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코로나 때문에 우울한가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8.31 10: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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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3명 중 1명 ‘코로나 우울’ 겪어…심리방역 중요성 강조되는 이유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감염병 관련 뉴스를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확진자가 증가하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 ‘집콕 생활’에도 지쳤다. 기침을 하면 불안하다. 혹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이제 정말 과부하가 걸렸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이렇게 국민들의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우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를 ‘정신보건 분야에 전례 없는 위기’ ‘초대형 악재’라고 표현했다. 감염을 두려워하는 이들, 방역 조치에 영향을 받는 이들까지도 정신보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WHO는 최근 정신건강 지원 사업을 코로나19 대유행 대응의 핵심 요소로 고려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코로나 우울’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freepik

두려움·일상생활 변화가 스트레스로 이어져

코로나 우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를 대체하는 단어다. 어려운 용어로 인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병에 대한 두려움 외에도 격리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것,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인 불면증, 식욕 이상, 소화불량, 두통, 어지럼, 답답함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적당한 불안은 감염병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종의 경고등 역할을 하면서 개인위생을 지키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하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그러나 불안이 확장되고 스트레스가 과도해지면 그것은 정신건강과 직결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0년 7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5.2%에 달했다. 3명 중 1명 이상이 코로나 우울을 호소한 셈이다. 남성(28.8%)보다는 여성(41.6%)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업별로 보면 바깥 활동이 적은 전업주부가 48.8%로 코로나 우울 증상을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대학생·대학원생(43.8%),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에 영향을 받는 프리랜서(37.0%)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우울로 인한 사회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공공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타인의 일탈에 대한 비난 강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는 데 81.3%가 동의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다’는 항목에도 73.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일상적인 행위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는 응답도 69%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응답자들은 심리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체 응답자의 84.6%가 “심리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 41만 건 이상

코로나 우울은 젊은 층에서 더 심각하다. 20대는 경제적 측면, 주거, 취업 문제 등에서 코로나19의 여파와 가장 맞닿아 있는 세대다. 알바몬이 8월24일 20대 성인 남녀 4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 중 70.9%가 코로나 우울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증상은 답답함(57.9%)과 무기력함(55.1%)이 가장 많았으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증가(19.2%), 감정기복(17.5%)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우울을 겪는 이유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과 일자리 감소로 취업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취미활동 제한으로 오는 우울감,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불안감 등이 꼽혔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심리상담도 크게 늘어났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1월29일부터 8월26일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이뤄진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 건수는 총 41만6125건에 이른다. 지난해 35만3388건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8월초까지 상담한 건수는 37만여 건이었는데, 코로나19 감염이 지속되고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사회학자 렌 펄린의 스트레스 확산 개념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라는 1차 스트레스를 넘어 사회적 고립, 외로움, 가족 간 갈등 증가 등 2차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과 사회적 지원, 스트레스 대처 능력 등이 요구된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코로나 우울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을 운영하고 있다. 추가적인 심리지원 대책도 추진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 외출 자제 등으로 불안감과 우울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자살 증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며 “국가트라우마센터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 자가진단 앱 등을 통해 전 국민 심리 자가진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톡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친구 등록하면 마음건강검사를 통해 무료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정신건강 자가검진 앱을 다운로드해 진단하는 방법도 있다.

심리방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앱을 통한 자가검진처럼 비대면 정신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주목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최근 “마음 성장 프로그램 앱인 ‘마성의 토닥토닥’의 우울 및 불안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연구 결과로 확인돼 스마트 의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Telemedicine and e-Health’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마성의 토닥토닥은 고려대학교 허지원 교수 연구팀과 덕성여대 최승원 교수 연구팀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앱이다. 센터는 실제로 코로나19 지원 현장에 파견된 근무자가 앱을 사용해 심리적 완화에 도움을 받은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자체 등도 코로나 우울 대책 내놓아

지자체에서도 각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비대면 전화상담을 통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각각의 심리 백신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은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는 ‘마음처방전’을 제공하고 있고, 경기도와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온라인 무료 심리면역 프로그램 ‘SPRING’을 운영한다. 광주광역시는 ‘마음뽀짝’ 캠페인을 열고,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마음뽀짝 홈페이지의 자가검진 코너를 통해 마음 건강을 체크하고 무료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는 시·구·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청소년 코로나 우울 극복 심리방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지자체의 심리방역 프로그램을 확인해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마음 건강 지침’을 통해 코로나 우울에 대처하기 위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불확실한 정보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고, SNS와 뉴스를 과도하게 확인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신종 감염병은 많은 것이 불확실하기에 스스로 통제 가능한 활동으로 주의를 전환할 것, ‘혐오’는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숨게 만들어 방역에 어려움을 겪게 하기 때문에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 가족과 친구, 동료와 화상전화나 온라인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물리치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수면 습관도 유지해야 한다.

과도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에 압도돼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우울증 검사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심리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다. 아래에 있는 자가진단 리스트를 통해 심리건강을 진단해 보자. 전문가들은 두 가지 질문으로 이뤄진 우울증 자가진단표(PHQ2)의 점수가 3점 이상일 경우, 병원을 찾아 심리건강을 측정해 볼 것을 강조한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우울증 자가진단표(PHQ-2)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질문의 점수가 3점 이상이면 우울증이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우울증 선별 질문지(PHQ-9)로 우울증의 정도를 측정하고,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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