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연이어 쓰러진 민주당 단체장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0 13:45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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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미투 정당’ ‘성범죄 정당’ 오명에 당혹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받은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자체도 충격이지만, 또 다시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연루된 미투 의혹이 제기돼서다.

전날 오후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일부 언론에서 그의 미투 의혹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박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그의 전직 비서가 최근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소인은 지난 8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을 찾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시사저널·연합뉴스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시사저널·연합뉴스

2년4개월 새 세 번째 단체장 ‘미투’

불과 2년4개월 사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미투’ 사건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이번 박 시장까지 세 차례나 발생했다. 특히 안 전 지사에 이어 박 시장 역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돼 온 터라 한동안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3월 발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사건은 당시 ‘미투’ 운동에 제대로 불을 지핀 가장 충격적이고도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자 안 전 지사는 이튿날 “책임을 지겠다”며 충남도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이었다. 오랜 법정 싸움 끝에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2심 판결 그대로 징역 3년6개월을 최종 선고했다.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안 전 지사를 제명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결국 2년 만에 민주당에서 이와 비슷한 광역자치단체장의 미투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 전 시장은 곧장 사실을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해당 사건이 4·15 총선 직후 공개된 탓에 당에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사건 폭로를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 때와 마찬가지로 오 전 시장을 곧바로 제명 처리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미투 사건을 교훈 삼아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단속해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순 없었다.

이 외에도 민병두·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등 지난 2년여 동안 여권 내 성범죄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의혹이 제기된 직후 각각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내 번복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총선 당시 민주당 인재 영입 2호인 원종건씨는 자신의 옛 여자친구로부터 미투 폭로를 당했으며, 김남국 의원 역시 과거 팟캐스트에 출연해 여성에 대한 품평회를 열었다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박 시장 사건까지 더해져 민주당은 ‘미투 정당’ ‘성범죄 정당’이라는 지울 수 없는 ‘오명’에서 더욱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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