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충돌’ 논란 부른 의원님들의 요상한 주식 투자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5 10: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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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주식자산 내역 분석…상당수 의원 직무 연관성 주식 보유

“결과에 상관없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31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로템의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김 의원은 현대로템 주식 1억3730만8000원어치(8718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로템 주주들은 회사 주식을 가리켜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 의원의 주식이라며 ‘김홍걸 테마주’라고 불렀다. 주주 토론방에는 ‘김홍걸이 샀으니 대박 나겠지’ ‘2만원 가자(9월9일 종가 1만6300원)’ 등의 글이 올라오는 등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철도 차량과 방산 물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그동안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꼽혔다.

주가 급등으로 웃어야 할 김 의원은 되레 울상이다. 현대로템 주식을 보유한 것이 이해 충돌 논란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이해 충돌이란 개인이나 조직이 직무와 공적 권한을 이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김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회 상임위가 외교통일위원회라는 게 문제였다.

외통위 위원으로서 정부의 대북 관련 정책과 정보를 먼저 보고받고,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남북경협주를 보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보유 주식에 대해 직무 관련 심사 청구를 한 상태다. 인사혁신처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처분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김 의원은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으로도 활동했다.

8월말 21대 국회의원 재산내역이 공개된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해 충돌 논란이 뜨겁다. 김 의원 소식이 보도되자 상당수 의원이 이를 의식해서인 듯 자진해서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 충돌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식을 보유한 의원도 여전히 상당수여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신규 재산등록 의원 175명의 보유증권 현황’과 ‘재선 의원 이상 보유증권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의원들 “소액이다” “직무 연관성 없다” 변명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 중 다수가 이해 충돌 논란이 있는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는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 규모는 1만4552주(1억6079만원)다. 맥쿼리인프라는 이명박 정부 때 철도·도로·항만 등 각종 민영화 이슈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유착 의혹이 있었다. 이 때문에 ‘먹튀’ 투기자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KTX 고속철도 민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는데, 김 의원은 국토부 제2차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당시 국토부 제2차관이었던 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해운·항공을 비롯한 운송 분야는 수십 년 전부터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더는 철도 운영의 독점을 인정할 명분이 없다”고 민영화를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매수 시기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세창이엔텍(비상장) 주식 7만5010주(43억1239만원)를 신고했다. 문 의원이 세운 세창이엔텍은 건설 폐기물 수집 및 벽돌, 아스콘 등을 만드는 회사다. 현재 이 회사는 문 의원의 지역구(충남 천안갑)에 본사를 두고 있다. 문 의원은 2017년까지 이 회사 대표를 지냈으며 2018년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문 의원은 도지사 비서실장 시절 세창이엔텍 소각장 설치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충남 천안 광덕면 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천안시청에서 세창이엔텍 소각장 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원이 소각장 설치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문진석 의원실 관계자는 “심사 결과를 따르겠다. 이해 충돌이 있다면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거나 상임위를 내려오거나 할 것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열차 ⓒ연합뉴스

이해 충돌 논란은 비켜갔지만, 활동하고 있는 상임위와 연관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국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아진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올 3월 아진산업 주식 3900주(955만원)를 신고했다. 아진산업은 각종 자동차 부품, 산업기계용, 농공기용 부품 제조 가공 및 판매업, 치공구 및 조립금속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다.

해당 기업 주식을 3000만원 이하 규모로 갖고 있어 공직자윤리법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김 의원과 서중호 아진산업 회장의 남다른 인연은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 두 사람은 고교(대구 대건고) 동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2015년 12월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아진산업 상장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이외에도 서 회장의 대구불교총연합회 신도회장 취임식(2018년), 한국비치발리볼연맹 회장 취임식(2020년) 등에도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남다른 친분을 드러냈다.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직무 관련성이 높은 현대아산(비상장)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송 의원은 올해 재산신고에서 현대아산 366주(633만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이 해당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2003년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현대아산 주식 갖기 운동을 벌였을 때부터다. 지난해 송 의원은 현대아산 관계자를 초청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된 강연회를 열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 의원은 비상장 영농법인 케이케이엠씨(KKMC) 주식 6만9154주 등 총 8억9694여만원어치 증권자산을 신고했다.

KKMC는 대형 유통업체와 백화점, 도매시장 등에서 농수산물(키워, 고구마 등) 도매업 및 저장 사업을 하고 있다. 농업인 출신 정 의원은 정치 입문 전 ‘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해 국산 재래종 다래를 외국의 키위에 맞설 수 있는 고소득 작물로 키웠다. 이명박 정부 때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에도 농해수산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에 대해 정운천 의원실 측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KKMC는 영농조합법인으로 민법상 조합이기 때문에 백지신탁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해 충돌 논란이 있어 보이는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직무 관련성 심사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천안시 광덕면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세창이엔텍 소각장 설치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백지신탁심사위 제대로 심사해야”

현재 정부는 고위 공직자의 주식 보유에 따른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1개월 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신고해야 한다. 만약 계속 보유를 희망한다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로부터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제20대 의원을 포함한 국회 공직자의 주식 직무 관련성 심사 내역 공개를 요청했지만,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소관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연대 시민입법위원인 박선아 한양대 교수는 “상임위와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주식이 ‘직무 관련성 없다’라고 나온다면 이건 더 큰 문제다. 현재 의원들의 주식 직무 관련성 심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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