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역주행 피해자의 분노 “119보다 변호사에 먼저 전화…엄벌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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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배달 중 만취운전 차량에 청원인 부친 사망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을왕리 역주행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 딸의 청원이 올라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을왕리 역주행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 딸의 청원이 올라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치킨 배달을 하다 역주행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피해자의 딸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오후 3시 현재 2만4000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A(남·54)씨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당시 술에 취한 가해 운전자가 사고 현장에서 119가 아닌 변호사를 먼저 찾는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장례를 치르는 도중 인터넷에서 사고 목격담을 확인하니 중앙선에 시신이 있는 와중에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119보다 먼저 변호사를 찾았고, 동승자는 바지 벨트가 풀어진 상태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났다"며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미꾸라지로 빠져나가지 않게 제대로 된 수사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딸은 "(사건 당일) 새벽 아버지는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갔다"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고 나선 순간 119가 지나갔고 가게 근방에서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는 책임감 때문에 가게 시작 후 늘 치킨을 직접 배달했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경찰서에서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했다며 "(영상에서) 저 멀리 오토바이 불빛이 보였고 아무 걱정없는 아빠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던 B(33·여)씨는 중앙선을 넘은 뒤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집 배달을 가던 A씨가 숨졌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적발 당시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B씨에게 적용,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B씨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지인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들은 인근 숙소에서 술을 마신 뒤 차량을 몰고 다른 지역에 있는 거주지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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