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의 낚시 행렬’ 영암방조제 낚시터 북적북적
  • 고비호 호남본부 기자 (sisa617@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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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손맛’ 각지에서 몰려든 낚시꾼 북적대
세상사 잊고 방조제에서 ‘은빛 추억’ 낚는다
“고기 잡아도 못 잡아도 그만…인생과 닮아”

10월 16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호 방조제. 제방 2km 남짓 구간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곳은 제방에 앉아 갈치를 잡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갈치 낚시터’다. 

매년 이맘때면 홀로 시간을 낚는지, 세월을 낚는지, 무슨 어종을 잡는지 알 수 없는 강태공들이 낚시 삼매경에 빠진다. 지금 영암호 방조제 앞바다에선 낮에는 숭어와 돔이 잘 잡힌다. 갈치는 야행성이어서 해질 무렵부터 다음날 아침 해뜰 무렵까지 입질이 활발하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씨알도 점점 굵어간다. 시즌 초기에는 50~60㎝에 불과하던 작은갈치(속칭 실갈치)가 10월 중순 이후면 1m가 넘는 성어(먹갈치)로 성장해 낚시꾼들의 손맛을 돋운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영암호 방조제 갈치낚시 ⓒ시사저널 고비호
 영암호 방조제의 긴 '낚시 행렬'  ⓒ시사저널 고비호
매년 9~11월이면 갈치가 모여드는 영암호 방조제 낚시터가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몰려들어 북적인다. ⓒ시사저널 고비호
매년 9~11월이면 갈치가 모여드는 영암호 방조제 낚시터가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몰려들어 북적인다. ⓒ시사저널 고비호

영암호는 영암 삼호읍 용당리와 해남 산이면 구성리를 연결하는 2.2km의 방조제로 1993년 영산강종합개발사업으로 준공됐다. 해마다 8월말부터 11월말까지 석달여 동안 이곳은 ‘육상 갈치낚시터’가 된다. 평일에도 낚시꾼들이 붐비고 특히 주말엔 2㎞의 방조제가 온통 각지에서 몰려든 낚시꾼들로 메워진다.

영암호 앞바다가 갈치낚시 명소가 된 건 지난 96년부터다. 1993년 방조제가 생긴 뒤 갈치떼죽음 사건이 나면서 갈치 떼가 확인돼 낚시꾼들이 꾀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의 영산강하구둑과 금호방조제도 갈치가 모여드는 곳이어서 세 지역이 모두 낚시꾼들로 북적인다. 

근해 어종인 갈치가 연안 깊숙한 이곳에서 잡히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학꽁치가 5~6월 민물인 영암호에서 산란, 4~5㎝ 크기의 치어로 성장한 뒤 배수갑문 어도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갈치 떼가 몰려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 영암호 등 3개 호수 앞바다와 목포 평화광장 일대는 매년 이 시기에 매년 10만~12만명의 낚시꾼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요즘 평일은 500~1000명, 금·토일에는 1200~3000명이 찾고 있다. 전체의 80% 이상이 외지인이다. 전문낚시꾼에서부터 연인이나 가족나들이객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낚싯대를 드리운다. 일부 출조객은 캠핑카를 몰고 와 일주일씩 차박하며 낚시를 즐기도 한다. 

영암호 방조제 갈치낚시 ⓒ시사저널 고비호
영암호 방조제 낚시 풍경 ⓒ시사저널 고비호

나주에서 온 김의선씨(45) 가족은 “해마다 가을이면 두 세번 정도 바람도 쐴 겸” 이곳에 와 갈치낚시를 즐긴다. 10월 중순 이후면 씨알이 굵어져, 전해져오는 손맛도 한층 묵직해진다고 한다.

대전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왔다는 김찬수씨(65)는 “코로나19와 경제난 등 영향 탓인지 출조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요즘은 잡는 수는 줄어든 대신 씨알이 계속 굵어져 이달 말부터는 손가락 네 개 넓이의 4지짜리도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낚시 애호가들은 나름대로 터득한 낚시철학을 편다. 낚시 경력 30년의 낚시 애호가 이진호씨(73·전남 담양)는 일주일에 5일 정도 바다 낚시터에 출조한다. 정신과 마음을 수양하는 데는 낚시만한 것이 없다는 게 이씨의 낚시 예찬론이다. 

그는 “작년에 아내와 사별해 적적한데다 낚시 미끼에 고기가 물렸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짜릿한 손맛이 그리워 자주 찾는다”며 “물속의 찌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온갖 잡념이 사라져 머리가 맑고 투명해 진다”고 낚시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날 이씨는 30~60cm 크기의 숭어 12마리를 낚았다. 

목포에 사는 윤철희씨(48)는 “인생에 힘든 시기가 있듯이 낚시에도 잘될 때와 안 될 때가 있다. 고기를 잡아도 못 잡아도 그만이다”며 “낚시는 고기는 권력의 유무, 빈부의 격차, 남녀노소, 계절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다”고 피력했다.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나들목을 나와 영암 쪽으로 가다 영산강하굿둑 지나자마자 목포공항 쪽으로 우회전해 대불공단 끼고 직진한다. 현대삼호조선소 옆이 영암방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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