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7 15: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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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종류 때문⋯에너지 밀도와 당 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바꿔야  

체중 조절을 위해 병·의원을 찾는 많은 사람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호소한다. 사실 물은 열량이 없어 아무리 많이 마셔도 살이 찔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이러한 호소의 의미는 항상 조금 먹고 체중 조절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체중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고도비만인 사람은 자신은 정말 적은 양만 먹는데 체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소식하는 데도 살이 찌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째 이유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 위주로 먹는 식습관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란 일정 중량의 식품에 들어 있는 열량을 말한다. 같은 양의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식품을 먹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는 경우보다 더 적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식품의 에너지 밀도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가에 좌우된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채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1g에 9kcal나 되는 지방이 많이 함유된 버터는 에너지 밀도가 높다. 채소, 과일, 통곡류, 살코기 등의 식품은 에너지 밀도가 낮을 뿐 아니라 포만감이 커서 과식을 막는 효과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식품 위주로 먹으면 충분한 양을 먹더라도 섭취 열량을 낮게 유지할 수 있어 체중 조절에 유리하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채소를 많이 먹고 지방이 적은 음식 위주로 먹는 방법으로 식사의 평균 에너지 밀도를 낮추면 섭취 열량이 줄어들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식품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A, 비타민C, 엽산 등이 많고 영양학적으로도 더 우수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살 빼는 방법

소식을 하는데도 살이 찌는 두 번째 이유는 당 지수가 높은 음식 위주로 먹는 식습관이다. 당 지수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할 때 혈당을 높이는 속도와 크기를 말한다. 식후 혈당 상승 속도가 빠를수록 혈중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면서 체지방 축적이 늘어난다. 당 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로 식사를 하면 같은 열량의 음식을 먹더라도 체지방 축적이 덜 되기 때문에 좀 더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을 뿐 아니라 포만감도 느끼고 변비도 개선돼 스트레스 없이 체중 조절을 할 수 있다.

흰밥 대신 잡곡밥, 현미밥, 보리밥으로 바꾸고 흰 소면이나 우동 대신 메밀국수를 먹으면 당 지수를 낮출 수 있다. 식빵 대신 통밀빵을 먹고 주스 대신 생과일을 먹는 것도 당 지수를 낮추는 방법이다. 그리고 살코기나 생선 등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면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커져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소식하는데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면 일주일 정도 식사일기를 쓴 다음 식단을 살펴보자. 삼겹살, 닭튀김, 버터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을 자주 먹는다면 등심, 닭구이, 채소 등으로 바꿔 먹도록 하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탄산음료, 국수, 빵 등 당 지수가 높은 식품을 자주 먹는다면 과일, 잡곡밥, 메밀국수, 나물, 해조류로 바꾸어 먹도록 하자. 식사량을 줄이기보다는 에너지 밀도와 당 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바꾸면 배고프지 않은 채 체중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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