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고된 인재 찾아요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5 15:00
  • 호수 16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시직 매칭 플랫폼의 시대…단순 배달 대행부터 전문직까지 다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이다. 양면시장 즉,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특히 인력중개는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정규직에서 밀려난 인력을 플랫폼이 비정규직으로 받아주는 모양새다.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이 가져온 불편한 진실이다.

여기에 코로나가 덮쳤다. 해고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고, 신규채용은 크게 줄었다. 국가통계청을 대신해 노동시장을 조사하는 영국 더럼(Durham)대학의 ONS(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가 지난 9월 발표한 ‘국가별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보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해고 건수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올 상반기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89만7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어났다. 국내 유명 포털에서 ‘코로나 퇴사’를 검색하면 2만7300건이 뜨고, 코로나 해고(1만2000건), 코로나 권고사직(2600건) 등 실직 걱정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 중 31~56%가 영구적인 실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일자리 측면에서만 본다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가 ‘더블데믹’으로 온 결과다. 이에 따라 임시직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직군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구직 단념자가 68만여 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은 9월14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지난 8월 구직 단념자가 68만여 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은 9월14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불편한 진실

임시직 노동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물리적 역량이 필요한 ‘지역 기반형’과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재능 기반형’이 그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지역 기반 모델로는 운전자 매칭 서비스다. 선도업체인 우버(Uber)는 7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400만 명의 운전자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당 8.55~11.77달러를 받고 일한다. 우버를 뒤쫓고 있는 캐비파이(Cabify)도 12개국 90개 도시에서 점차 확장해 가는 추세다. 유사 모델로는 영국의 볼트(Bolt), 인도의 오라(Ola) 등이 있다.

업무 특성은 다르지만 운전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그 외에도 많다. 배달 서비스 부문에서는 아마존플렉스(Amazon Flex)가 선두다. 운전자는 자신의 시간과 지역 등을 선택해 일할 수 있고, 대가는 시간당 18~25달러 수준이다. 이 밖에도 카셰어링 전문업체 셰어나우(Share Now), 대리 쇼핑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시프트(Shipt)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배달인력 플랫폼은 너무나 익숙해졌지만 재능 기반 플랫폼도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사례를 보자. 케어닷컴(Care.com)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노인과 어린이, 반려동물 등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돌봄 서비스 모델은 특정한 대상, 예컨대 노인케어와 육아케어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지만 케어닷컴은 모든 돌봄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연결한다.

케어닷컴은 이를 위해 대상을 단순 노동자와 숙련 노동자로 나눈다. 단순 노동자는 주로 반려동물 돌봄이나 정원 가꾸기 등을 수행하는 데 반해, 숙련 노동자는 노인 돌봄, 육아교육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연결한다. 현재 16개국에 네트워크가 연결될 정도로 성장일로에 있다.

 토크스페이스(Talkspace)는 온라인 심리치료 전문 플랫폼이다. 2012년 설립 당시에는 오프라인에서 그룹치료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시장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대해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1:1 상담과 치료로 사업이 고도화됐고, 지금은 월 260달러의 구독 서비스로 발전했다. 차별화 요인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금융거래 수준의 암호를 사용하고, 미국건강보험 관련법(HIPAA)을 준수하고 있다. 참여자격은 면허를 취득하고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로 제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와 영상광고가 필요한 업체를 연결해 주는 통걸(Tongal)도 관심을 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런 문장이 뜬다. “우리는 전 세계의 창의적인 재능과 전 세계의 창의적인 작업(work)을 연결하는 가상 스튜디오로 100% 원격으로 제공합니다.”

경연을 통한 상금 지급 방식이 이 플랫폼의 특징이다. 나사(NASA)나 레고(LEGO)그룹 같은 클라이언트가 광고 콘셉트를 제안하고 상금을 건다. 이어 크리에이터들이 각자의 창작물을 제시하면 이 가운데서 선정해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177개국에서 2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하고 있고, 여성 크리에이터 비중이 53%에 이른다. 영상 크리에이터라면 통걸 홈페이지에 소개한 영상만 봐도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만큼 기발한 작품이 많다.

 

국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 26.8%

지난 6월에 상장한 파이버(Fiverr)는 기업과 프리랜서 전문가들이 소통하고 원격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이다. 절차는 간단하다. 전문가가 올려놓은 프로파일을 보고 재능 구매자가 메신저로 연락한다. 원하는 가격과 마감기간 등을 합의하면 오더(order)를 실행한다. 약속대로 작업이 끝나면 산출물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끝난다.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는 업워크(Upwork)가 있다. 500여 개 고객사와 1300만 명의 프리랜서가 등록돼 있다. 이들 사이트의 특징은 통걸처럼 고도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급은 자신이 직접 입력하는데 대개 10달러 선이다. 이 중 수수료로 20%를 공제한 후 수령한다.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모델로 ‘크몽’이 있다.

시프트긱(Shiftgig)은 시간제 근로자가 용이하게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우버와 링크드인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주로 관광 및 레저산업, 레스토랑과 유통 분야 일자리로 특화해 매칭한다는 점이 차별화 전략이다. 일자리를 구하려면 고용 조건, 근무 날짜 및 장소 등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선택하면 된다.

미국 노동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59%가 현재 시간제로 일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고용불안 때문에 부업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6.8%나 된다. 임시직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