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KAIST 실험실에서 ‘큰일 해 보자’ 되뇌었죠”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9 14: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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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유니콘⑩ 코어라인소프트] 공학도 선후배들과 ‘세계적 기업’ 꿈꾸는 김진국 대표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이란 표현을 18번이나 썼다. 김 대표는 “2012년 코어라인소프트를 설립하면서부터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기업이 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목표는 김 대표를 비롯한 창업 멤버들이 20여 년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대학원에서 처음 세웠다. 2001년 KAIST 대학원 영상기술 연구실 벤처 ‘메비시스’에서 만난 김진국·최정필 대표(각자대표), 이재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만날 때마다 “큰일을 해 보자”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보자”고 되뇌었다. 

순수했던 공학도들은 대학원 실험실에서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구실에 모여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고 만든 결과물이 실제로 쓰이는 걸 확인하고 싶어 했다”면서 “코어라인소프트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우리가 만든 제품이 의료영상 분야에 실제로 쓰이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의료기기 시장의 한가운데 서 있지만, 김 대표 등 창업 멤버들은 ‘초심’과 ‘내실’이란 키워드를 항상 가슴에 새긴다. 김 대표는 “AI 기반 의료영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단순히 데이터로서의 역할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를 실질적인 정보로 바꿔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제품이 진단, 치료 등에 널리 쓰이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시사저널 최준필

폐 관련 의료기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게 된 배경은. 

“코어라인소프트를 설립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선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부터 고민했다. 공학적으론 자신이 있었고 협력 대상인 임상 분야에서 잘하는 곳이 어딜지 생각해 봤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뛰어난 폐 관련 임상연구팀이 있었다. 그 팀들과 협력하면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오랫동안 연구된 양질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SW)를 만들었기에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자부한다.” 

과거 최정필 대표, 이재연 CTO와 함께 KAIST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같은 연구실에서 석·박사 과정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다(웃음). KAIST 연구실 벤처 메비시스가 코어라인소프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후 2007년 메비시스를 흡수한 인피니트헬스케어에도 3명이 동시에 몸담았다.” 

롤모델 회사가 있었나.  

“돌핀, 메디스 등 의료영상 쪽으로 유명한 외국 회사들처럼 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회사들은 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큰 매출을 낸다. 의사들도 굉장히 고마워하며 해당 회사 제품을 사용할 정도다.”   

직원 수가 몇 명이고 어떻게 구성돼 있나. 

“60명가량이고 22명이 연구인력이다. 이 중 KAIST 대학원 실험실에서 함께했던 선후배도 많다. 신규 채용이 계속 이뤄지는데, 최근 들어 AI 관련 경력을 보유했거나 해당 기술에 흥미 있는 사람을 주로 뽑게 되더라.”  

창업 이후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 

“초창기 비즈니스 모델이 지금과는 좀 달랐다. 의료영상 SW를 의료기기 회사에 공급하고 순수하게 기술료만 받는 모델이었다. 이 모델이 성공하려면 일단 의료기기 회사들이 많은 매출을 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아직 영세하다. 세계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쉽지 않은 문제였다. 직접 자체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진출해 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했다. 이후 해외 솔루션을 시작하며 개발, 시장 진입, 자금 조달 등 모든 부분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   

코어라인소프트의 SW 제품을 소개하는 김진국 대표 ⓒ코어라인소프트 제공

코어라인소프트가 3년 혹은 5년 후를 보고 준비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활동도 필요하지만, 해외 매출 확대가 급선무다. 우리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으려면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위주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믿고 투자해 준 이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스스로의 비전은. 

“의료영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진단뿐 아니라 치료 쪽으로 많이 활용된다. 의료영상 자체만 놓고 보면 아주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하다. 이 데이터를 정보라 할 순 없다. 정보는 어떤 목적에 맞춰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 영상은 데이터로서의 역할만 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 많은 의사가 개입해야만 제대로 판단해 진단하고 치료 시 잘 활용할 수 있다. 극히 적은 사례다. 데이터를 정보로 바꿔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의료영상이 정보 시스템으로 바뀌고, 진단뿐 아니라 환자 분류, 치료, 수술 계획 수립, 치료 결과의 예후 예측 등으로 발전되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 널리 쓰이도록 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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