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사퇴 못 하는 세 가지 이유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1 08: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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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명예·검찰 개혁·지지층 이탈’ 등 이유로 사퇴 가능성 낮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추 장관은 불공정한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신중했던 태도를 바꾸어 야당의 공세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여야 간에 절충할 틈은 없어 보인다. 국민 여론은 반으로 나뉘어 있다.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과 말 바꾸기가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있다는 반발 여론과 지나친 정치적 공세로 검찰 개혁의 본질을 흐려놓고 있다는 여론이 맞붙고 있는 실정이다.

추 장관 아들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은 지난 1월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수사가 완료되지 않고 지연되면서 여의도 정치판의 핵폭탄으로 부각되어 있다. 무릎 수술로 군 복무 중 병가를 받았고, 이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과 추 장관 자신이 청탁했다는 것이 의혹의 내용이다. 군 입대 후 자대 배치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에 청탁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장애인 차량 구입에 있어 아버지와 공동지분으로 한 것까지 지적받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되었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추 장관 관련 의혹을 공방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한다. 추 장관은 논란이 길어진 부분에 대해 SNS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황제 병가’ ‘황제 특혜’를 주장하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추 장관은 국민의힘 요구대로 자진 사퇴를 선택할까. 의혹 관련 논란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되고 있지만 추 장관이 사퇴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월14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중도 사퇴한 조국 학습효과 

추 장관이 ‘사퇴 카드’를 선택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자기 명예’ 때문이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가족 학교재단인 웅동학원 비리 의혹에서부터 시작해 자녀 관련 특혜 및 위조 논란, 그리고 사모펀드 관련 의혹까지 부각되었다.

심지어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부산 경제부시장 관련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부인 정경심 교수를 포함해 온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고, 언제 재판이 끝날 것인지 기약이 없다.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개인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회복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부담이 되면서 조 전 장관은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추 장관 관련 의혹이 조 전 장관과 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여론 반응에는 비슷한 면이 다분하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7~8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추 장관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찬성 의견 51%, 반대 의견 43.5%로 각각 나타났다. 찬성이 다소 우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현 정부 지지층인 진보층에서는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사퇴 반대 의견이다(그림①). 극도로 정쟁화된 지금 추 장관이 물러난다면 ‘비리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공산이 상당하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의혹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결과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사퇴하지 못한다.

추 장관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검찰 개혁’ 때문이다. 추 장관은 조국 전 장관 후임으로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강조한 것이 검찰 개혁이다. 정치적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추 장관은 취임 이래 검찰 개혁을 전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돌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추 장관 특유의 돌파력을 보이고 있다. 몇 차례의 인사권을 발동해 윤석열 사단 힘 빼기에 나섰고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을 견제하고 있다. 아직 검찰 개혁을 위한 과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미 일정을 넘겨버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공수처장 임명이 남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권력 분산도 아직 진행형이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추 장관 아들 의혹을 동부지검장의 법무차관 승진과 연관 지었다. 야당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추 장관은 “소설 쓰시네”라는 반응을 보였고 갈등과 충돌의 전초전이 되어 버렸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특임검사 또는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알앤써치와 데일리안의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특임검사 임명 요구 주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특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52.3%, 반대 응답이 38%였다. 18세 이상 20대는 10명 중 6명이 특임검사 임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②). 여론 추이를 볼 때 추 장관이 사퇴하는 경우 검찰 개혁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산적해 있는 검찰 개혁 과제를 보더라도 추 장관이 사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추 장관 사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도

추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 세 번째 이유는 ‘지지층 이탈’이다. 리얼미터와 YTN의 지지율 조사 추이(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살펴보면 8월말(24~28일) 결과보다 9월7~11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 민주당 33.4%, 국민의힘 32.7%로 그 차이가 채 1%포인트조차 안 된다(그림③). 코로나 재확산 이후 경제 파장이 정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대, 남성, 학생층 지지율 변화를 보면 추 장관 아들 의혹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 지지율이 내려갔기 때문에 추 장관은 사퇴를 할까.

그렇지 않다. 추 장관이 사퇴하는 경우 정부와 여당 지지층까지 이탈하면서 대통령과 정당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는 추 장관의 사퇴를 환영하겠지만,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은 검찰 개혁 가능성이 꺾이는 악재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추 장관이 물러서면 조국 이슈까지 소환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지지층 이탈’ 때문에라도 추 장관은 사퇴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추 장관 아들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검찰 수사조차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특임검사나 특검 조사를 원하고 있다. 여하튼 사실관계는 검찰 수사를 우선 기다리면 될 일이다. 앞으로 추 장관 논란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현재로선 추 장관이 사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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