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속 한국]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5 10:00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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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스러운 1등…OECD가 지적한 한국의 문제점

OECD는 한국을 이렇게 설명했다. ‘환경의 질이 낮은 나라,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 성별 임금의 격차가 가장 큰 나라’. OECD가 특히 강조한 지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1위’에 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그늘에 있었다. OECD가 《2020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아픈 부분들은 급속한 산업화와 발전에 수반된 고질적인 문제들이자, 이미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 국민 대다수가 WHO가 규정한 수치를 훌쩍 넘는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환경의 질이 낮은 수준”

“국민의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에 노출돼 있다.” 환경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된 것은 미세먼지 문제다. 한국 인구 대다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임계값(10μg/㎥)을 훌쩍 넘는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발간된 《2020 삶의 질 보고서》를 통해서도 진단된 바다. 한국 인구 10명 중 6명가량이 WHO 권고 수준의 2배가 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μg/㎥ 이상 초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된 인구 비중은 55.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2위인 칠레(42.5%)보다도 훨씬 높은 비중이다.

미세먼지의 절반은 공장, 발전소, 디젤차량 등 국내 오염원에서 나온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오염원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WHO 기준 아래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OECD는 제언한다.

미세먼지는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준다. 미세먼지가 조기 사망률을 큰 폭으로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실린 논문에서 초미세먼지 노출로 인해 줄어드는 기대 수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1인당 수명이 0.49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1.25년, 일본은 0.33년, 핀란드는 0.21년 줄어든다고 했다. OECD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아동의 학습 성과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낮다”며 대기질이 아동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또 대기오염이 코로나19의 영향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OECD는 한국의 환경문제가 ‘수십 년 동안의 급속한 산업화에 대한 대가’라고 표현하면서, 대기질 개선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 국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배출량의 20% 수준인 37%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다. 한국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OECD는 말한다. 발전, 건물, 운송, 산업 및 농업 등 다양한 부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에너지 효율성에도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거론되는 것이 탄소세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각종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환경세인 탄소세 도입 이후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다가서고 있는 영국의 사례에서 한국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전기 생산에서 재생에너지(태양열·지열·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8.3%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1차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은 80%다. 이 중 31%를 석탄이 차지한다. 다른 국가들보다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OECD는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한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을 환영하면서,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0년에 퇴출한다는 계획이 탈석탄동맹 회원국의 추세와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OECD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 부양책 일부를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전력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에너지 전환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전기요금이다. 저렴한 전기요금 정책이 환경 비용을 반영하지 않아,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된 이후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취약계층에게는 에너지 이용과 관계없이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경유 소비세를 휘발유 수준으로 인상하고 탄소 배출 가격을 모든 업종과 연료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가격을 인상할 것 등을 조언하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연합뉴스

“노인 빈곤율 1위의 나라”

늙어서도 생계를 위해 일하는 나라임에도 가장 노인이 가난한 나라.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대한민국 얘기다. 수십 년간 지속된 이 문제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정년 연장 등 해결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모든 단면을 포괄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65~69세 남성의 58%, 여성의 35%가 여전히 일한다. 65세 이상 빈곤율은 43.8%. 대한민국에서 둘 중 한 명이 빈곤 노인인 셈이다. OECD 평균인 13.5%의 세 배가 넘는다. 이 같은 노인 빈곤은 미성숙한 연금제도와 낮은 소득에 기인한다고 OECD는 분석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연금제도의 사각지대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만 18~59세 인구의 41%인 1305만 명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사각지대에 위치한 국민들이 빈곤 노인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경제활동인구의 27%가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으며, 비정규직 근로자 중 일일 근로자(34.5%)나 시간제 근로자(41.1%)의 가입률은 특히 낮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국민연금제도의 사각지대 현황과 입법화 동향’ 보고서를 통해 연금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연평균 소득은 2017년 기준 1177만원이다. 이 중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435만원으로 전체 소득의 37%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됐지만,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수령액이 적은 경우가 많다. OECD 회원국 평균 65.9%인 ‘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은 한국에서 39.3%에 그친다. 노후 보장이 빈약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일한다. 55~79세 근로자의 61.2%가 일하기를 원하고, 그 이유 중 58%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통계청·2017년). 생계를 위해 일하지만, 결국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구조 속에 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다면 답은 기초연금뿐인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70%인 540만 명만 기초연금을 받는다. 월 지급액은 30만원이다. OECD는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부양의무자 기준 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재산과 소득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에 부합해도 부모와 자녀 등 직계가족이 있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이 제도는, 서류상으로만 가족일 뿐 교류가 없거나 서로를 부양할 수 없는 형편일 때도 수급자 선정을 막아 빈곤 노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제도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2022년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급여 중 하나인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ECD는 대다수 가입국들처럼 65세 정년 연장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유연한 임금 체계를 통해 고령까지 일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도 권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비정규직이나 안정되지 않은 일을 이어가는 노인층의 빈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충격에 더 노출된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다. 이 때문에 OECD는 국민연금 대상을 비정규직까지 확대하는 방안,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에 중점을 둘 것을 권고한다. 특히 고용센터의 자원을 확충해 고령 근로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세대의 자살도 한국에서 부각되는 큰 문제다.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3.3명으로, 평균 18.4명인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았다. 빈곤과 고독에 시달리다 삶을 포기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복지는 더욱 수반돼야 한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 도입 등 고령층 사회안전망을 일부 강화했던 시기에 노인 자살률이 개선된 사례가 있는 것처럼, 빈곤을 완화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남녀 임금 격차 비율은 34%로 OECD에서 가장 높다. ⓒ연합뉴스

