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더 효율 높은 발열 소재로 세계 1위 도전”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9 14:00
  • 호수 16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기술 기업 CEO 인터뷰] 고효율 SiC 섬유 복합 발열체 개발한 ㈜대호아이엔티 김한준 대표이사

[편집자 주] 신기술에 목마른 기업인들이 기술개발에 뛰어들며 우리나라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신기술 기업 CEO 인터뷰를 게재한다. 그들의 사업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경제 미래를 탐색해 본다. 

 

“일본은 열을 보호해 주는 소재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수 초 내에 1600도 이상 고온 발열하는 ‘탄화규소(SiC) 섬유 복합 발열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SiC 섬유 복합 발열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8월 3일 경남 창원 ㈜대호아이엔티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한준 대표이사. © ㈜대호아이엔티
8월3일 경남 창원 ㈜대호아이엔티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한준 대표이사. © ㈜대호아이엔티

2018년 정부 신기술인증(NET) 획득

2018년 정부로부터 발열체 제조를 위한 미소직경 SiC 섬유 제조 신기술인증(New Excellent Technology)을 획득한 ㈜대호아이엔티의 김한준 대표이사는 8월3일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회사 대표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섬유 복합 발열체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도전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5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한 초고효율 SiC 섬유 복합 발열체를 ‘그로닉(Groniq)’이라 명명했다. 큰 기술이란 뜻의 독일어 ‘GRO’, 기술력을 뜻하는 영어 ‘TechNIQue’, 유일무이하다는 뜻의 영어 ‘Unique’의 합성어로 시장을 선도할 큰 기술, 유일무이한 기술력을 의미한다. 

김 대표이사는 “그로닉은 대기 분위기에서 수 초 내 1600도 이상 초고온 급속 발열한다”며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고 유해가스 발생이 없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대호아이엔티는 기존 발열제품 대비 20~40% 전력으로 같은 발열 요율을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소재와 시스템 개발 기업이다. 그는 “그로닉의 원소재는 나노 탄화규소 섬유(SiC Fiber)다. 나노화된 탄화규소 섬유는 전자파 및 전류를 흡수해 초고온 급속 발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호아이엔티가 개발한 SiC 섬유는 고분자 세라믹전구체를 섬유 형상으로 방사해 초고온 2000도 열처리를 거쳐 제조한 초고온 세라믹 섬유다. 이는 1600도 이상 온도에서 타거나 녹지 않는다. 김 대표이사는 “SiC 섬유는 우주항공기·국방소재·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며, 수출이나 수입이 불가한 국가 전략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과 달리 ㈜대호아이엔티는 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하면서 기술력 높은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를 꾀했다. 각종 테스트 결과 그로닉은 니크롬 등 기존 발열체에 비해 3~5배 적은 전력으로 같은 온도를 발열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이 제품에 관심을 갖고 공동연구를 제의해 오고 있다. 기존 발열체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시장성이 높다고 본다.” 

2018년 정부로부터 발열체 제조를 위한 미소직경 SiC 섬유 제조 신기술인증(NET)을 획득한 ㈜대호아이엔티의 김한준 대표이사 ⓒ㈜대호아이엔티 제공
2018년 정부로부터 발열체 제조를 위한 미소직경 SiC 섬유 제조 신기술인증(NET)을 획득한 ㈜대호아이엔티의 김한준 대표이사 ⓒ㈜대호아이엔티 제공

한국세라믹기술원과 공동 R&D 진행

김한준 대표이사는 한국세라믹기술원과 공동으로 R&D를 진행하면서 그로닉을 개발했다. ㈜대호아이엔티의 그로닉 개발 상용화 주역은 한국세라믹기술원인 셈이다. 그는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협업하면서 세라믹 원천 소재 기술을 이전받았다. 회사 인력의 수준도 자연스레 끌어올렸다”고 했다. 

사실 김 대표이사는 세라믹 소재 전문가가 아니다. 초창기 주변에선 ‘IT 기업이 세라믹 소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사장인 나는 R&D 출신이다. 회사 역시 세라믹 소재를 상품화할 수 있는 R&D 기업이다. 세라믹 소재를 왜 우리 회사가 개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느냐”며 되물었다. 그는 “한국세라믹기술원의 기초 연구 논문을 토대로 그로닉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해 상반기 그로닉 개발을 끝낸 후 생산·사업화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그로닉의 발열산업 적용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열풍기·보일러·전기레인지·치과소재 가열로 등을 제작해 발열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또 다양한 발열 시스템에 범용으로 사용 가능한 전원 및 제어부를 확보하는 등 그로닉 영역을 빠르게 넓혀 가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앞으로 소재 개발뿐 아니라 응용 제품 제작 등으로 그로닉 영역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과 학계에 그로닉을 소개하면 ‘그로닉이 진짜 효율을 발휘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로닉 가격이 얼마나 되나. 중국·일본 등에도 회사들이 있는데 차별화된 특성은 무엇이냐’고 묻곤 한다. 나노 SiC 섬유를 기반으로 한 그로닉이 더 이상 낯선 제품이 아니라, 상용화 진입 단계에 들어왔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호아이엔티는 그로닉의 가격 경쟁력과 제품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대호아이엔티가 세라믹 소재 시장에서 나 홀로 독주하는 건 아니다. 김 대표이사는 “중국·일본 기업, 국내 대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상용화 단계지만, 매출이 700억원 이상 넘어갈 때는 다른 중소기업과 협업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일본·독일 등의 세계적 세라믹 소재 기업들과 경쟁할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R&D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대기업 제품의 임가공에 매달려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R&D에 매진해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매출의 20%를 신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주변으로부터 ‘투자하기를 잘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 대표이사는 “불과 7년 전만 해도 사업 아이템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다른 중소기업들처럼 웬만한 것은 다 해 봤다”며 “R&D 투자에 확신을 가진 뒤부터 사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