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질문들 [최준영의 경제 바로 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2 10: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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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의 과밀화 현상은 정말 사라질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수도 이전’ 발언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참여정부 이후 10여 년 만에 수도 이전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논의는 이미 상당히 완성된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 조성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여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분명한 목표도 있다. 

수도 이전은 1970년대 초반부터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베트남 패망과 북한의 남침 위협이 높아지던 시절이다. 한국전쟁 당시 3일 만에 서울을 점령당했던 악몽이 생생하던 시기라 수도 이전 논의는 다양하게 진행됐다. 그 결과물이 일부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한강 이남 이전이었다. 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 강남 개발사업이었다. 1971년 11월29일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는 수도 이전에 대한 박병배 신민당 의원의 질의에 일부 행정기관을 대전으로 옮기는 계획을 진행 중이지만 수도 이전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군 지휘본부는 전시에도 서울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잠잠해지던 수도 이전 논의는 1973년 일본의 수도 이전 검토로 다시 촉발됐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함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수도 이전 구상을 위한 조사비를 예산에 포함시켜 수도 이전을 공식화했다. 일본의 수도 이전 논의는 1964년 인구 30만 명의 새 도시를 만들어 국회와 내각, 최고재판소 등 국가 중앙기관을 이전한다는 고(故) 노이치로 건설상의 천도론에서 시작됐다. 1976년 새 수도 이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구체화됐고 이후 198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논의됐다.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꾸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꾸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50년 넘게 논의된 행정수도 이전의 역사

일본의 논의는 당시 650만 명에 다다른 서울의 인구 과밀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수도 이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1974년 10월3일 경향신문 사설은 서울 인구 문제 해결은 강남으로의 이전으로 해결할 수 없고, 중앙 행정기관의 이전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1977년 2월10일 박정희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 계획 발표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1975년 서울의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은 수도 이전밖에 없음을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밝혔고, 1976년 당시 건설부에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수립을 지시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한 방안으로 행정수도 건립을 추진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행정수도 백지계획’ 수립이 1977년 3월부터 시작돼 2년의 작업 끝에 1979년 5월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지금의 세종시 위치에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는 1977년 ‘임시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공포했다. 참여정부 시절 시작됐던 수도 이전 역시 과거의 이런 계획과 논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7월20일 행정중심 복합도시 기공식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계획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의 배경과 논의는 5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셈이다. 

2020년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과거와 달리 ‘주택가격’이라는 매우 특정한 주제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특징이다. 2017년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단순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로는 불가능하고,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 추세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에서 다시 행정수도 건설 논의가 시작됐다. 단기적인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수도 이전을 검토한다는 점이 과거 논의와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실제로 행정수도를 건설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인가 여부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에 2500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력 측면에서도 서울과 수도권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집중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은 높은 주택가격을 부담할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으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은 지방으로부터 부의 이전을 가져와 지방의 축소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과연 행정기관과 국회, 그리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완화되거나 반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흐름을 살펴보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2012년부터 진행된 세종으로의 중앙 행정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이주는 거의 마무리됐지만 이와 관계없이 서울의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비중과 역할이 압도적이었던 1970년대와 달리 2020년의 대한민국에서 행정기관과 국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징적인 면을 제외하면 크지 않다. 대규모 발주처인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관련 기업들은 여전히 서울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발언 이후 세종시의 아파트 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7월27일 세종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발언 이후 세종시의 아파트 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7월27일 세종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수도권에 대한 억제정책 유지 여부도 변수 

국회와 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이 가져오는 효과는 단기적인 주택가격 안정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정치와 행정이 서울로부터 분리됨으로써 서울의 중심효과가 완화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일은 정치 및 행정기관 구성원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지방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서울의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지방의 문제는 작게 다뤄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이런 추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행정수도 건설 및 이전과 관련해 논의돼야 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세종으로의 이전 이후 서울 및 수도권에 대한 억제정책 유지 여부다. 수도권 정비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 대상이던 서울과 수도권이 규제에서 풀려날 경우 집중현상은 오히려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인적자원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이전이 본격화될 수 있으며, 해외로부터의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기업 역시 수도권을 선택할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됐던 서울로의 집중과 서울의 우월적 지위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은 향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수도의 이전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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