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도심 속 숲길 32.4㎞ 조성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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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통·문화 등 13가지 테마길 조성해 연결
휴식·힐링 공간 제공…미세먼지·열섬현상 완화

인천시 미추홀구의 도로는 대부분 자동차 중심이다. 횡단보도가 없는 교차로가 많고, 울퉁불퉁한 인도는 입간판 등의 적치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골목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 안전을 위협받는 곳이 많다. 단순히 이동하는 목적으로만 이용되는 실정이다.

녹지공간도 적은 편이다. 미추홀구의 1인당 평균 녹지공간은 2.95㎡이다. 이는 인천시의 1인당 평균 녹지공간(6.6㎡)보다 2.23배나 적은 규모다. 정서적 쾌적함을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미추홀구의 한복판에 거대한 ‘녹색 띠’가 생긴다. 미추홀구는 역사와 전통, 문화 등이 숨어있는 공간들을 연결해 32.4㎞에 달하는 도시숲길을 조성한다. 미추홀구는 주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미세먼지와 도시열섬현상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수인선 유휴부지 숲길 조감도. ⓒ인천시 제공
인천 미추홀구 수인선 유휴부지 숲길 조감도. ⓒ인천시 제공

고단한 역사품은 철길, 걷고 싶은 거리로 변신

미추홀구가 철길 부지들을 연결해 도시숲길을 조성한다. 근대산업의 역사가 서려있는 수인선 협궤열차 폐선 부지와 경인선 철길 주변, 주인선 구간 등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추홀구는 올해 5월부터 숭의역~인하대역 1.5㎞ 구간의 수인선 협궤열차 폐선부지(1만8357㎡)에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2021년 4월까지 약 40억원을 들여 철길 양쪽에 나무를 심어 산책로를 만드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서울 경의선 숲길을 롤모델로 삼았다.

수인선 협궤열차 구간은 1937년에 건설됐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내륙으로 소금을 수송했다. 또 경기도 여주·이천지역의 쌀을 인천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역사를 품고 있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1995년까지 운행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제물포역~주안역의 철길 2.4㎞ 구간 주변에 들어서 있는 동네도 문화·예술의 골목길로 변신된다. 인천대가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상권이 몰락하면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미추홀구는 이 동네의 주택 담장을 허물어 카페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상가로 전환해 걸을 수 있는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빈집을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꾸며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무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미추홀구는 주인공원과 낙성동길을 연결하기 위한 옛 철길을 복원한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인선과 경인선, 수인선이 한꺼번에 연결되는 1.7㎞ 규모의 숲길이 열린다. 앞서 미추홀구는 2011년에 주인선(주안~남인천) 1.4㎞ 구간에 주인공원을 조성했다. 이 구간은 1957년에 부평 미군부대와 남인천역 근처의 미군부대에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개설됐다가 1992년에 폐쇄됐다.
 
경인전철 주안역에서 인천지하철2호선 주안국가산단역까지 조성된 930m의 길파로는 왕복 4차로에서 3차로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추홀구는 1개 차로를 확보해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구간은 1907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증발식 천일염전이 조성됐던 곳이다. 주안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전매사업이어서 국가의 재정을 충당했다. 미추홀구는 길파로를 주안염전길로 개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정식(왼쪽) 인천미추홀구청장. ⓒ인천 미추홀구 제공
김정식(왼쪽) 인천미추홀구청장. ⓒ인천 미추홀구 제공

단절된 녹지공간 이어 인천의 이미지 리모델링 

미추홀구는 단절된 도심 속 녹지공간을 잇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용현동 두레공원 둘레길과 수봉공원 돌레길, 수봉산 석바위공원길, 문학공원길 등을 걷고 싶은 거리로 변신하는 철길들과 잇겠다는 것이다. 

용현동 두레공원 둘레길은 운동시설과 조각공원, 쉼터를 설치하고 시골길처럼 걷기 편안한 흙길이 조성된다. 수봉공원 둘레길은 조명을 다채롭게 꾸며 야간에도 시민들이 찾는 명소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수봉공원 둘레길에서 석바위공원을 잇는 2.6㎞ 구간에는 보행에 방해되는 주차를 금지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보도와 차도를 분리할 계획이다.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해 문화행사를 개최한다는 복안이다. 문학공원길은 문학산의 ‘학’을 트레이드마크 잡아 테마·작가·내용별로 조형물을 설치한다.

미추홀구의 특색을 살린 거리도 만들어진다. 학산문화원과 영화공간주안, 주안영상미디어센터, 남구청소년미디어센터가 들어서 있는 주안역에서 옛 시민회관 앞까지 600m를 창작거리로 조성한다. 이를 통해 미추홀구의 대표행사 ‘주안영상미디어축제’를 홍보하고, 지역기반의 콘텐츠 창작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사를 짓던 아낙네들이 텃밭에서 가꾼 푸성귀를 내다 팔기 시작한 1970년에 형성된 신기·남부시장의 골목길도 변한다. 상품이 진열된 선을 줄이고, 노점상과 천막을 정비한다. 또 간판과 벽면의 디자인도 개선한다.

도화사거리에서 청운대학교와 인천대학교, 인천재능대학교가 밀집한 대학로둘레길과 인하대학교, 인하전문대학교 주변의 인하둘레길에도 쉼터와 산책로가 조성된다. 특히 인하둘레길은 수인선 협궤열차길과 용현동 두레공원 둘레길, 미추홀대로 신기·남부시장길, 문학공원과 연결되는 미추홀구 걷고 싶은 거리의 출발점이자 끝 지점이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은 “미추홀구에 13가지 테마가 있는 32.4㎞의 숲길이 조성되면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시열섬현상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잿빛 항만의 벌크화물과 뿌연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인천의 이미지를 미추홀구의 ‘녹색 띠’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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