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엔 ‘린철순’도 있고 ‘레형광’도 있다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5 16:00
  • 호수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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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용병’ 출신 린드블럼·레일리, 메이저리그서 활약…켈리는 팀내 에이스로

최근 KBO리그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값과 활약상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다시 본토인 메이저리그에 ‘역수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거나 심지어 데뷔까지 하며 맹활약하는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국 야구의 실력 향상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란 동기부여 효과가 강하게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류현진·김광현·추신수·최지만 등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활약상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뛰었던 용병들의 최근 경기 모습을 찾아보는 국내 야구팬들이 꽤 많아졌다. 

조시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 ⓒAFP 연합

켈리, 마이너→KBO→메이저 5선발→에이스 ‘화려한 성공신화’

8월19일 현재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투수 메릴 켈리다. SK 와이번스에서 4년간 뛰며 119경기에 등판해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보였고, 2017 시즌에는 탈삼진왕에도 올랐다. 원래 템파베이 레이스가 2010년 8라운드에 지명하고 2014년 트리플A까지 오르며 꾸준한 활약을 보였지만, 켈리는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26세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과감히 KBO리그 진출을 선택했다. 흥미롭게도 국내 리그 진출 이후 구속이 오르며 한국에서 정상급 투수로 4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게 된다. 

켈리는 결국 애리조나와 2년간 550만 달러의 보장 계약과 2022년까지 구단이 옵션을 가지는 조건으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지난해 4월 치렀다. 첫해 선발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불안한 제5선발로 시작했지만,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키며 13승14패 4.42의 훌륭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캠프의 경쟁을 이겨내며 맞이한 2020 시즌엔 현재 4경기 등판에 3승1패 1.71의 성적으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며 완벽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해 ‘켈리 효과’를 오롯이 느낀 선수는 올해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간 913만 달러에 계약한 조시 린드블럼이다. 사실 린드블럼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2번째 시도다. 2011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2014년 오클랜드 에이스에서 뛴 후 KBO리그에 입성, 2015년과 2016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2년간 23승24패의 성적을 보였다. 롯데가 재계약을 원했지만 어린 딸의 난치병 치료를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며 첫 번째 빅리그 복귀를 이뤘다. 하지만 2017 시즌 전반기 4경기 등판에 7.84의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시즌 후반 다시 롯데로 돌아와 5승3패를 거뒀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최초로 보류권이 풀리고 자유계약 선수로 두산 베어스와 계약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두산에서 2년간 에이스로 맹활약을 했고, 특히 2019년엔 20승3패 2.50의 성적으로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올 시즌 밀워키와 계약하고, 현재 4경기에서 1승을 거두고 있는 상태다.  평균자책점은 6.62로 다소 높다.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투수가 롯데에서 린드블럼과 팀 동료로 함께했던 브룩스 레일리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5년간 롯데의 마운드 한 축을 담당했다. 통산 48승53패 4.13의 성적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고, 롯데도 재계약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레일리는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인 2012년과 2013년, 시카고 컵스에서 9경기에 등판한 경험이 있다. 올 시즌 그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4경기에 나서 9.00의 부진을 보이자 방출됐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곧바로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했고, 이적 후 4경기 등판에 2.08의 성적으로 불펜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타자 중에 가장 성공적으로 복귀를 한 선수로는 에릭 테임즈가 꼽힌다. 2014년부터 3년간 NC 다이노스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5 시즌 0.349의 고타율을 기록한 것은 물론 47개 홈런을 포함해 아시아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주가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사실 테임즈는 국내 진출 이전에 이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4시즌 동안 287경기를 뛰었고, 중거리형 타자로 평가가 나쁘지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국내 야구에서 뛰며 폭발적인 장타력 성장을 가져왔고,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간 보장 금액 1600만 달러라는, 역수출 선수로는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복귀 첫해에 0.247, 3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 수준이 결코 메이저리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다는 사실을 실력으로 입증해 보였다. 그는 지난해에도 2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2019 시즌 우승팀인 워싱턴 내셔널스와 1년에 4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현재는 17경기 출장에 0.201, 1홈런 6타점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출장 시간이 조금 더 보장된다면 변함없이 자신의 파워를 과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브룩스 레일리(휴스턴 애스트로스·왼쪽 사진)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UPI 연합·AFP 연합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의 KBO 입성 늘어날 듯

이들 외에도 최근 대린 러프, 토미 조셉, 카를로스 아수아헤, 크리스찬 베탄코트, 앤디 번스, 맥 윌리엄스 등 KBO 출신 용병들이 지난봄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 조기 마감된 스프링 트레이닝 등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그나마 대린 러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로스터에 들어가며 벤치 멤버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15경기에 출장, 0.265의 타율을 기록 중인데 홈런 1개가 있고 34타석에 불과하지만 9타점으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KBO리그에서 뛴 후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첫 사례는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훌리오 플랑코였다. 그 당시 그의 나이는 무려 41세였지만, 0.327, 22개 홈런을 기록했고 그 이듬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복귀하며 메이저리그에서 7년간 더 뛰기도 했다. 그러나 플랑코만 예외 사례로 기억될 뿐 이후엔 메이저리그의 제안을 받은 이렇다 할 용병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판세가 바뀌었다. 일단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아졌고, KBO리그에서 성적으로 실력을 검증받으면 충분히 좋은 조건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호가 넓어진 것이다. 그만큼 현재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물론 국내파 선수들에게도 기회의 창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향후 KBO리그에서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인해 직관의 제한을 받는 아쉬움을 팬들은 수준 높은 용병의 활약상으로 그나마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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