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터지는 울산공단 화학물질 유출사고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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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LG화학서 유독성 가스 유출, 근로자들 긴급 대피
올해 벌써 화학사고 6건 발생, 전국 최고

울산공단에서 또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벌써 6번째다. 환경부와 소방당국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44분 쯤 울산 온산공단 LG화학 공장 옥외 보관소에 있던 유독성 가스 물질이 유출되면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했다.

LG화학 유독가스 유출사고 당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울산소방본부
LG화학 유독가스 유출사고 당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울산소방본부

이 사고로 공장 근로자들이 비상 방송을 듣고 운동장이나 정문 쪽으로 긴급 대피했으며, 울주군은 오전 11시 26분께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화학물질 누출이 의심되니 실내로 대피하고, 차량은 이 지역을 우회하라”고 안내했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유출된 물질은 ‘CCTA’라고 불리는 ‘2-클로로-N-(시아노-2-티에닐메틸)-아세트아미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독물질인 CCTA는 삼키거나 피부에 접촉하면 유해하며, 피부와 눈에 자극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LG화학은 CCTA를 작물 보호제 제품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철저한 원인 파악을 통해 이러한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불이 난 것은 아니며 CCTA가 분해되면서 퓸(화학적 공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휘발성 가스 물질)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울산 온산공단의 화공약품 유통업체인 비봉케미칼에서 공장 가동 중 저장탱크에 있던 고농도의 황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출된 황산은 약 50㎏ 규모로 파악됐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울산공단에서 올해 화학사고 6건 발생, 전국 최고

화학물질안전원에서 관리하는 화학안전정보공유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화학사고건수는 6건이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기간 전국 21개 광역시·도 중 경기도가 각 5건을 기록해 뒤를 이었으며, △전라남도 4건 △충청남·북도 각 3건 △경상북도와 전라북도가 각 2건 △그 외 광역시·도 1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울산의 경우 지난해 총 5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한 데 비해 올해는 벌써 6건을 기록해 화학사고건수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여름철에는 화학사고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환경부가 2015년부터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총 401건의 발생 시기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인 7~8월에 발생한 사고는 월평균 9.2건을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을 제외한 시기 발생한 화학사고는 월평균 6.2건으로, 1.48배 차이가 났다.

 

환경부·소방당국, 안전대책 강구… '실효성 의문'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에서는 이송배관, 접합부 밸브, 운반장비 등 부식, 노후화, 유해화학물질 보관용기 파손, 부식 균열 등의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시설안전을 유지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시설물 관리를 소홀이 할 경우 화학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정기검사 유예 사업장에 대한 한국환경공단 사전컨설팅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남부소방서도 지난 7일 석유화학단지 안전관리위원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남부소방서와 21개 회원사는 △누출사고 관련 예방 및 복구 대책 △위험물 관련 법령·기술 변경 사항 △대량 위험물 전수조사 사항 △당면 업무 등에 대해 토론했다.

소방 관계자는 “울산공단은 위험물 시설이 밀집된 화재경계지구가 있어 작은 사고도 자칫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통한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송 취급소 누출사고 예방대책으로 기점과 종점 간 유량 등 편차 발생 시 자동으로 공급을 중단하고 밸브를 폐쇄해 경보를 울려 관계자에게 알려주는 자동제어시스템 설치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올해 울산공단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대부분 안전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신승부 전 울산대 교수는 “대책을 강구해도 오히려 화학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허술한 안전 시스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발생 시 대비책도 허술하다. 이번 LG화학 유독 가스 유출사고 당시 울주군이 긴급대피 방송을 했지만, 회사측과 근로자들은 우왕좌왕했다. 매뉴얼이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울산지역 화학사고 대피장소ⓒ화학물질안전원
울산지역 화학사고 대피장소ⓒ화학물질안전원

환경부가 전국 화학사고 대피장소 532곳의 현황을 안내지도로 만들어 공개했다. 그환경부 소속 화학물질안전원은 전국 화학사고 대피장소 532곳의 현황과 행동요령을 다룬 ‘화학사고 대피장소 안내지도’를 공개했다.

 

근로자, 주민들도 모르는 화학사고 대피 안내지도 

안내지도는 전국 총 77개 지역 단위로 제작됐으며, 울산에서는 위해관리계획 고지 사업장 분포에 따라 5개 구·군 중 중구를 제외한 남구·동구·북구·울주군 등 4개 구·군에 총 39곳의 대피장소가 지정됐다. 하지만 정작 대피장소에는 화학사고 대피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 등이 없고, 대피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지도에는 대피장소명, 주소, 수용가능 인원 정보와 화학사고 발생 시 주민 행동요령, 지역 내 위해관리계획 주민고지 등록 사업장 등이 표시된다. 또 주민고지 정보 중 물질위험성 정보와 주민 행동요령은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근로자들이나 주민들이 대부분 모르고 있다. 실제 사고 발생시 혼선과 함께 인명피해 확산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1960년대에 조성된 울산 국가산업단지는 노후화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공단 땅 밑에는 원료나 제품을 이송하기 위한 지하배관이 1711km 매설돼 있다. 또 울산은 연간 화학물질 및 유독물질 유통량 역시 각각 1억3000만톤, 3400만톤에 달해 각각 전국 유통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화학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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