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원 무색케 하는 지방 의료의 자존심, 부산 온종합병원
  •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3 15: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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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합병원, 전문의 86명 등 상급병원 수준 인력 보유…“부산의 존스홉킨스 병원으로 만들 것”

이번 의료계 파업으로 국내 의료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기술적으론 발전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큰 병을 고치려면 무조건 서울로 가라’는 말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수도권 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지방 병원에는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병원을 쇼핑하듯 한 바퀴 돌며 받은 진료를 또 받는다. 이런 탓에 지방에선 3분 이내 대면 진료 후 간단하게 처방을 하는 ‘3분 의사’들이 넘쳐나고 있고, 자연스레 의료기관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이처럼 의료체계와 의료 인력의 불균형으로 지방 의료기관의 ‘질’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박광민 온종합병원 센터장의 집도 장면 ©온종합병원
박광민 온종합병원 센터장의 집도 장면 ©온종합병원

‘부산의 명의’ 시리즈 만들어 나가

이 와중에 부산을 지키는 토종 지방 병원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부산 온종합병원그룹이다. 부산진구에 위치한 이 그룹은 온종합병원·온재활병원·온요양병원·암병원·서면 검진센터·정근안과병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의 86명, 간호인력 390명, 직원 350여 명 등 상급병원 수준의 인력과 함께 종합병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간담췌외과·흉부외과 등을 포함한 47개 진료과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권과 대학병원에서 장기간 집도하다 영입된 의료진들도 있어 의료계 파업 화두를 역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53세 환자는 소화기 암수술센터의 CT와 간 PET-CT 검사 결과, 간 오른쪽 부위에 20cm 크기의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박광민 온종합병원 센터장은 환자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 수술 전 순환기내과와 협진을 통한 관상동맥 조영술로 전체 간의 60%를 잘라냈다. 이어 유기한·홍수연 마취통증의학과장의 협진을 통해 간 우연에 생긴 20cm 크기의 간암 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했다. 통상 간암은 대개 3~5cm 크기의 암세포가 여러 곳에 발생해 예후가 나쁜 편이지만, 이 환자는 드물게 엄청난 크기이면서도 암세포가 간 내 혈관으로 침윤되지 않은 1기에 해당되는 행운도 따랐다. 

온종합병원은 지난 8월말 췌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를 대상으로 ‘광역 췌장 전 절제술’로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한 사례도 있다. 췌장암의 혈관 침윤 여부는 수술 이후에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고혈압과 심한 당뇨 질환을 고려해 수술 전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협진을 통해 췌장암 절제술을 진행했다. 박광민 센터장은 “간담췌(간과 쓸개, 췌장을 아우르는 말)외과 전문의들은 힘든 수술이더라도 결코 수술을 주저해서는 안 되며, 환자들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번 의료계 파업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파업으로 인해 부득이 치료가 늦어지는 간담췌외과 환자들의 경우, 상황이 급박해 우리 병원으로 찾아오겠다고 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수술하고픈 심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필조 온종합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흉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국내에서 폐암과 흉부종양 수술을 선구적으로 이끌고 있다. 최 과장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4000회가 넘는 흉부질환 수술을 시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흉강내시경 수술로 폐암 수술을 성공한 사례는 대학병원을 제외한 일반 종합병원에선 국내 최초로 통한다. 최 과장은 “암 전문병원으로 도약하고 있는 온종합병원 의료진에 합류하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 서울 상급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암을 완치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수술을 진행 중인 최필조 흉부외과 과장(가운데 ⓒ 온종합병원
수술을 진행 중인 최필조 흉부외과 과장(가운데) ⓒ온종합병원

협진 시스템에 최적화된 ‘다학제 통합치료’

온종합병원은 빠른 진료를 위해 각종 전문의가 협력하는 팀워크 진료(협진 시스템)로 유명하다. 보통 국내 대형병원은 암 치료 진료과목을 세분화하면서 진료과 중심의 진료체계로 움직인다. 이런 탓에 환자 진료가 지연되기 일쑤다. 하지만 온종합병원은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다학제 통합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온종합병원은 꿈의 암 치료기인 ‘방사선 선형가속기 라이낙’ 등 최첨단 검사 장비를 기반으로 암을 가장 정확하게 검사한다. 전신을 한 번에 촬영해 몸의 신진대사 이상을 찾아내는 ‘PET-CT’도 보유하고 있다. 수술 때 깨끗한 화질로 자유로운 시야 확보가 가능한 올림푸스 3D 복강경 시스템을 도입한 덕에 지방 종합병원 그 이상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또 온종합병원은 혈액종양내과를 중심으로 해당 질환과 관련 있는 각 임상 전문의들이 한곳에 모여 진단과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간암·위암·대장암 같은 종양 질환의 치료법을 결정할 때 과거에는 혈액종양내과·소화기내과 또는 외과 등 소수의 전문의만 참여했지만, 온종합병원에서는 관련된 모든 진료과 전문의가 모여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운다. 그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맞춤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소화기암 수술센터는 외과 영역 중 가장 어려운 분야인 간, 담도계, 쓸개, 췌장 및 비장 등 장기에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간담췌외과, 소화기내과 내시경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심장, 폐 기관, 식도, 대동맥 등 생명 유지에 기본이 되는 중요 장기의 질환 진단 및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 센터는 부산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상영 간센터 센터장은 절제술, 간 이식, 고주파 열 치료, 경간동맥화학요법치료, 경간동맥화학색전술로 60%의 간암 치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 대학병원의 20%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다. 한 센터장은 세계소화기병학저널에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서 경간동맥화확요법의 효과’를 게재하면서 간 치료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간암 고주파 열 치료를 400회 이상 시행했으며, 초기 간암 완치를 목적으로 비수술적 치료를 한 바도 있다.

이홍주 유방암-갑상선암센터 센터장은 각종 덩어리나 이상이 있는 부위를 제거할 때 상처를 내지 않고 굵은 바늘을 이용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뽑아내는 수술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최신 의료 장비 맘모톰 시술로 치료율을 향상시켰으며,  자궁근종·자궁난소질환·자궁내막증·여성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여성암센터를 운영해 협진 시스템을 돕는다.

온종합병원은 감염병 관리 의료기관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음압병실의 중요성이 커졌다. 온종합병원은 현재 음압병실을 3개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국비 22억원을 지원받아 병원 11층에 음압병상 6개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서 신종 감염병 환자 등을 치료할 때 환자와 의료진의 감염 예방과 병원성 미생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구획된 공간 안에  특수 시설과 설비를 갖추는 것이다. 

정근 온종합병원그룹 원장은 국제, 사회, 지역봉사를 하고 있는 ‘그린닥터스’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항상 ‘사람이 먼저’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원용으로 2개의 연수원과 요트 4대를 운영하면서 소소한 복지까지 신경 쓰고 있다. 또 ‘병원장 TV’라는 유튜브를 개설해 시민들에게 의료 정보 제공을 통한 친밀감도 더하고 있다. 정근 원장은 “환자의 삶과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예정이며, 앞으로 부산진구뿐만 아니라 부산 전체에 기여하는 ‘부산의 존스홉킨스’ 같은 병원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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