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앞둔 조두순이 우리에게 던진 숙제 
  •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4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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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위험성 진단 시스템 도입해야---물리적 관리.감독 효과 의문도

2008년 12월11일 아침, 등교하는 어린이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음주를 이유로 징역 12년으로 형이 감경됐다. 이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 범인인 조두순이 오는 12월13일 만기 출소한다.

조두순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세 무렵 아버지가 사망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조두순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다. 이후 구두닦이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행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18세쯤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54세가 되던 해까지 평균 2년에 한 번씩 범죄를 저질러 전과 17범을 기록한다. 이들 범죄 중에서 폭력과 관련된 게 15건이다. 불특정인에게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표출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주폭행을 하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 학습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9월18일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9월18일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폭행 피해자에서 가해자로…“학습된 결과”

조두순은 술을 마시면 누구든 관계없이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는 폭력적인 사람이다. 또한 그의 과거 성욕 관련 이력을 보면, 25세 전후로 여러 여성과 동거하기를 반복했다. 31세 때는 20대 여성을 자신의 자취방에서 강간했다. 이런 행태가 54세에 어린아이까지 성폭행하는 흉악범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이를 보면 조두순에게 변태 성욕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단 아동성애가 고착된 범죄자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그의 범죄 형태는 대부분 음주 상태에서 폭발적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누구든 관계없이 공격하는 것이고, 이것이 변태 성욕과 연계돼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정신세계는 범죄적 사고와 부정적 정서로 덮여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조두순은 서서히 괴물이 되어 갔다. 

조두순의 재범 위험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종합하면 알코올 의존, 분노 통제가 불가능한 파괴적 행동, 문란한 성생활, 충동성, 병질적 거짓말 등의 특징으로 요약된다. 그중에서 조두순의 거짓말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뻔한 범죄사실을 부인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에 12건의 탄원서 등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범행 부인, 사실 왜곡, 책임 회피로 가득했다. 이는 그가 거짓말을 하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덜 느낀다는 걸 의미한다. 

출소를 앞둔 조두순은 “죄를 뉘우치고 있고 출소한 뒤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출소하는 조두순이 얼마나 교화개선이 됐는지 확실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정시설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신뢰할 만한 연구자료가 충분치 않고, 조두순의 재범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평가된 자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범죄교정 학자들은 출소자들이 재범을 저지르는 주요 요인으로 주거, 취업, 심리 등을 강조한다. 조두순의 경우 출소하면 아내의 주거지로 돌아갈 수 있다. 반면 취업과 심리는 어떻게 해결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게다가 주거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안정적인 주거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조두순의 주거지를 중심으로 국가의 물리적 관리·감독이 강화되기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해 이동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사회적 감시로 인해 조두순과 아내의 사생활이 빈번히 드러날 수 있어 심리적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집에서 사는 게 지옥이나 다름없어 사람답게 살지 못할 것이다. 

국민 불안을 생각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다만 조두순을 평생 관리·감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민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재도 성폭행범 재범 방지를 위해 신상공개 제도, 전자발찌 부착 등을 시행하고 있다. 모두 물리적 관리·감독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해 확실한 자료는 없다. 특히 출소한 조두순이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법률적 근거 없이 제한하는 것도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행동의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 조두순의 범행 동기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학대, 성장 과정에서의 비행, 음주로 인한 분노 통제력 약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우선 음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두순의 음주를 물리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당국의 오랜 개입이 필요하고, 폭력성을 감안해 분노 통제 심리치료도 동시에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조두순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국가적 논의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출소 후 설득해 갱생보호기관 보내야

조두순이 동의한다면 출소해 바로 아내가 사는 주거지로 돌아가지 말고, 정상 생활이 가능해질 때까지 교도소와 지역사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갱생보호기관에서 생활할 것을 권유한다. 이 기관은 출소자에게 취업 알선과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조두순이 안고 있는 재범 요인들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조두순이 아내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과도한 기대일지 모르겠으나, 그가 조금이라도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랄 뿐이다. 

조두순은 언론을 통해 아동 성폭행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 전후에도 그와 같은, 심지어 더 흉악한 성폭행범들이 언제나 있었다. 이런 부류들에 대한 통합적 대책이 시급하다. 그 출발은 조두순에 대한 객관적 진단에서 시작된다.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사법 당국은 범죄자들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ICT(정보통신) 기술을 범죄 예측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류 역사를 봤을 때 사회에서 범죄를 척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정확한 진단→ 치료 개입→ 재범 방지’라는 사회 적응 과정이 형사사법 시스템에 정착된다면, 조금이나마 재범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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