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 세대’를 위한 노후 건강 처방전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8 09: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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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근육’ 만들고 너무 소식하지 말며 1~2년마다 건강검진 받아야

경제력을 바탕으로 젊고 활기찬 삶을 추구하는 세대를 ‘오팔 세대(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라고 부른다. 이는 ‘58년 개띠’의 의미도 담고 있어 60대의 신(新)노년층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넓은 범위의 오팔 세대는 경제력과 건강을 유지하는 50대를 포함한다. 과거의 중년층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노후를 설계하는 이른바 ‘꽃중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행복한 노후와 관련해 3요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강, 연금, 관계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오팔 세대(OPAL)는 직장에서 은퇴를 앞둔 시기니만큼 노후에도 경제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갖가지 질병이 찾아오는 시기여서 건강 유지에 특히 민감하다. 시사저널은 전문의 5명의 도움으로 오팔 세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질환과 노후 건강을 위해 당장 실천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노후 건강을 준비하는 오팔 세대를 위한 의사 5인의 처방전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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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준선

처방전 1 : 기본 생활수칙 3가지를 신념으로 삼아라 

기력이 쇠한 후에는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골골거리면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다. 건강도 건강해야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문의들은 공통적으로 ‘노후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수칙 3가지’를 신념처럼 여기라고 강조한다. 

첫 번째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태도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한마디로 잘 먹고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1~2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는 습관이다. 이는 과거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받는 건강검진을 말한다. 전문의들은 병력, 가족력, 증상에 기반을 두고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 항목을 추가해 검사받기를 권한다. 예컨대 흡연자는 폐CT 검사를,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받는 식이다. 세 번째는 치료다. 만성질환이 있는데도 약을 안 먹거나 약을 먹는 시작점을 무작정 늦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약 복용 시기를 늦추면 정상으로 회복되기는커녕 건강은 오히려 더 나빠진다.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는 반드시 치료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 세 가지를 실천해도 이런저런 병이 생기는 시기가 50~60대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생활수칙조차 실천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노후를 기대할 수는 없다. 또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름대로 신념이 있다는 점이다. 남들이 좋다고 권하는 특정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무조건 먹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좋다 해도 자신에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건강에 대한 객관적인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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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준선

처방전 2 : 노후 건강의 필수 조건 ‘좋은 근육’을 만들어라

의사 10명 중 9명은 노년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튼튼한 근육을 꼽는다. 근육은 한 사람의 건강 지표라고 할 정도로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근육량이 많아야 하고 근력도 좋아야 한다. 근력은 악력으로 알 수 있는데 병원에서 악력을 측정해 보면 자신의 근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근육의 기능은 걷는 속도, 계단 오르기, 물건 들기, 앉았다가 일어나기 등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근육량, 근력, 근기능 이 세 가지를 갖춘 근육이 이른바 ‘좋은 근육’이다. 이런 근육이 필요한 시기가 오팔 세대다. 김광준 교수는 “좋은 근육이란 양도 많고 힘도 좋고 기능도 잘되는 상태를 말한다. 좋은 근육을 가진 사람은 오래 살고 병에 걸려도 회복이 빠르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와 임상에서 확인됐다. 좋은 근육을 만들기 위해 할 일은 두 가지다. 식사와 운동이다. 이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해서는 안 되고 두 가지가 맞물려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근육을 만들기 위해 의사들이 강조하는 식사의 핵심은 ‘충분’과 ‘다양’이다.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으면 신체를 움직일 때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그러면 우리 몸은 근육을 분해해 부족한 에너지를 충당한다. 그러므로 충분한 식사 없이 운동만 하면 오히려 근육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흔히 건강을 위해 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팔 세대는 소식을 덜 해야 하는 시기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습관에 대해 조언하자면 50~60대는 소식을 덜 하면 좋겠다. 소식이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 번에 많이 먹으라는 소리도 아니다. 밥과 나물만 먹는 단순한 식단보다 생선, 달걀, 채소 등 여러 음식을 골고루 챙겨 먹으라는 말이다. 먹을 때는 많이 먹고, 안 먹을 때 굶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끼를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사를 충분히 하되 육류, 채소, 해산물 등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그리고 육류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 무조건 고기 음식을 피하기만 하면 좋은 근육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당뇨를 예방한다면서 당분을 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같은 당분이라도 양질의 당분은 섭취하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권고다. 

김광준 교수는 “근육에는 당분이 필요하다. 혈당을 올리지 않으면서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당이라도 양질의 당분을 섭취해야 한다. 양질의 당분은 감자나 고구마 같은 곡물로 섭취할 수 있다. 이런 당분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다. 시럽이 들어간 음료, 탄산음료, 과자 등에 있는 당분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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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은숙

처방전 3 : 생활습관 개선의 ‘제한 속도’를 지켜라 

오팔 세대가 가장 유념해야 할 질환은 암이다.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은 일반적으로 50~60대에 찾아오기 시작한다. 암은 과음, 흡연, 비만,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등 젊을 때의 생활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중년 들어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사람이 많다. 

