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퍼즐게임 즐기듯 끊임없이 고민하며 촬영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1 12: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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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수목극 《악의 꽃》으로 2년 만에 컴백

최근 배우 이준기의 소속사인 나무 엑터스의 김종도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나무 엑터스는 수많은 톱 배우를 거느린 국내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사다. “소속 배우 중 가장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강한 배우는 누구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준기를 꼽았다. 다방면에 끼가 많은 ‘본 투 비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2004년 영화 《호텔 비너스》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인 2005년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공길’ 역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는 수식어로 영화판에 돌풍을 일으키며 그해 가장 핫한 배우가 됐다. 이후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 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 《달의 연인 –보보경경 려》 《크리미널 마인드》 《무법 변호사》 등에 출연하는 등 사극과 시대극, 현대극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그가 오랜만에 컴백했다. tvN 드라마 《무법 변호사》(2018) 이후 2년 만이다. 그가 선택한 tvN 새 수목극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이준기 분)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고밀도 감성 추적극이다. ‘14년간 사랑해 온 남편이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면?’이라는 파격적인 화두를 던지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들, 예측불가 사건의 전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적기를 담아낸다. 무엇보다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의 기로들을 예고, 애틋한 멜로와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오가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극 중 이준기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다감한 아빠지만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진 남자 ‘백희성’으로 분한다. 드라마 《자백》 《공항 가는 길》로 장르를 불문하고 명품 연출을 입증한 김철규 감독과 탄탄한 필력으로 예측불가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유정희 작가의 만남이 더해져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른바 작가·감독·배우 ‘작감배’의 삼각형을 꽉 채우는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게 만든다.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는 “《악의 꽃》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의 외향을 쓴 멜로드라마”라고 명료하게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미스터리와 멜로라는 상반되는 장르가 굉장히 팽팽하게 맞서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다. 충격적인 사건과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주인공들은 사건의 진실을 숨 가쁘게 쫓아간다. 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이야기를 바라보면 결국 인물들이 사랑을 회복하고 완성해 가는 서사구조를 띤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악의 꽃》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준기를 만났다.

ⓒtvN
ⓒtvN

오랜만의 복귀다.

“작품으로 치면 2년 만이다. 많이 설레고 부담도 된다. 이 작품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어려운 도전을 맞이할 때 어떤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퍼즐과도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맞춰 나가며 완성시켜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촬영 중이다. 동시에 이러한 퍼즐게임을 즐기는 중이기도 하다. 시청자분들께서도 하나의 인간 군상의 퍼즐로 사랑, 믿음, 배반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새로운 시도가 좋았다. 그만큼 쉬운 신이 없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모습과 부부의 멜로, 동시에 살인마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잔혹한 과거를 지나 지금을 지키고자 하는 치열함, 진실을 감추려는 인간의 집요함 등 극단적인 면모들을 어떻게 하면 잘 녹여내 표현할지 도전처럼 느껴졌다. 제가 이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 배우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하지만 문채원씨가 매력적인 ‘백희성’ 캐릭터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용기를 줬고, 무엇보다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퍼즐 맞추기 같은 이 배역을 즐기게 됐다.”

 

문채원과는 두 번째 호흡이다(두 사람은 지난 2017년 tvN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에서 부부 역할로 재회했다).

“《크리미널 마인드》 때는 저와 채원씨 모두 프로파일러라는 직업 안에서 팀원으로서 만났다. 당시에 능력 있고 아름다운 배우와 사건만 해결하기에는 소모적이라는 마음이 들었고, 그 시간들이 어찌 보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채원씨와 멜로를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꿈을 이루게 돼서 기쁘다.”

 

이에 문채원은 이준기와 재회한 소감에 대해 학창 시절 그의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한국영화가 붐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영화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는데 그때 영화 《왕의 남자》가 개봉해 한국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 영화를 보고 이준기씨의 팬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3년 전에 작품을 함께할 때도 사람 일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하는 부부 연기를 이준기씨와 함께 하게 됐다. 아쉬움 없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화답했다.

 

어려운 점은 없나.

“제 모습이 방송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배우의 모습 역시 대본과 다른 것 같아 설렌다. 배우라면 매 작품마다 자기 복제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여러 작품을 하다 보면 그런데, 그런 것들을 잊고 새로운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 녹아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너무 냉정하게 보시지 마시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악의 꽃》 관전 포인트

1. 변신의 꽃 – 이준기X문채원X장희진X서현우의 새로운 연기의 결

《악의 꽃》을 이끄는 네 배우는 기존과 달라진 연기 결을 피워낸다. 먼저 이준기와 문채원이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부부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14년 동안 사랑해 온 백희성과 차지원을 통해 기존에 보여준 적 없는 멜로 연기를 예고하는 것. 또한 아내와 딸을 향한 다정다감한 미소와 그 속에 감춘 날 선 예민함으로 온냉(溫冷) 온도차를 보일 이준기, 예리한 감을 가진 강력계 형사와 가족 앞에선 무장해제되는 천진난만한 아내를 오갈 문채원의 반전 매력 역시 주목 포인트다. 이어 끔찍한 진실을 홀로 감당해 온 여자 도해수 역을 맡은 장희진은 가녀린 비주얼 속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위태로운 분위기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서현우는 특종을 쫓지만 내면에 인간적인 갈등이 있는 기자 김무진으로 분해 누군가와 날 선 대립각을 이루며 긴장감을 형성하고 때로는 능청스러움으로 유쾌함을 터뜨리는 완급 조절자로 활약한다.

 

2. 추적의 꽃 – 심장이 쫄깃! 예측불가 독창적인 전개

화목한 가정과 범죄 현장, 범인을 쫓는 강력계 형사와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편. 이 아이러니한 대비만으로도 이미 심장을 쫄깃하게 조인다. 또한 극 중 차지원을 비롯해 강력계 형사들이 파헤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더욱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숨 가쁘고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더한다. 그 가운데 특종을 잡으려는 김무진을 비롯해 의구심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등장, 미스터리한 단서들을 통해 사건은 더욱 예측불가의 양상으로 뻗어갈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극이 전개될수록 임팩트 있는 인물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독창적인 추적극이 펼쳐진다.

 

3. 멜로의 꽃 – 아슬아슬 서스펜스 속 애틋함

연출을 맡은 김철규 감독과 이준기, 문채원이 모두 입을 모아 ‘멜로’를 키(Key) 포인트로 꼽는다. 이에 가장 서로를 믿었고 가장 사랑했던 두 부부 사이의 믿음과 진실, 그 속에서 피어난 의심과 거짓에 관한 이야기인 《악의 꽃》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밀도 높은 감성으로 시청자들을 흠뻑 적실 예정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부부 백희성과 차지원의 진실 추적극 속 애틋한 멜로와 아슬아슬한 서스펜스가 어떤 향방으로 흐르게 될지 궁금증이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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