다.

일반인의 경우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상담해 주고 있다. 참고로 국민내일배움카드는 공무원, 대기업 근로자, 고소득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소득분위에 따라 300만~500만원을 5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직업훈련을 받고 싶은 근로자도 가능하다.

7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출범식에서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출범식에서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찰 통해 프리랜서 임금 정하는 방식도

같은 날, 일본의 권위 있는 잡지 ‘프레지던트 온라인’판에는 한국 청년과의 인터뷰가 톱뉴스에 랭크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이 청년은 “왜 일본까지 와서 편의점에서 일하는가”라고 묻자, “한국은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다. 어렵게 취업한다고 해도 임금 격차가 심하다”고 했다.    

빅테크(Big Tech)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ʼ 시대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일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고용조정을 시행한 기업들조차 다시 채용하는 일은 어려운 상황이라고들 한다. 그야말로 일자리 팬데믹 상태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노동계약에 의해 일하는 ‘직업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업무계약에 의해 한시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이른바 비정형 프로젝트 시대다. 이에 따라 이들을 연결해 주는 비정형 프로젝트 비즈니스 모델이 날개를 달았다.

선봉에 선 플랫폼으로는 2009년 호주 시드니에서 창업한 ‘프리랜서(Freelancer)’가 꼽힌다. 이곳에서는 고용주가 입찰을 통해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자신의 역량을 소개하면 여러 고용주가 입찰을 통해 임금을 결정하는 일종의 일자리 경매 방식이다.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IT직군으로 전체 매칭에서 34%에 이른다. 다음으로는 디자인, 아키텍처(architecture) 분야며, 콘텐츠 개발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매칭이 성사될 경우 10%의 수수료(fee)를 받는 게 수익모델이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로 런던과 밴쿠버, 자카르타 등 세계 50여 개 지역에 진출했고, 미국의 에스크로(Escrow) 서비스 업체를 인수해 사업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 에스크로는 ‘계약행위를 이행하기 위한 서류를 보험회사, 은행 등에 맡겨 리스크를 줄이는 일’을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업워크(Upwork)’는 기업과 프리랜서가 원격으로 공동작업을 수행하는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이다. 공동작업 형태는 연구형 프로젝트와 장기 혹은 단기 계약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현재 1300만 명의 프리랜서와 600만 명의 기업고객이 등록돼 있다.

고객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기업이 선호하는 직군은 모바일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인 분야다. 그 외에도 데이터과학, 건축엔지니어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을 통해 매년 3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연간 15억 달러 이상의 매출로 2018년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업워크와 쌍벽을 이루는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으로는 ‘파이버(Fiverr)’가 있다. 업워크가 IT인력 중심이라면 파이버는 주로 영상편집 관련 전문가 및 번역가 등을 매칭해 주는 것이 다르다. 2010년 창업 당시부터 벤처캐피털로부터 관심을 받아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7년 영국에서 출발한 ‘피플퍼아워(PeoplePerHour)’는 숙련된 프리랜서만을 대상으로 매칭해 주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주로 퇴직자를 연결해 주는 만큼 정부의 관심도 크다. 실제로 영국 통계청은 피플퍼아워를 통해 새롭게 일자리를 얻은 퇴직자가 137%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량 있는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일자리 시장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빅테크 시대에는 경기적 일자리보다 구조적 일자리가 더욱 필요한 시대임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은 대상 인력의 차별화만으로 승부할 수 있을까. 다음 예를 보자.

 

전문가 연결해 주는 시장 더 커져

프리랜서를 중개하는 ‘구루닷컴(Guru.com)’은 인터넷 붐이 한창이던 19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창업했다. 주로 단기 계약이 필요한 일자리를 연결하는 이른바 온라인정보센터였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04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업인 유니크루(Unicru)에 인수됐다. 이유는 매칭기술이 뒷받침된 유니크루가 단순히 일자리 매칭만을 하는 구루닷컴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유니크루는 구직자들의 평가를 통해 특성을 찾아내고, 이에 적합한 일자리와 연결해 주는 인적자원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구루닷컴을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한 유니크루는 다시 ‘크로노스(Kronos)’에 팔렸다. 그 배경은 사후관리에 있다. 크로노스는 구직자 특성에 맞는 일자리 매칭 후 교육과 고객사를 위한 HR(Human Resource) 컨설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록인(Rock in)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즉 ‘일자리 단순 매칭→적성에 맞는 일자리 매칭→매칭 후 사후관리’ 등으로 점차 고도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의 니즈(Needs)를 기반으로 수직 통합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방법이 자체적인 액셀러레이팅이든 인수합병(M&A)을 통한 해결하든 꼭 필요한 성장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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