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산분석] 전세값보다 매매 값이 싼 아파트
  • 송창섭‧박창민‧이원석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1 10: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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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1대 신규 의원 175명 재산 내역 심층조사
의원 자신과 배우자 재산 누락된 경우 상당수

지난 8월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이 공개된 후 정치권이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논쟁은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조수진 의원이 불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조 의원은 후보 등록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신 명의로 부안수협에 예금과 적금이 1억5000만원 있으며, 배우자와 장남 명의 적금·예금이 각각 3000만원·2000만원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에서는 본인 3억5600만원, 배우자 4억700만원, 장남 5700만원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 8억2100만원으로 선거 전과 약 6억2000만원 차이가 난다.

세부항목을 살펴봐도 선거 전에는 부안수협 예·적금만 신고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국민은행, NH농협은행, 새마을금고 예·적금과 각종 보험 가입 사실 등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라 조 의원은 배우자가 갖고 있는 유가증권(1600만원)과 자신이 갖고 있는 채권(5억원)도 뒤늦게 신고했다. 변동된 금액만 11억원이 넘는다. 논란이 일자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며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였던 김홍걸 무소속 의원(9월18일 민주당으로부터 제명)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하지 않고 차남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강남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논란이 됐다. 관련 사실이 드러나자 정의당은 9월11일 ‘호부견자(虎父犬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라는 뜻)’라는 표현을 써가며 김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 고작 부동산 투기에나 매진하고 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조수진·김홍걸 의원에서 촉발된 부실 신고 논란

총선 전 선관위에 제출한 재산 내역 산정 기준일이 2019년 12월31일이라면, 이번 21대 국회에 처음 들어온 의원들의 기준일은 2020년 5월31일이다. 약 5개월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기간 중 재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면 이유는 자산시장에 광풍이 불어 가격이 크게 올랐거나, 재산을 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9월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신규로 재산을 등록한 국회의원 175명은 5개월 만에 전체 재산이 평균 10억원, 부동산은 9000만원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시사저널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에 신고된 의원 175명 전원의 재산을 완전 분석했다. 이번에 공개된 신규 의원은 21대 개원에 맞춰 새롭게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를 말한다. 20대 때 활동하지 않은 초·재선 이상은 모두 이번 신고 대상자다.

경실련은 9월14일 밝힌 자료에서 차액이 많은 의원 1~3위로 국민의힘 전봉민(866억원)·한무경 의원(288억원), 민주당 이상직 의원(172억원)을 지목했다. 세 사람의 재산 증가액은 1326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6%를 차지했다. 재산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주식평가 방식이 달라져서다. 후보자 시절에는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액면가로 평가해 신고했던 것이 5월말 신고 때는 실거래가를 적용했다.

후보자 시절 신고하지 않았던 부동산이 등장한 경우도 많다. 시사저널이 선거 전후 국회의원 재산 변동사항을 파악한 결과, 새롭게 신고된 내역은 상당수가 후보자 시절엔 고지 거부한 직계부모의 재산을 뒤늦게 올린 경우였다.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조태용 의원은 당선 이후 신고에 서울 용산구 이촌동 모친 전셋집(4억8000만원)을 추가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후보자 때 없었던 부친 명의의 경기도 여주 아파트(3억2700만원)를 새롭게 신고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주택(2억4090만원)은 이번 신고 때 빠졌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부친과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으며, 마포 전셋집이 빠진 것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집뿐만 아니라 예금·채권과 같은 다른 재산의 경우도 누락된 사례가 많았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부친 명의 강원도 양구 땅(2억5267만원)과 모친 명의 단독주택(7352만원) 외에도 부친(4541만원)과 모친(2억5180만원) 명의 예금이 새롭게 추가됐다. 허 의원 역시 “독립생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선거 전 고지 거부를 했다가 당선 이후 요건이 안 돼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후보자 재산 공개를 결정하는 중앙선관위와 국회 공직자윤리위의 평가기준은 다르다. 공직선거법 49조에서는 공직자윤리법 10조 1항이 정한 규정에 따라 등록 대상 재산을 신고토록만 돼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삼고 있는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고지 거부의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후 결정토록 돼 있지만 선관위마저 이를 따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 후보자에게 공직자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며,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상황에서 후보자의 재산을 정확하게 심사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국회가 정한 고지 거부 기준은 직계부모 1인 가구의 경우 도시지역 기준으로 월 105만원, 2인 가구는 월 179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보다 소득이 적을 경우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한다고 보기 때문에 재산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선거 전엔 “일단 붙고 보자” 식으로 대충 신고

이번 시사저널 조사 결과, 자신이나 배우자 재산이 누락된 경우도 상당수 드러났다. 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 시절에는 배우자 명의의 경북 군위군 땅 5171㎡(417만원)를 임야로만 신고했지만, 5월에는 대지 311㎡와 임야 4860㎡로 구분했다. 신고가액은 1611만원으로 이전보다 800만원가량 늘어났다.

이규민 민주당 의원도 8월 공개된 재산 내역에서 경기도 안성 대지 334㎡(4060만원)가 추가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재산신고 시스템에 의한 오류에서 비롯된 것일 뿐, 누락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실거주하고 있는 집이 (재산신고) 프로그램상 토지와 대지를 따로 신고하게 돼 있어 자동으로 통합될 줄 알았는데 중복으로 입력됐다”며, 결과적으로 총선후 추가로 등록된 대지가 잘못 입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후보자 시절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 임야 등 총 5개 필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며 신고가로 3억3932만원을 썼다. 하지만 의원 당선 이후에는 울산시 남구 임야·답, 울주군 임야 등 6개 필지가 추가되면서 신고 된 땅값은 8억6355만원이었다. 서병수 의원실 관계자는 “부친이 올 초 돌아가시면서 상속받은 땅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선정 방식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례도 상당수 발견됐다. 물론 이는 국회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부동산 가격은 개별공시지가, 공동주택공시가, 지방세 시가표준액 등 공공기관 평가액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쓰도록 돼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실거래가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값이 아닌 매입가 기준이다.

반면에 전세나 월세 등은 보증금이 기준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부동산의 경우 매매 값이 전셋값 보다 더 싸게 책정되어 있는 등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5월말 기준 세종시 아름동 아파트(전용면적 84.94㎡)와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파트(전용면적 84.39㎡)의 매매 값을 각각 2억1700만원, 3억30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록에 함께 올라가 있는 이 아파트들의 전셋값은 2억2000만원(세종시), 3억4000만원(서울 돈암동)이다. 전셋값이 매매 값보다 각각 300만원, 1000만원씩 비싼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 자료나 법원에서 기준으로 삼는 KB국민은행 시세를 참고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실거래가와 차이 나는 취득가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재산가액을 낮게 신고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 재산분석②] “몰랐다” “단순 실수다” 하나 마나 한 재산 공개’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376)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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