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논란…유독 유튜버에만 가혹한 이유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1 1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에도 신문에도 ‘뒷광고’ 만연…“유튜버와 구독자 친밀도, 다른 미디어보다 높아”

국내 대형 유튜버들이 줄줄이 ‘뒷광고’ 구설수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구독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넘어 이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뒷광고를 한 유튜버들은 “죽을 때까지 반성하겠다”는 참회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튜버들의 뒷광고, 그렇게 잘못한 일일까.

뒷광고 논란으로 사과영상을 업로드 한 유튜버들 ⓒ 유튜브 캡처
뒷광고 논란으로 사과 영상이나 글을 업로드 한 유튜버들 ⓒ 유튜브 캡처

열혈 팬에서 안티로…뒷광고 유튜버 ‘처단’ 나선 누리꾼들

뒷광고 논란에 다수의 인기 유튜버가 은퇴를 선언하거나 사과영상을 게재했다. 26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이 공식적으로 은퇴를 언급했다. 문복희(구독자 465만 명), 햄지(377만 명), 양팡(253만 명) 등 대형 유튜버들이 잇따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내 유명 유튜버 대다수가 뒷광고 논란으로 주춤하면서 “유튜브에 볼 게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버들이 발 빠르게 사과에 나선 이유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가 순식간에 안티팬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구독자였던 이들은 유튜버들의 과거 영상을 찾아보며 뒷광고에 해당하는 영상이 몇 개나 되는지 폭로하고 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외국인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의 영상에 “이 사람은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니 지금 당장 구독을 취소하라”는 댓글을 외국어로 번역해 기재하고 있다. 

ⓒ 유튜브 캡처
ⓒ 유튜브 캡처

광고인데 광고 아닌 척…미디어에 만연한 ‘뒷광고’

사실 뒷광고는 블로그나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돈을 받고도 광고임을 고지하지 않는 개념의 뒷광고는 바이럴 마케팅을 불법적으로 운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SNS부당광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국내 상위 60개 인플루언서의 SNS에 올라온 광고 게시글 582건 중 광고임을 기재한 것은 단 30%(174건)에 불과했다. 외국계 홍보 기업에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는 “광고라는 것을 기재하면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사용 후기처럼 만드는 것이 트렌드”라고 했다.

TV드라마나 뉴스에서도 뒷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드라마 협찬이나, 생활정보프로그램의 맛집 소개, 기사형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 방영된 지상파 드라마 18개 중 14개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광고주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8년 종합편성채널과 TV홈쇼핑의 연계편성 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 4개사 26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110개의 제품을 연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놓고 광고 하면 덜 욕먹을까?

기존 미디어에서도 뒷광고에 해당하는 ‘광고표시 미기재’ 행위가 상당수 이뤄지고 있는데, 왜 유독 유튜버들에게 큰 비난이 쏟아지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구독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유튜브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튜브는 댓글창이나 커뮤니티,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구독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미디어다. 때문에 유튜버와 구독자간 친밀관계가 다른 미디어보다 큰 편이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와 구독자의 관계는 일종의 스타와 팬덤의 관계”라면서 “진심이라고 믿고 좋아했던 유튜버가 알고 보니 장사치였다는 걸 깨달은 팬들의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안은 뭘까. 광고라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솔직하게 광고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방영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는 안마의자와 이온음료 등 광고상품을 대놓고 노출해 화제 된 바 있다. 당시 “대놓고 PPL(간접광고) 해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에 뒷광고로 논란 된 한 유튜버의 구독자라는 김주의(여·27)씨는 “유료 광고여도 볼 사람들은 다 본다”며 “차라리 당당하게 광고라고 고지했으면 이렇게 사태가 커지진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