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 요구에 여야는 화답할 수 있을까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6 16: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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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의 전환점 될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새로운 인물 등장의 계기 돼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선거의 결과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2022년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역대급 압승을 거두었다. 그때만 해도 민주당의 차기 재집권은 떼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이후 여권에서는 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대형 악재들이 이어졌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중도성 강화 노선의 영향으로 일정 정도는 지지율 회복이 이루어졌다. 특히 두 보궐선거는 박원순과 오거돈, 민주당 소속 두 광역단체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해 치러지게 된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4·15 총선 때와는 전혀 다른 부정적 환경에서 치르게 되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사태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공천을 하고 후보를 내는 일부터 여론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일단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이 있는데도 두 곳 모두 공천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당헌 개정까지 해야 하는 명분이 궁색하기는 하지만, 1500만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야당으로부터 제기되는 민주당 책임론에도 결국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압축될 것이다.

2011년 9월 여야 정당 밖 인사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며 정치권에 신선함을 안겼다. ⓒ시사저널 임준선
2011년 9월 여야 정당 밖 인사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며 정치권에 신선함을 안겼다. ⓒ시사저널 임준선

박영선·추미애·오세훈·나경원 거명 ‘식상’

아직 후보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단계이기에 우열을 점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서울에서의 선거와 부산에서의 선거는 기류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후보군이 취약한 국민의힘과는 달리 민주당의 잠재적 후보군은 상당히 풍부한 편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4선의 우상호 의원, 재선의 박주민 의원 등이 우선 거론된다. 대부분 현직 장관급이나 다선 중진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당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유권자들이 서울시장 자리에 요구하는 정치적 무게는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욕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임자로 3선 서울시장이었던 박원순 시장의 경우도 2011년 보궐선거에서 안철수·박원순 연대라는 새로운 바람이 있었기에 당선이 가능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유권자들에게 너무 낯익은 인물들이라는 사실은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식상함이라는 약점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 특히 현재까지 거명되는 후보군으로는 부동층화한 중도층 유권자들을 다시 끌어들일 만한 확장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새로운 인물을 찾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민주당에서도 새 인물 영입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갖는 고민도 다르지 않다. 정치적 무게감과 참신성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전 시장, 나경원·이혜훈·김용태·지상욱·오신환·김선동 전 의원 등 유권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당내 인물들은 지명도는 높지만 식상한 편이다. 더구나 4·15 총선에서 낙선했다는 정치적 하자도 있다. 종종 연대의 상대로 거론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조차도 이제는 참신성의 매력이 사라진 기성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등장했던 것이 초선인 윤희숙 의원이나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의 출마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서울시장 자리에 걸맞은 정치적 무게감이 많이 떨어지고, 특히 원내 의석이 103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 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당내 요구 때문에 현역 의원을 출마시키는 데도 부담이 따른다. 한때 초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최근 들어 “현역 의원이 나가면 국회의원 선거를 새로 해야 하니, 새로운 인물이 나오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달라진 입장을 드러낸 것도 그러한 딜레마의 결과일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김동연 전 부총리,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등과 같이 현역 의원이 아닌 당 밖의 새롭고 무게감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지만, 그들이 과연 국민의힘을 택할 마음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김동연·이재웅 등 당 밖의 인물 가능성도 

반면에 부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부담이 훨씬 덜하고 민주당에 상당히 어려운 선거로 진단되고 있다. 당 지지율이나 후보 지지율에서 국민의힘 쪽이 일단 우세를 점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과는 정반대로 부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군이 풍요로운 편이다. 이미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이진복·이언주 전 의원,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박형준 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서병수 의원 등이 꼽힌다.

전직 의원인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오륙도연구소장,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정도가 거명되는 민주당에 비하면 라인업이 강력한 편이다. 부산에서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파문 영향이 서울보다도 더 강력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래서 새로움을 요구하는 서울시장 선거와는 달리, 부산에서는 득표 경쟁력을 우선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공천하는 쪽으로 당내 분위기가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시장 선거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부산 선거가 단순히 부산 지역의 선거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두 당이 부산 선거를 어떤 모습으로 치르느냐, 과거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여부를 서울의 유권자들이 함께 살펴보게 되어 있다. 그러니 무턱대고 보수적인 기조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6개월 뒤에 치러지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는 시민들에게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비통한 선거다. 인구가 가장 많은 두 곳의 단체장이 모두 성추행과 관련된 유고 상황 속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도 그러하고, 두 사건 모두 지난 4·15 총선에서 국민이 압승을 안겨준 집권여당 소속 단체장에게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또한 그러하다. 여전히 혼돈 속에 갇혀 있는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거를 맞는 유권자들의 착잡한 마음은 고민을 안겨준다. 이런 사태에 책임이 있는, 그러면서도 당헌을 고치면서까지 기어코 후보를 내겠다는 민주당을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러나 달라진다고는 말하지만 정말 달라졌는지 확인되지 않는 국민의힘을 대안으로 선택하기에는 여전히 주저하게 만드는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다른 군소정당들에 눈길을 주는 것도 현실적인 선택이 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도 우리가 기대하고 싶은 것은 못미더운 여야 정당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다.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 식상할 대로 식상한 인물이 아닌, 낡은 이념과 기득권의 정치를 뛰어넘을 새로운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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