“남녀 임금 격차 1위라는 불평등한 현실”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것은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가장 심각한 분야 중 하나는 노동시장에서의 젠더 불평등이다. 남녀 성별 고용률 격차가 OECD에서 4번째로 높고, 성별 임금 격차는 큰 나라.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 비율은 34%에 이른다. OECD 평균 격차는 13%다. OECD가 보는 한국의 고용시장은 이렇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취약한 경력이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는 원인이 된다. 상당수의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코로나19 등 위기에 취약하며,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간다. 경력이 단절됐다가 복귀하는 경우에는, 저임금 일자리나 비정규직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OECD는 급여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지면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임금 불일치 원인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한국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방안으로 임금분포공시제 도입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스위스는 남녀평등법을 개정해 임금 분포 분석 의무를 부과하는 임금분포공시제를 시행 중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남녀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남녀 임금 격차 비율이 15.1% 수준인 스위스의 임금분포공시제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은 연결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만 25~52세 기·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 단절 여성 비율은 조사 대상자의 35%에 달했다. 처음 경력 단절을 경험한 나이는 평균 28.4세로, 첫 출산 이전이 56.9%, 출산 첫해가 23.2%였다.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7.8년이었다. 경력 단절 여성 중 출산 전후 휴가를 쓴 비율은 37.5%, 육아휴직은 35.7%였는데, 육아휴직 사용 후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한 경우는 43.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력 단절 후 구한 첫 일자리 월평균 임금은 줄어들었다. 경력 단절 이전 직장의 월평균 임금(218.5만원)보다 27만원 줄어든 191.5만원이었다.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06만1000원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은 여성(241만7000원)의 85.3%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강조된 것이 남성의 육아휴직과 육아 관련 대책의 활성화다. 남성 육아휴직 비중은 2011년 2.4%에서 2019년 21.2%로 늘었으나, 직장에서의 부정적 인식과 소득 감소가 여전한 장애물로 남아 있다.

OECD는 육아휴직 기간과 소득대체율 간의 탄력적 선택 방안을 제시하며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권고했다. 이를 위해 제안되는 것이 ‘아빠 할당제’다.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 중 일부를 남편이 꼭 쓰도록 법제화하라는 주문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도입한 제도로 남성이 정해진 기간만큼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보장된 휴직 기간 가운데 그만큼이 소멸된다. 할당된 휴가 기간 동안 급여가 전액에 가깝게 보장되기 때문에 정책 효과는 강력하다.

‘휴직 급여 현실화’도 거론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를,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종료일까지는 통상임금의 50%(상한액 120만원)를 국가가 지급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하나의 이유이니만큼 급여액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가구의 소득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급여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규직에 비례하는 보수를 받는 시간제 근무를 확대하고,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여성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양질의 보육도 필수적이다. 모든 육아기관에서 높은 품질의 보육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OECD는 언급했다. 여성들이 경력 유지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 1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33.6%)인 것을 보더라도,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보육의 중요성을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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