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전주’ 김봉현 “김진호 향군 회장에게 8억원 전달”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4 09:25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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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향군 회장 “단 한 푼도 받은 적 없다”
'전달' 지목 장씨 측 “재판 중이라 언급 못 해”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상조회를 인수하기 위해 김진호 향군 회장에게 8억원을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또한 김 회장은 리베이트 비용으로 모두 42억원을 썼으며, 김진호 회장을 통해 향군 상조회 매수가격(320억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향군 측은 지금까지 “(향군 상조회 매각은) 매각 주간사인 A법무법인을 통해 경쟁입찰 등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회장의 증언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7월, 향군과 A법무법인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 김 회장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18일, 김 회장에게 돈을 받고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이아무개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청와대 수석에게 청탁해 금감원의 라임 감사를 무마하겠다며 김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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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리베이트로 42억원 전달” 증언

김봉현 회장은 지난 9월2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이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향군 상조회 전 부회장 장아무개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는 김 회장을 도와 ‘무자본 인수·합병’ 방식으로 향군 상조회를 인수한 뒤 상조회 예치금을 장씨가 소유한 법인과 김 회장이 소유한 법인으로 각각 송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약 37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을 받고 있다. 장씨 측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김 회장은 법정에서 ‘자신은 전주(錢主)에 불과하며, 향군 상조회 인수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은 장씨가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장씨가 ‘(내가) 향군회장의 오른팔이다. 향군 상조회를 사려고 3년을 공들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지난 2017년 11월 향군과 함께 ‘나라사랑 VAN’사를 공동 설립했는데, 이때 김진호 회장과 업무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이어 김 회장은 “(향군 상조회 매각을 위해) 장씨에게 리베이트 비용으로 32억원을 건넸고, 그 외에 8억원, 현금 2억원을 추가로 줬다”면서 “장씨가 ‘향군 회장을 만난 뒤 향군 상조회 매수가격을 320억원으로 써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즉, 향군 상조회 매각이 처음부터 김 회장 측과 향군 수뇌부의 커넥션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것이다.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8억여원의 피해를 본 방송인 김한석씨가 공개한 장아무개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녹취록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장 전 센터장은 “이 회장(김 회장)이 로비를 되게 잘하거든요. 정말 로비할 때 어마무시하게 써요, 돈을. 여기(향군 상조회)를 한 거예요. 로비가 된 거예요. 내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낼 거예요”라면서 “두 번째는 가령 (향군의 또 다른 자산인) 중앙고속, 그리고 금강휴게소. 이걸 하자. 들어가서 붙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장 전 센터장은 2000억원이 넘는 투자액을 모으며 투자자들에게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향군 “투명한 과정 통해 상조회 매각” 주장

김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김진호 향군 회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김 회장은 “장씨가 ‘향군 회장이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데, 이 돈을 안 빌려주면 향군 상조회와 중앙고속 인수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상조회 인수자금 납부기일 이틀 전인 2020년 1월14일 장씨에게 (8억원을) 줬다. 2020년 4월23일 체포될 때까지 도망 다니느라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 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시 도주 중이었던 김 회장의 상황과 향군 상조회-중앙고속 인수라는 대가성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김 회장이 건넸다는 8억원은 빌려준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차용증을 썼는지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지불했는지를 살펴보면 8억원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이와 관련한 반대신문을 하지 않았다. 장씨 변호인 측은 재판 후에도 김 회장의 증언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진호 향군회장은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향군 측은 “(김봉현 회장 측으로부터) 단 한 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향군 상조회 매각은 A법무법인을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향군이 간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향군 압수수색 후 김진호 회장이 별도로 조사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기 향군정상화추진위원장은 지난 4월 “향군 상조회가 졸속 매각됐다”며 김진호 회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위원장은 “김봉현 회장의 법정 증언이 나온 만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향군 회장 선출방식이 바뀐 이후 향군 산하 업체의 이권을 노리는 세력과의 유착이 반복돼 왔다. 이 기회에 관련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임 사태는 오는 10월 시작될 국정검사에서도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감의 핵심 이슈는 ‘사모펀드 감독’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라임 사태를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국감에서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금감원 역시 다음 달 15일과 29일, 라임 사태와 관련한 운용사 및 판매사 징계를 위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제재 수위는 운용사·판매사의 등록 취소는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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