생활습관 개선은 노후 건강을 위해 필요한 항목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평생 유지해 온 생활을 하루아침에 뜯어고치면 항상성이 깨지면서 오히려 건강을 잃을 수 있다. 항상성이란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능력을 말한다. 안 그래도 60대는 정년퇴임을 하는 시기여서 규칙적인 생활습관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세대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정 시간 동안 일하며 퇴근해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던 생활이 깨지는 것이다. 게다가 50~60대는 고령의 부모를 돌봐야 할 시기여서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왔더라도 정신·육체·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이 흔들리기 쉽다. 

박민선 교수는 “평생 앉아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거나 건강식으로 바꾸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하게 운동하면 병이 나거나 운동에 싫증을 느끼고 운동을 멀리하게 된다. 생활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더라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해야 무리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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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정훈

처방전 4 : 아프기 전에 동네 병원을 꾸준히 찾아라 

50~60대는 사회적 지위나 소득이 높은 시기이면서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세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병원과 약국을 방문한 사람 가운데 50대가 857만7599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이 60대(597만3817명)로 70세 이상(490만4252명)보다 많다.

50대에 잘 생기는 질환은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이들 질환의 환자 수는 70세 이상에서 가장 많지만 50대로 접어들 무렵에 고혈압은 126.5%, 당뇨병은 121.4%로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다. 또 50대에는 백내장과 퇴행성 관절염 환자도 40대와 비교해 각각 324.6%와 184.4% 증가한다. 특히 여성에게 50대는 안면홍조(얼굴 화끈거림)나 야간 발한(잘 때 땀이 남) 등 폐경 증상을 겪는 시기이면서 유방암 위험이 가장 큰 때이기도 하다. 

60대에 급증하는 병은 치과 질환이다. 치아 및 치주 질환이 50대에 비해 237.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만 65세부터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기 때문에 임플란트 시술이 늘어난 점도 이 통계에 포함됐겠지만 일반적으로 60대는 치과 질환으로 고생하는 시기다. 백내장(117.6%)과 척추 질환(75.3%) 환자도 50대 대비 60대에 많이 늘어난다. 60대부터는 불면증과 우울증 발생도 증가한다.

이처럼 오팔 세대는 언제 어떤 병이 닥칠지 모르는 세대다. 이를 대비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평소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일이다. 전문의의 도움을 손쉽게 받는 방법은 동네 병원을 틈틈이 찾는 것이다. 50~60대는 나름의 주치의를 가까이에 두고 생활하라는 것이 많은 전문의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것도 아프기 전에, 즉 건강할 때 습관처럼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병에 걸려 병원을 찾는 것은 이미 건강을 잃었다는 얘기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따금 동네 병·의원을 방문해 혈압, 혈당, 비만도, 체력, 건강 습관 등을 확인받는 것이 노후 건강을 대비하는 방법 중 하나다. 나름의 주치의를 두는 셈이다. 문제가 생기면 조기에 검사해 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갱년기 증상이 심한 경우 의사와 상담해 조기에 호르몬 요법이나 다른 대체 요법으로 치료받으면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 치아 건강 유지를 위해 최소 6개월마다 스케일링을 받고 정기적으로 치과의사의 관리를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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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은숙

처방전 5 : 특히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를 체크하라

건강할 때 동네 병원에 다니면서 특히 신경 쓸 부분을 꼽으라면 고혈압과 비만이다. 전문가들이 이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동네 병원을 자주 이용하라고 할 정도다. 고혈압과 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선행 질환이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정상인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76.7%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뇌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국내에서는 2위 질환이다. 동네 병원을 찾아 고혈압과 비만을 예방하고 조기에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혈압과 비만은 특히 오팔 세대에 급증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혈압과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50~60대 환자 수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 차례도 줄지 않고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남녀 모두에서 50% 이상이 고혈압 유병률을 보였다. 2018~19년에 이들 세대의 비만증 환자는 약 50%나 증가했다. 

심뇌혈관질환은 가족력,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운동 부족, 채소 섭취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평소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체크리스트(별도 표 참고)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해당 사항이 많을 때는 동네 병원을 방문해 상담할 필요가 있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부터 만성질환이 증가하기 때문에 평소 질환 위험도 자가 체크를 통한 생활습관 개선, 전문의 상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고려 등 3가지 심뇌혈관 건강 습관을 지킬 필요가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고위험군에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1차 효과가 있고 심뇌혈관질환 환자에게는 혈전(피떡) 생성을 억제해 심뇌혈관질환 및 사망을 예방하는 2차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저용량 아스피린의 복용과 복용 후 중단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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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은숙

처방전 6 : 특정 부위 포함한 종합건강검진을 받아라 

동네 병원에 꾸준히 다닌다거나 주치의가 있다고 해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생략하면 곤란하다. 전문의들은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1~2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강조한다. 그것도 형식적으로 대충 해서는 안 된다. 평소 신경을 쓰지 못했던 특정 부위에 대한 검사 항목까지 포함한 종합건강검진을 받아야 할 시기가 오팔 세대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온 사람은 건강에 자신이 있어 오히려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50~60대는 만성질환이 우려되는 세대이므로 최소 2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기를 권한다. 특히 담도와 췌장 등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을 추가한 종합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각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도 필요하다. 특히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사람이라면 해당 국가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이나 풍토병 관련 예방 접종도 받아야 한다. 조수현 교수는 “50~60대에게 A·B형 간염, 수막알균, 폐렴사슬알균, 대상포진, 파상풍·디프테리아,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은 필수다. 동네 병원이나 보건소에 문의해 자신에게 필요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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