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으로 스타트up(2)_모두싸인] ‘종이 문서에 볼펜 서명’ 없애니 계약 급증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8 14:00
  • 호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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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약 플랫폼으로 ‘표준 전환’ 이끄는 6년 차 스타트업

고객 기업·기관 6만5000곳, 가입자 42만 명, 사용된 서명·문서 390만 건. 전자계약 플랫폼 모두싸인은 2016년 2월 베타서비스(미리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계약 분야에서 ‘대전환’을 일으켰다. 특히 비슷한 계약서를 자주 써야 하는 기업들 사이에선 필수적인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다. 

ⓒ모두싸인 제공
ⓒ모두싸인 제공

편리함·보안성으로 계약문화 바꿔 

모두싸인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구축이나 설치 없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계약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보인다. 일단 사용하던 계약서 파일을 모두싸인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상대방 정보와 서명할 위치도 입력한다. 해당 계약서는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상대방에게 링크 형태로 전달된다. 공인인증서는 필요 없고 링크를 클릭한 상대방이 본인 인증과 서명 절차만 거치면 계약이 완료된다.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정도다. ‘혹시 차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싸인에서 날인된 전자문서는 전자서명법 등에 근거해 강력한 법적 효력을 지닌다. 

보안성도 종이 계약서보다 훨씬 뛰어나다. 접속할 때마다 접속자와 접속시간, IP주소 등 기록이 남아 위·변조가 어렵다. 계약 완료 시 그간의 진행 정보가 기록된 감사 추적 인증서를 함께 전송한다. 서명된 계약서는 세계적으로 보안성을 인정받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담긴다. 모든 데이터는 매일 자동으로 백업된다. 

이 때문에 카카오와 한국전력공사, LG유플러스, 대웅제약, 한샘 등 크고 작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한국맥도날드,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기업의 국내 지사도 모두싸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모두싸인은 ‘스타트업’(월 9900원), ‘비즈니스’(3만9900원), ‘프리미엄’(7만4900원) 등 구독경제 형태의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모바일 구인·구직 플랫폼 원티드도 사세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 모두싸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월별 신규 고객 수가 2배가량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종이 문서로 일일이 계약을 진행하기 버거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원티드 관계자는 “모두싸인 서비스를 통해 신규로 계약을 맺는 상대 기업이 월 300곳 정도 된다”며 “채용을 의뢰하는 기업과의 계약이나 신사업 부문 파트너, 초청 연사와의 계약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모두싸인 서비스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종이 계약서를 사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문서를 쌓아놓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면서 “지난해까지 전자계약 요청에 당황해하던 기업도 일부 있었는데, 올해 들어 99%는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모두싸인 서비스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올 8월말 기준 모두싸인의 이용 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0% 급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쉽고 빠른 전자계약이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계약을 더 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된 것 같다”며 “사회 신뢰 제고, 노사 대립 해소 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싸인 제공

‘성장·투자·비전’ 3박자 갖춘 차세대 유니콘 

모두싸인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계약서 내용을 다자간에 공유하는 ‘사용자 추가’, 한 번에 다수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대량 전송’ 기능을 새롭게 탑재하는 업데이트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아울러 기업 자체 앱이나 서비스, 내부 인트라넷 등에 모두싸인 기능을 연동해 활용할 수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서비스를 연내 개시할 예정이다. 이영준 대표는 “API는 앞으로 우리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서비스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려드는 투자 제의는 모두싸인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케 한다. 지금까지 투자유치액은 30여억원이다. 추가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모두싸인 측은 밝혔다. 28명인 직원 수도 올 연말 40명, 내년 80명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장기 목표는 토스와 카카오, 더존비즈온과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세 기업은 각각 전자송금, 커뮤니케이션, 회계 영역에서 불편함을 덜어내고 새로운 비즈니스 표준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싸인은 올바른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핵심 키워드는 ‘정보 공개’와 ‘투명성’이다. 모두싸인 직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내부망을 통해 회사의 운영 상황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예컨대 모두싸인은 채용과 관련해 지원자가 누구인지는 물론 면접 때 어떤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지까지 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한다. 투자협상 진행 상황 등 금전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할수록 더 좋은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10월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에 있는 모두싸인 사무실을 찾았더니 직원이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본사가 부산 해운대구에 있기 때문이란다. 이 대표를 비롯한 구성원들도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공장이나 재료 등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실력 있고 경험도 많은 좋은 IT 인재가 절실하다”며 “인적자원 역시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우리는 부산에서도 우수한 직원들을 모아 여느 스타트업보다 순항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두싸인은 IT 창업의 수도권 집중화에 작은 균열을 만드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에 다양한 정책 조언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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